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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신인 가수는 4박자 노래를 불러야 한다? 선우정아의 답은…

선우정아는 '알 수 없는 작곡가'

출처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공식 홈페이지
너 가버린대도 괜찮아
나 좋다는 인간들이 널렸음
아쉬울 게 뭐 있어 너만 손해인 걸
뒤돌아 선 순간부터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몇 년 전 귀갓길 차 속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자신만만한가 궁금했습니다. 귀엽다, 나른하다, 쿨하다, 사랑스럽다, 도도하다, 여러 느낌이 교차하는 노래였어요. 이 노래 제목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아이유가 피처링한 선우정아의 '고양이'(▶ 뮤직비디오 보러 가기)였습니다. 무릎을 탁 쳤어요. 제목인 '고양이'는 가사에는 단 한 번도 안 나옵니다. 저희 집 고양이가 딱 생각나더라고요. 그때부터 선우정아의 다른 노래들도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선우정아의 목소리는 참 다양한 색깔을 가졌는데, '도망가자'(▶ 뮤직비디오 보러 가기) 같은 곡에서는 정말 따뜻해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습니다. '도망가자'는 방탄소년단 RM도 좋아한다고 했던 곡인데요, 저도 팬데믹 시기, 지치고 힘들 때마다 '도망가자'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영영 도망가버리는 게 아니라 잠깐 도망갔다가 '돌아오자'는 가사에 힘을 얻었습니다.

선우정아 '터트려' 스틸 이미지 / 출처 : 선우정아 페이스북
지난해 발표한 '터트려'(▶ 뮤직비디오 보러 가기)를 들으면서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터트려'는 가사가 '도망가자'보다 더 어둡게 느껴집니다. '카타르시스'는 비극을 보고 느끼는 감정의 정화라고 하잖아요. 이 노래는 '내 방은 자꾸 어질러져 치우고 또 치워도 또 채워져 이 작은 방에 창문도 작은데 잔뜩 부푼 풍선처럼 온몸을 짓누르고 있어'로 시작해,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하다가 '터트려'라고 속삭입니다.

"숨이 찰 때까지 뛰고 싶어, 숨 막히도록 울고 싶어, 품에 가득 찬 내 마음들을 자유롭게 놔주고 싶어", 이렇게 노래하다가도 마지막 부분에선 "숨이 찰 때까지 막 뛰고 있어, 숨 막히도록 울고 있어, 품에 가득 찬 내 마음들을 자유롭게 놔주고 있어"로 나아갑니다. 내 속에 깊숙이 똬리를 틀었던 온갖 감정의 응어리를 정말 터트리고 있는 겁니다.

출처 : 선우정아 페이스북
선우정아는 "작사, 작곡, 편곡, 연주, 가창, 감각 등 음악인이 지녀야 할 재능은 참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모든 걸 가진 음악인 중에 한 명"(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유정훈)이라는 말이 정말 딱 맞는 뮤지션입니다. '주류와 비주류라는 산업적 간극, 장르와 장르 사이의 음악적 간극, 창작자와 공연자라는 영역적 간극을 뛰어넘는다'는 평(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권석정)을 받기도 했죠.

그는 2006년 데뷔했고, YG의 프로듀서로 2NE1의 '아파', GD&TOP의 'Oh Yeah'를 작곡했을 뿐 아니라, 장르를 넘나드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왔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2014년 '올해의 음악인'과 '최우수 팝 음반 부문', 2021년 '최우수 알앤비 소울 음반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복면가왕'에서는 신들린 가창력으로 장기 집권하며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런 선우정아에게도 물론 신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가 쓰고 부른 노래 중에 '알 수 없는 작곡가'(▶ 공식 음원 듣기)라는 곡이 있는데요, 그에게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상'을 안겨줬던 2집 『It's Okay, Dear』에 수록됐던 곡이죠. 이 곡에서 선우정아는 햇병아리 신인 시절에도 굽히지 않았던 자기 음악에 대한 신념을 보여줍니다.

선우정아는 2021년 '위드 코로나' 이후 첫 야외 음악축제였던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이 노래를 오랜만에 관객 앞에서 불렀습니다. 제가 한동안 이 노래에 꽂혀 있었던 터라 선우정아가 출연했던 골라 듣는 뉴스룸 커튼콜에서도 이 노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습니다.
 
넌 말해 난해하다
자극 없다 안 섹시하다
난 말해 억울하다
편견이다 이해는 한다

생각해 네가 맞나
내가 맞나 그런 건 없나
답답해 울고 말아
오늘도 난 그래도 난

망할 변박을 멈추지 않을 거야
오지랖 예술의 혼을 불태우며

오늘도 난 무명 무명 무명을 떨치네
Music is my life 배부른 소리 하네

뭔 말이냐 난해하다 안 섹시하다
난 말해 억울하다
편견이다 이해는 한다
But so what?

망할 변박을 멈추지 않을 거야
(I'm never gonna stop)
남들의 시선에 귀를 팔지 않아
(woo- can you feel me?)
마음을 열어봐 다 느끼게 될 거야
전조의 환상에 가슴 젖어가며

오늘도 난 무명 무명 무명을 떨치네
Music is my life 배부른 소리 하네

Music is my life
배부른 소리 하네
Music is my life
배부른 소리 하네

그래도 Music is my life

노래가 나온 지 꽤 되었지만, 이 곡에서는 지금도 신선한 펄떡거림이, '내 음악을 하겠다'는 뮤지션의 패기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왜 이 곡의 제목은 '알 수 없는 작곡가'일까요. 당시 선우정아가 쓴 노래를 아이튠즈에 넣으면 'Unknown Artist(알 수 없는 작곡가)'로 표시되던 것에서 착안했습니다. 말하자면 '무명'의 작곡가였던 거죠.

스프 커튼콜+ 선우정아
"그때 제 곡을 듣는 카테고리는 '알 수 없는 작곡가'였던 거예요. 그때부터 갖고 있던 음악적인 신념이나, 본능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걸 최대한 지켜나가겠다, 그런 뜻이 있죠. 지난번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는 좀 다른 편곡으로 불렀는데, 새삼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저 곡이 나온 지도 좀 됐고 그때하고 상황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는 알 수 없는 작곡가가 맞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알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재미있게 '알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알 수 없는 작곡가'의 가사 중에는 '변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변박'은 말 그대로 박자가 바뀌는 걸 말하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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