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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성태, 김우동 그리고 피눈물의 소액주주

한동훈 법무장관의 입을 빌려 말해보자면,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은 '깡패 출신'입니다. 도쿄에셋이란 불법 사채업을 해 큰돈을 모았고, 이후 쌍방울그룹을 인수했습니다. 그 전후 과정에서 대범하게 주가조작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 '깡패 출신'과 함께 법의 심판을 받은 인물 중 김우동 대표가 있습니다. 김성태의 돈을 빌려 '유비컴'이란 회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시세조종행위"를 했고, "A사가 유비컴 경영권을 인수하는 듯한 외관을 작출 하는 등 사기적 부정거래행위"까지 저지른 겁니다. 2017년 2월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법정구속 안 함)을 선고했지만, 같은 해 11월 2심 재판부는 "어린 자녀를 부양하여야 하는 가장인 점, 배임죄 피해자 유비컴에게 10억 원을 지급해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 2억 원으로 감형했습니다. 2018년 대법원도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

김우동, 주가조작으로 처벌받고 다시 기업인으로 복귀


벌금형을 확정받은 김우동 대표는 다시 건실한 기업인으로 변신했습니다. 2020년 산업용 특수자동밸브 제조업체인 조광ILI를 인수했고, 곧바로 화학비료 제조업체인 (주)대유와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주)앤디포스를 사들여 김우동->조광ILI->대유->앤디포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습니다. 김우동 대표는 지난 4월, 또다시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우동 대표가 현재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조광ILI와 대유의 주식거래는 정지됐습니다.
김우동 전 대표 구속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주)대유

김우동 구속으로 조광ILI-대유 상장폐지 심사 중


3개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김우동 대표의 이런 과거 이력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겁니다. '유비컴 주가조작' 사건 당시인 2010년대 언론 기사엔 함께 재판을 받은 9명 모두 익명 처리된 것은 물론 '유비컴'이란 회사도 익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조광ILI와 대유는 주식거래정지를 넘어 현재 상장폐지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투자한 소액주주들의 투자금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겁니다. 잘못은 경영진이 하고 피해는 소액투자자들이 보는 구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소액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지분을 조금씩 모아 (주)대유 등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회사 측의 비협조 등으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우동 대표 구속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주)대유의 소액주주들

금융당국, 불공정거래 전력자 10년 간 자본시장 퇴출 약속


주식이 고위험 투자상품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우리 금융 시스템이 이런 반복된 폭탄 돌리기를 막을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자본시장조사단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에서 '불공정거래 전력자 10년 간 자본시장 거래제한'이란 대책을 내놨습니다. 금융 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으면 주식 등의 신규 거래와 계좌 개설을 제한하고 상장사 임원에 취업하는 것도 막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법 개정 사안으로 지난 5월 관련 법안이 발의(윤창현 의원) 됐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야 극한 대치라는 현실이 있지만, 과연 우리 금융 당국이 늦어도 한참 늦은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김우동 전 대표 구속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주)대유

재범 반복되는 자본시장 범죄…극약처방해야


주가조작, 미공개 정보 이용,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3대 불공정행위' 재범률은 지난해 18.6%에 달했습니다(강병원 의원실). 2021년 28%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입니다.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재범률이 높다는 기사는 2000년대 초부터 반복된 낡은 뉴스입니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지만, 구멍 뚫린 금융 시스템도 자본시장 범죄를 부추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본시장 범죄자는 계좌 개설, 임원 취업 등을 제한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극약 처방을 하지 않는 한 '제2의 김우동'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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