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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한국은 '재벌'이 일부러 주가 내려…이제 '개미'가 지켜본다"

<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한국 기업들이 낮게 평가되어 온 걸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가 이번 주 초에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밸류업 정책을 발표했죠. 그런데 이런 정책을 해외에서 어떻게 보는지가 이 정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을 얼마나 낮춰 봤었나 하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 되고 있기도 한 게요, 미국의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한국 기업들만큼 주주들의 투자 규모에 비해서 이익을 잘 못 내는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나라가 있었나' 잘 안 떠오른다는 얘기를 먼저 하고요.

'하지만 올해는 한국 기업들의 밸류업 얘기를 제일 많이 듣게 될 거다', '한국 증시는 강세장이 될 거'라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기업 밸류업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올해 들어서 외국 자본이 우리 증시에 77억 달러 정도, 10조 원 넘게 들어왔다는 게 블룸버그의 집계입니다.

올해 들어서 지금까지는 다른 어떤 아시아 신흥국 증시보다 더 많은 돈이 한국으로 유입됐다는 겁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인도나 일본은 많이 올랐고 '이제 한국 주식이 오를 차례다', 또 '배당도 잘 나올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외국 투자자들이 꽤 많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기업들이 스스로 자기 가치를 끌어올릴 방법을 찾게 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시책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의견들이 보입니다.

<앵커>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있기는 한 거네요. 반면에 굉장히 냉정하게 평가를 내린 곳도 있죠.

<기자>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지배 구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밸류업 정책에는 그런 구조를 개선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상당히 매서운 평가도 나옵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 보도 채널 CNBC가 미국과 영국 투자기관에 분석가들 지적을 전한 겁니다.

한국 기업들의 후진적인 구조가 있다는 이런 얘기가 외부에서 자꾸 나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말 그대로 한국 기업 저평가 현상이 해소되기는 힘들어질 텐데요.

이들은 일본의 밸류업은 성공했지만 한국의 밸류업이 기대되지 않는 이유는 재벌 문제라고 꼽았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밸류업 정책 전에는 그냥 비효율적인 게 문제였다는 겁니다.

소수의 오너 일가, 재벌 가족들이 일부러 기업의 주가를 낮게 유지해서 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거죠.

하지만 한국 증시의 주가는 대주주 패밀리들이 일부러 사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회사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봤습니다.

주식이 비싸지면 회사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상속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요.

또 주가를 낮게 유지하면서 대주주들이 소액주주들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작동할 때가 많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 법과 제도에 이런 구조가 가능하게 만드는 맹점들이 여전히 숨어 있다.

이번 밸류업 정책에도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앵커>

우리 증시 환경이 결국에는 변하게 될 거다 이런 전망도 있었죠. 이거는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겁니까?

<기자>

이거는 바로 이제 1,400만 명에 달하는 걸로 보이는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개미들이 전에 없이 증시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고요.

그야말로 온 국민이 적립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라는 큰손도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증시 환경이 개선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제했지만 증시가 성숙할 수 있게 하는 환경도 이렇게 점차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대주주 몇몇에게만 유리한 선진적이지 못한 제도들은 버티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제 형성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밸류업 정책 자체가 앞으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제고하는 회사들에게 돌아갈 세제혜택 같은 인센티브를 추가 발표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증시에 대한 기대가 뜨거운 만큼 구체적인 후속 조치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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