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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는 왜 저런 표정으로 머그샷을 찍었나

[월드리포트] 트럼프는 왜 저런 표정으로 머그샷을 찍었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3번째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성 추문 입막음 의혹과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 등으로 연이어 기소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번째로 기소된 조지아 주에서 결국 용의자 얼굴 사진인 이른바 '머그샷(a police photograph of a suspect's face or profile)'을 찍었습니다. 지문 채취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미리 보석금 20만 달러, 우리 돈 2억 6천만 원을 내기로 합의하고 출석했던 터라 혐의를 인정하는지 묻는 기소인부절차 후 곧바로 풀려났지만, 건국 이래 처음 나온 전직 대통령의 머그샷 사진에 미국 사회는 들끓었습니다.

의도된 머그샷? 별도 회의까지


굳게 다문 입술에 노려 보는 듯 강한 눈빛… 처음 트럼프의 머그샷을 봤을 때 저에게 든 생각은 '저 표정은 뭐지'였습니다. 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그것도 4번씩이나 기소를 당했다면 범죄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이 민망했을 것 같은데 그의 표정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본인 주장대로 정치 탄압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면 '피해자'의 모습이어야 했을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홈페이지 (사진=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트럼프 대선 캠프는 머그샷이 공개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속보 : 머그샷>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지지자 등에게 보냈습니다. "이 머그샷은 폭정에 맞선 미국 저항의 상징으로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머그샷이 들어간 티셔츠 등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기존 정치권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사업가 출신 트럼프의 역발상인 셈입니다. 트럼프 캠프는 홈페이지를 통해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Never Surrender)'는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와 머그컵, 차량 스티커 등 머그샷 제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의 고문인 크리스 라시비타는 SNS에 사전 허가 없이 머그샷을 활용해 선거자금을 모으거나 기부자들을 속일 경우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경고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성추문 입막음 트럼프 법원 출석

사실 트럼프의 이런 대응이 그리 놀라운 건 아닙니다. 앞서 지난 4월 성 추문 입막음 혐의로 뉴욕에서 기소됐을 당시, 그는 자신의 '가짜 머그샷'이 들어간 티셔츠 등을 만들어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연방이나 뉴욕과 달리, 조지아 주에서는 머그샷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작심하고 이를 역이용한 것으로 그의 사진은 일종의 '연출샷'인 셈입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두하기 전, 참모들이 머그샷에 대해 사전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트럼프 식 정치 전략

자신의 머그샷을 SNS에 스스로 공유한 트럼프 전 대통령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에 대해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머그샷 때문에 트럼프의 지지율과 자금 모금이 오히려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방해'(ELECTION INTERFERENCE) ·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NEVER SURRENDER!)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X (옛 트위터)에 올린 머그샷 사진은 조회수가 2억 4천 8백만 회를 넘었습니다. 이런 폭발적인 관심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그의 공화당 내 입지에는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찌감치 토론회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자신의 재임 기간 업적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가 빠진 상태에서 열렸지만 첫 토론회의 중심은 트럼프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현지시간 23일 방송된 토론회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승자는 역시 트럼프였습니다. 공화당 응답자의 5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한다고 답한 사람은 13%에 그쳤습니다.

앞서 이달 초 발표된 로이터 ·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47%였습니다. 서로 다른 조사 결과라 직접 비교는 무리이겠지만 수치만 놓고 보자면, 참여하지도 않은 대선 후보 토론회 후 오히려 지지율이 오른 셈입니다. 큰 틀에서 구도를 놓고 보면 연이은 기소와 토론회는 공화당 내 트럼프 입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 결과는 어땠을까요? 전체 응답자의 38%가 트럼프를, 32%가 바이든을 선택했습니다.

아직 대선이 1년도 넘게 남았고 가장 큰 변수는 경제 상황이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니 만큼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수치스러워야 할 장면까지 '저항의 상징'으로 삼아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트럼프 식 정치 전략이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 대선 결과라는 게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나아가 우리나라에까지 직접 영향이 사항이다 보니 '남의 나라 일'로만 지켜보는 게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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