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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참 좋은 재택근무…우리 희망과 달리 건강엔 별로

By 조던 메츨 (뉴욕타임스 칼럼)

뉴욕타임스
*조던 메츨은 스포츠의학 전문의다.

요즘 미국 기업들은 대면 근무와 재택근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직원들은 자율성을 인정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사무실 복귀를 둘러싼 논쟁은 대부분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다. 원격으로 근무해도 노동 생산성이 똑같다면 직원들을 굳이 사무실로 불러들일 이유가 있겠는가?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고 할 때 재택근무는 분명히 출퇴근에 비해 돈이 덜 들고 편리하다.

물론 생산성은 중요한 요소지만, 우리가 지금껏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재택근무가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다. 재택근무라는 호사를 누리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재택근무가 몸과 마음의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

재택근무가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최근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결론은 엇갈린다. 어떤 사람은 운동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유대감을 높일 수 있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원격 근무의 장점을 든다. 반면 재택근무로 인해 운동량이 줄고 체중이 늘어나며, 고립감과 우울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는 대부분 진화생물학이 설명할 수 있는 결과로 보인다. 우리 주변 환경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은 그대로이다.

인간의 몸은 약 30만 년 전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인간은 움직여야 하는 존재다. 운동량이 늘어나면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특정 종류의 암, 그 밖에도 우울증, 불안증 같은 정신질환의 위험성이 낮아진다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건강해진다는 이야기다. 매일 움직이면 기분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운동은 그 어떤 종류의 예방의학보다도 효과가 방대하다. 앉아서 지내는 생활이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하루 동안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활동량이 줄어들수록 우리는 덜 건강해진다. 비활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명과 건강수명 모두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난다.

기술의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몸은 예방의학 측면에서 10만 년 전과 똑같은 운동량을 요구한다. 불행히도 기술과 편의는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치는 일이 많다. 말에서 마차,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동안 인간의 운동량은 점점 줄어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한 발짝도 떼지 않은 채로 식사를 주문하고, 관계를 맺고, 심지어는 일도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전, 즉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걷고 움직이던 시절 유골의 연령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무릎 관절염이 현대인보다 덜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3년간 이런 추세는 더 심해졌다. 팬데믹 기간 중 사람들의 걸음수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걸음 수 같은 비운동성 활동 열 생성(NEAT, 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이 팬데믹 이전보다 줄어들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걸음 수란 따로 시간을 내서 하는 운동에서 나오는 걸음 수가 아니다. 점심을 먹으러 오가는 길에, 회사에서, 지하철역과 주차장에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 걷게 되는 걸음 수를 뜻한다. 우리는 노화와 질병을 막아주는 운동의 효과에 크게 주목하지만, 이런 일상 속의 운동량도 질병 예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상 속 걸음 수는 매주, 매달 차곡차곡 쌓인다. 매일 시간을 내서 하는 운동도 건강에 좋은 움직임을 구성하는 한 요소지만, 비운동성 열 생성 역시 신진대사라는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돕는 석탄 같은 존재다.

현재 우리에게는 바로, 이 비운동성 열 생성, NEAT가 부족하다. 근거를 원한다면 스마트폰의 건강 앱 등을 사용해 자신의 걸음 수를 확인해 보자. 재택근무와 대면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다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의 걸음 수를 재어보자. 아마도 냉장고를 옆에 끼고 앉아 근무하는 재택근무 날보다 훨씬 더 많이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활동 부족은 병으로 이어진다. 미국인의 의료비는 GDP의 18%에 해당하는 4조 3천억 달러에 달한다. 다른 고소득 국가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의료비를 쓰면서도 수명은 서구 국가들 가운데 높은 축에 들지 못한다. 나라 전체로 보면 그다지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의료비 지출이 가장 큰 두 가지 질병인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은 의료비와 생산성 감소를 합쳐 각각 연간 5천억 달러를 잡아먹는 주범이다. 동시에 대체로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기도 하다. 미국인은 의료비에 돈을 가장 많이 쓰면서 가장 적게 움직인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절반 정도의 직장에서 재택근무가 여전히 표준이지만,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75%에서 80%의 직장인들이 이미 일터로 복귀했다. 운동량이 적어진다면 관련된 의료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재택근무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근무 형태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움직여야 하는 존재이듯 타인과 교류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뇌는 대면 관계를 맺을 때 더 활발해진다. 다른 사람과 얼굴을 마주할 때 우리는 보디랭귀지를 읽어내는 법, 의사소통에서 숨겨진 뉘앙스를 읽어내는 법, 다른 사람과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재택근무 기간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대면 소통이 컴퓨터를 이용한 교류로 대체되면 편하기는 해도 분명히 고립감이 생겨난다. 대면 교류가 가상 교류보다 더 강하고 오래가는 심리적 연결 고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준 뇌파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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