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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국방 1기의 성적표는?…2기는 순항할까 [취재파일]

윤 정부 국방 1기의 성적표는?…2기는 순항할까 [취재파일]
▲ 신원식 의원(왼쪽)과 이종섭 국방장관

이종섭 48대 국방장관이 1년 4개월여 만에 퇴장하고 있습니다. 국방장관과 함께 윤석열 정부 국방의 한 축을 맡은 안보실의 임종득 2차장도 1년여 만에 교체됩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방 1기가 마무리되고 2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입니다. 국방 2기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장관에, 인성환 예비역 육군 소장이 안보실 2차장에 임명되면 개시됩니다.

윤석열 정부 국방 1기는 성공했을까요? 군의 핵심 고위급들과 군 외부의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국방 1기의 계획은 완벽했다", "대통령실 이전 논란이 터지면서 과도하게 힘을 뺐고, 그 부작용으로 사람을 적재적소에 못 썼다", "결론적으로 1기는 구슬 꿰어 보배 만드는 일에 실패했다"입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국방을 기획 및 설계했고 본격적인 이행의 임무를 맡았던 쌍두마차가 뜻밖의 대통령실 이전 바람 등에 휩쓸려 일찌감치 경로에서 이탈한 것이 뼈아프다고 입을 모읍니다.

2기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요? 말 실수, 글 실수로 이미 타격을 입은 장관 후보자가 이끌 국방 2기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야당은 물론, 대통령실 및 군과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국방 1기의 쓸쓸한 유산을 갈무리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의 국방에 정통한 인물의 긴급 수혈, 구원 등판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실 이전과 김용현 · 신인호의 부재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왼쪽)과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

윤 정부 국방의 기획 및 설계는 김용현 예비역 중장과 신인호 예비역 소장이 주도했습니다. 이행도 이 두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김용현 예비역 중장은 국방장관에, 신인호 예비역 소장은 안보실 차장에 기용돼 캠프 때부터 구축한 국방의 청사진을 이행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변수가 생겼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입니다. 멀쩡하게 있는 국방부 밀어내고 그 자리에 대통령실 설치하는 것이라 반대 의견 성성한 안보 이슈가 됐습니다. 인수위와 초기 윤 정부는 여론 누그러뜨리느라 힘 많이 썼습니다. 그 자체로 윤 정부에 감점 요인인데, 적잖은 후폭풍도 뒤따랐습니다.

대통령실 이전 논란의 여파로 김용현 장군은 국방장관 후보에서 영원히 멀어졌습니다. 이종섭 예비역 중장은 당초 장관 후보가 아니었지만 김용현 장군이 돌연 경호처장으로 가는 바람에 부득불 장관 자리를 떠맡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육군 예비역 모 장군은 "김용현 장군이 경호처장에 임명된 이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군 인사에 관여한다지만 경호처 업무가 많아 인사에 실수, 판단 미스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인호 장군은 안보실 2차장 임명 석 달 만에 건강상의 문제로 하차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국방의 두 기획·설계자가 국방과 멀어지는, 예기치 못한 이변이 벌어진 것입니다. 여파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습니다.
 

과학기술 강군 계획 안녕한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관진 전 국방장관

윤석열 정부의 국방은 5번째 국정목표인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중 '과학기술 강군'에 함축돼 있습니다. 제2창군 수준의 국방혁신 4.0 추진으로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획기적 보강, 한미 군사동맹 강화, 첨단 전력 건설과 방산 수출 확대의 선순환 등이 골자입니다. 훌륭한 계획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2023년 9월 현재,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방혁신의 기관차로 지난 5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는 인사와 예산의 막강한 권한에도 넉 달이 지나도록 잠잠합니다. 위원장 윤 대통령에, 부위원장을 김관진 전 국방장관에게 맡겼지만 지난 8월 김 전 장관은 파기환송심에서 정치 관여 혐의로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국방 제2차관을 신설해 방산을 강화하겠다는 대선 공약은 퇴행했습니다. 2차관 신설은 정부와 정치권의 논의 리스트에서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나마 국방부에서 방산을 담당하던 전력자원관리실은 자원관리실로 축소돼 전력과 방산에서 손을 뗐습니다. 전력자원관리실 아래 있던 전력정책관은 나홀로 독방을 받아 전력과 방산 분야 문외한인 차관 아래 들어가는 이상한 구조가 됐습니다.

과학기술 강군의 기초를 다질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은 여전히 전 정부 인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파다합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전 정부 방산 책임자의 '아이들'이 현 정부 국방과학의 뇌와 심장, 혈관 역할을 하면서 국방과학 국정과제의 실현이 더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합참과 육해공군 지휘부 인사도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장관, 의장, 총장 등은 취임사로 자위권을 선포했지만 북한 무인기 서울 침투 사건 당시 자위권은커녕 최소한의 대응도 못했습니다. 
 

국방 2기 순항할까

윤석열 정부의 국방 2기는 현실을 각성하고, 과학기술 강군을 향한 다부진 추진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인성환 차기 안보실 2차장은 한미연합사단 부사단장, 56사단장, 합동군사대 총장, 2군단 부군단장 등을 역임하고 2년 전 전역했습니다. 한미 동맹에 정통하고 융화력이 뛰어나 차기 2차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신원식 제49대 국방장관 후보자입니다. 12·12, 5·16, 촛불, 홍범도 장군 등에 대한 부적절한 해석에 이어 이완용 옹호 논란이 더해졌습니다. 야인 시절의 발언과 글이었다고 해명하지만 그 시절도 예비역 중장 자격의 사회 지도층이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서조차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임명은 강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취임이야 하겠지만 장교들 특히 젊은 장교들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기 국방부 요직의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도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전언입니다.

1기가 힘을 못 쓰고 물러난 데 이어, 2기가 분발하지 못하면 과학기술 강군 국정과제는 유야무야 증발하고 곧바로 윤 정부의 말년이 옵니다. 국방 2기의 어깨가 무겁지만 그다지 강건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의 국방 국정과제에 정통한 인사의 구원 등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 세운 계획들을 복구하고 결자해지해야 차후 어느 정도라도 평가받는다는 것입니다. 대선 안보 캠프의 한 핵심은 "계획은 완벽하나 사람을 잘 못 써서 실천을 못했다는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2기 시작에 맞춰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과학기술 강군의 판을 짠 진짜 전문가들로 인공 호흡, 긴급 수혈 할 때"라고 충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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