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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일본 증시 부활 뒤 '슈퍼 엔저' 떠받치는 진짜 힘은?

<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최근에 여러 주요 나라 증시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30년간 침체됐다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매일같이 신기록이 나오고 있죠. 

<기자>

일본 증시 닛케이지수가 지난주 금요일부터 장이 열린 사흘 연속 34년 만의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웠습니다.
 
보통 증시가 이 정도 기세로 오르면 좀 속도조절을 하면서 가기 마련인데, 어제(13일)도 3% 가까운 급등세 거의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닛케이지수의 역대 최고치는 지난 1989년, 이른바 거품 경제 시절 막바지에 세웠던 38,915포인트입니다.

닛케이지수가 어제 38,000선을 장중에 넘나들기도 한 만큼, 이번에야 말로 역대 최고가를 다시 쓸 거란 전망이 큽니다.

일본 경제에 대해 '잃어버린 30년'이란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80년대에 세계를 놀라게 한 호황을 구가한 뒤에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그 후에도 나름의 호황과 불황이 반복됐지만요.

증시라는 잣대로 보자면 80년대의 영광을 회복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긴 슬럼프에서 정말로 일본이 빠져나오는 건지, 아니면 이번에도 일시적 현상일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커져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일본이 정말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 관심이 갑니다. 일본 증시를 이렇게 끌어올린 힘은 뭘로 봐야 할까요.

<기자>

정말 여러 가지 요인들이 얽혀 있는데요. 

돈의 흐름 측면에서 오늘 좀 집중적으로 보자면 이른바 슈퍼 엔저, 싸도 너무 싼 엔화를 고집스럽게 장기간 유지하면서 드디어 얻은 상승이란 분석이 많이 나옵니다.

일본의 정책금리는 0도 아니고, 마이너스입니다. 8년째요.

시중 은행들이 예금을 받아서 자꾸 중앙은행으로 가져오면 일정 금액 이상에 대해서는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돈 보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겁니다.

가져와봤자 보관료만 내니까 돈을 자꾸 쌓으려고 하지 말고 어떻게든 시중에 돌게 하라고 등을 떠미는 정책이죠.

그래도 세계가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했던 2021년 이전에는 일본이 이렇게까지 해도 다른 나라들과 금리 차가 그렇게 크게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미국을 위시한 다른 나라들은 물가가 급등하면서 모두 금리를 올렸는데 일본만 물가가 계속 올랐으면 좋겠다 하면서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겁니다.

돈에 아예 값을 붙여주질 않으니 엔화만 점점 더 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엔화가 싸니까 일본 수출기업들은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이 더 생겨서 실적이 좋아지고요.

이른바 저PBR 밸류업, 한국도 힌트를 얻고 있는 저평가된 기업들의 가치를 끌어올리자는 정책을 포함해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데 엔화까지 싸니까 외국자본이 일본으로 밀려든 겁니다.

지난해 7월에 일본은 금리를 좀 올리려는 움직임도 보였지만요.

그래서 실제로 엔화가 비싸지려 하니까 중앙은행이 바로 개입해서 엔화 가치를 다시 떨어뜨렸고요.

적어도 올해 봄까지는 이 초저금리를 밀고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일본이 이렇게 기록적으로 싼 엔화를 나 홀로 유지하는 지금은 모습은 30여 년 전 일본의 호황이 미국이 주도했던 비싼 엔화 정책과 함께 저물었던 걸 같이 생각해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 기축통화라는 장점이 상당 부분 일본을 떠받치는 힘이 하나 되는 것 같고요. 또 한 가지는 (이 정도 '엔저'는) 미국이 용인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일본이 과실을 따가고 있는 거죠. 안팎으로 일본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접하고 있는 상황들이고요.]

<앵커>

미중 갈등의 영향도 있었군요. 또 일본 증시가 이렇게 좋아지면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이 표는 엔화가 이렇게 우리 돈 대비해서 점점 저렴해질 때 한국증시 대비 일본증시의 추세적인 힘을 살펴본 겁니다.

원보다 엔이 싸지면 일본증시가 상대적으로 우리 증시보다 힘을 내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죠.

우리나라로 올 만한 돈도 일본 증시로 먼저 갔다는 얘기를 하는 게 이렇게 저렴한 엔화 슈퍼엔저가 일본증시를 상대적으로 더 띄우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올해 들어서 우리도 반도체를 비롯해서 경제에 호재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고, 외국 자본이 좀 더 들어오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오늘 일본의 통화정책 위주로 지금 일본증시 호황을 살펴봤지만요.

사실 일본경제는 꾸준히 임금을 올려서 소비를 돕고 국내 투자를 열심히 해온 게 이제 좀 성과를 내고 있다.

증시 상승의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도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섞인 여건 속이지만 내실을 다지는 성장 노력을 계속하면서 기회를 잡아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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