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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헤즈볼라'는 테러단체? "미사일 · 로켓 15∼20만 기"

[월드리포트] '헤즈볼라'는 테러단체? "미사일 · 로켓 15∼20만 기"
▲ 헤즈볼라 무장단체의 장례식에서 군복을 입은 지지자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사태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미군에 맞서 군사 개입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양측 간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이 하마스 해체를 위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걸로 보입니다.
 

헤즈볼라는 테러단체?

이번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 사태는 워낙 복잡한 역사적, 종교적 배경을 갖고 있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마스가 저지른 민간인 테러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하마스 해체를 목표로 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역시 막대한 민간인 희생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극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동 분쟁의 중심에는 이스라엘이 있고 이스라엘과의 분쟁 때마다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헤즈볼라'입니다.

헤즈볼라 하면 흔히 '테러단체'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미국과 동맹인 우리 입장에서 헤즈볼라는 늘 그런 뉴스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1983년 4월 베이루트 미국대사관 자살 폭탄 테러입니다. 이 폭발로 90여 명이 사망 또는 행방불명됐고 100여 명이 다쳤습니다. 레이건 대통령 집권 시절이던 미국은 보복을 다짐했지만 오히려 그해 10월 베이루트에 있는 미국 해병대 사령부 건물을 향해 헤즈볼라 자살 특공대가 약 1만 2천 파운드(5천443kg)의 폭약을 실은 트럭을 몰고 돌진해 미군 241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뉴스를 주로 접한 우리에게 헤즈볼라는 분명 테러단체입니다. 하지만 국내법상 헤즈볼라는 테러단체가 아닙니다. 대테러법상 테러단체로 지정하려면 유엔에서 테러단체로 지정돼 있어야 하는데 유엔에서 헤즈볼라는 테러단체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EU,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은 대부분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은 헤즈볼라에게 우호적입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간 의견이 다르니 통일된 목소리가 나올 리 없습니다.
 

각료 배출한 '제도권 무장 정파'…규모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의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초상화

헤즈볼라는 이란 혁명을 이끈 호메이니의 이슬람 원리주의의 영향을 받아 1983년 결성된 조직입니다. 신(神)의 당(黨)이란 뜻으로 이슬람 지하드라고도 불립니다. 이란의 후원 아래 움직이며 중동 최대의 무장단체이자 레바논의 정당 조직이기도 합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만큼 종파적으로는 시아파에 해당합니다. 주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투쟁하는데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근거지로 활동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을 섬멸하기 위해 레바논을 침공하자 이에 맞서는 시아파 무장투쟁 조직으로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한 뒤 헤즈볼라는 본격적으로 제도권 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합니다. 지난 2005년 총선에서는 14석을 차지하며 각료 2명을 배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 남부 시아파 집중 거주 지역인 다히예(Dahiyeh)를 중심으로 확고한 지지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연립 여당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도 레바논 정부군 외에 별도 군사 조직을 갖춘 무장 정파로 거듭난 겁니다. 그렇다면 헤즈볼라의 병력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헤즈볼라는 2021년 산하 무장대원 규모가 10만 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는 무장대원 수를 그 절반 수준으로 추산했습니다. 또 헤즈볼라의 최대 전력으로 꼽히는 로켓·미사일 화력의 경우 15만∼20만 기이며, 이 중 정밀 유도가 가능한 로켓은 수백 기 수준으로 예측했습니다.

영국 군사정보 기업 제인스의 엘리엇 채프먼은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 당시 4만 명의 무장대원을 동원했다면서 "대다수 헤즈볼라 무장대원은 직업 군인이 아니라 지휘관의 요구가 있을 때 군사 활동에 관여하는 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수의 정규군을 중심으로 다수의 예비군 편제를 유지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1천 명에서 1천400명 규모로 알려진 핵심 조직은 100명의 자살특공대원들을 운영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헤즈볼라가 공격한 레바논 접경 이스라엘군 주둔지

그렇다면 레바논 사람들은 헤즈볼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일종의 사병을 거느린 무장 조직을 편하게만 바라보지는 않을 듯한데, 실제로 레바논 내부적으로도 헤즈볼라 무장 유지에 대하여 찬 · 반 양론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일례로 지난 2008년 8월 헤즈볼라 소속 무장대원이 레바논군 헬기를 이스라엘 군 헬기로 오인해 총격을 가하면서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레바논 정부와 군 당국은 헤즈볼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헤즈볼라의 관계입니다. 우리나라는 레바논과 정식 수교 국가입니다. 따라서 레바논의 제도권 정당인 헤즈볼라와도 무관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헤즈볼라와는 직접 접촉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법상 테러단체가 아니고 헤즈볼라가 참여하는 레바논 당국과도 정식 수교 관계이지만 굳이 따로 접촉하지는 않고 있는 셈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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