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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소득 감소할 수준"…치명적 교육 공백 한국 어떻게 피해 갔나

<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코로나 때 이런 일도 있었네요. 코로나 봉쇄 기간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선진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꾸준히 상승했다, 유럽 선진국들이 이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요?

<기자>

OECD가 4년 만에 실시한 전 세계 청소년들의 학업성취도 조사 결과, 지난 5일 밤에 일제히 발표됐는데요.

우리보다 서구에서 이 결과에서 훨씬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국 유수의 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슬픈 삼각형'이란 제목으로 이런 그래프를 실었습니다.

지난 4년간 청소년들의 수학성적이 오른 나라들, 그리고 훅 떨어진 나라들입니다.

2개의 삼각형처럼 딱 나뉘어 있죠.

아시아에서 선진국이라고 할 만한 나라들은 모두 2018년보다 2022년에 청소년들의 수학성적이 더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서구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에선 완전히 반대죠.

미국이 그나마 좀 낫고, 우리가 다양한 경우에 모범으로 삼아서 예로 많이 드는 유럽 나라들, 특히 유럽에서도 이번에 이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유럽에서도 교육제도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했던 핀란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그야말로 급강하했습니다.

일단 배경설명을 간략하게만 드리면 이 조사는 OECD가 지난 2000년부터 전 세계 만 15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데요.

이번엔 코로나 때문에 4년 만에 지난해에 실시됐습니다.

그러니까 코로나 이후의 변화를 처음으로 가늠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3에서 고1 학생들이 기준인데 모두 81개 나라, 69만 명의 학생들.

우리나라에선 6천9백여 명의 15세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4년 전과 표본 규모도 거의 비슷하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앵커>

이런 학업성취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늘 잘하지 않았었나요?

<기자>

최근의 우리나라는 잘하긴 하지만 10위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거의 최상위권으로, 이번 조사에서 거의 1위권으로 올라갔거든요.

수학을 빼면 우리보다 4년 전 성적이 우수했던 핀란드랑 비교를 해 보면요, 우리 학생들의 성적은 4년 뒤에도 지금 대체로 비슷합니다.

특히 문해력은 2006년부터 12년 연속 하락하던 성적이 오히려 1점 올랐고요.

과학은 9점이 더 올랐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요.

그런데 교육제도 효율성이 유럽에서도 뛰어나다고 꼽혔던 핀란드 학생들의 성적 하락폭이 큰 편입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들이 훨씬 못하면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최상위권으로 올라가게 됐는데요.

서구 선진국들의 '교육 공백'이 심각하단 게 드러난 겁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서구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하락이 재앙적인 수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하면서요.

지금 15살짜리들이 4년 전의 15살짜리들보다 반 학년에서, 4분의 3학년 정도씩 뒤처지고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코로나 기간에 성장에서 핵심적인 시기를 보낸 세대가 인접해 있는 다른 세대들보다 장기적으로 좀 뒤처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봐야죠.

반면에 공부 참 잘하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선진국 학생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높은 인구밀도 속에 경쟁을 거듭한 끝에 보이는 성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요.

한편으로는 아시아국가 청소년들이 그만큼 열심히 노력해 와서 그 역량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서구 선진국들을 따라잡아왔다는 측면도 부인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그 수준이 코로나 기간에도 계속 유지됐다는 겁니다.

<앵커>

코로나가 있든 아니든 공부를 한결같이 열심히 했나 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다른 나라 학생들과 코로나 기간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나요?

<기자>

OECD과 지금 서구에서도 자기들과 달랐다, 한국이 자기들과 달랐다고 크게 주목하는 차이점은 이렇게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사교육도 사교육이지만, 공교육 원격 수업의 질도 서구보다 높았고요.

그리고 한국 청소년들이 원격 수업에 잘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디지털 기기에 친숙하긴 한데 중독되거나 의존적이지는 또 않다는 겁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OECD 교육국장 : 다행히 한국 학생들은 (디지털 의존도가) 가장 낮은 편이에요. 첨단 기기에 정신이 팔려서 집중을 못 하는 문제는 한국 교실에선 큰 문제가 아니에요. 한국 학생들 대부분, 70% 이상이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교사와 접촉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 이 기간에 고립됐다고 느낀 학생들은 극히 적어요.]

쉽게 동감을 못하시는 분들도 이 얘기를 듣고 좀 있으시겠지만, OECD가 전 세계적으로 살펴보니까요.

우리 교육현장, 교사에 대한 아이들의 소속감이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조절력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는 겁니다.

OECD는 앞으로도 우리뿐 아니라 어느 선진국이든 학교 현장에 대한 막연한 재정 지원보다는 교사들의 동기를 북돋워주고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재교육을 계속해서 해 주는 게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조언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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