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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국이 한 대로 똑같이"…중국, 주말에 비자 재개?

[월드리포트] "한국이 한 대로 똑같이"…중국, 주말에 비자 재개?
한국의 중국발 입국자 제한 조치에 반발해 잇따라 보복 조치를 취했던 중국이 일부 보복 조치를 풀었습니다. 한국이 먼저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해제한 데 따른 상응 조치입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15일 "주한 중국대사관과 총영사관은 오는 18일부터 한국인 중국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10일, 하루 뒤인 11일부터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이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한 지 일주일 뒤부터 중국이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하기로 한 것입니다.

15일 주한 중국대사관의 발표문

중국, 한국처럼 "주말에 비자 재개"…주말엔 비자 업무 안 해


이번 중국 측 발표에는 한국의 조치에 대한 앙금이 묻어납니다. 먼저, 한국은 11일부터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는데, 11일과 12일은 주말이라 중국에 있는 한국대사관과 영사관이 모두 휴무였습니다. 비자 업무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때문에 사실상 13일부터 재개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도 한국과 똑같이 주말인 18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중국의 대사관과 비자센터 역시 주말에는 비자 업무를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월요일인 20일부터 비자 업무가 시작되니 20일부터 비자 발급을 재개한다고 발표해도 결과는 같은데, 한국 측이 발표한 대로 주말부터 재개한다고 밝힌 것입니다. 의도적인 발표라 할 수 있습니다.

주한 중국 비자센터 업무 시간. 주말에는 휴무라고 돼 있다.

중국, 곧바로 보복 조치 풀 듯하다가 말 바꿔


중국이 한국의 비자 발급 재개 조치 이후 일주일 뒤부터 비자 발급을 재개한다고 발표한 대목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지난해 말 중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한국 정부는 지난달 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규제에 들어갔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한국행 중국인 단기 비자 발급 중단이었습니다.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자 40일 만인 지난 11일부터 비자 발급을 재개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비자 발급을 재개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중국 정부는 곧바로 보복 조치를 푸는 듯했습니다. 지난 10일 한국의 비자 발급 재개 발표가 나온 직후 이뤄진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인의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대등하게 재개하는 것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외교부가 어떤 사안에 대해 '적극 고려하겠다'고 언급하는 일은 드뭅니다. 때문에 지난 주말이나 늦어도 이번 주초에는 중국도 단기 비자 발급 재개라는 상응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외교부의 말은 바뀌었습니다. 마오닝 대변인의 브리핑 이후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 발언록에는 "중국은 한국인의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적절한 시기에 고려하겠다"고 워딩이 수정돼 있었습니다. "적극 고려하겠다"는 표현이 "적절한 시기에 고려하겠다"로 바뀌었고, "대등하게"라는 문구도 빠졌습니다. 한국이 제한 조치를 푼다고 중국이 '대등하게' 곧바로 푸는 게 아니라, 한국의 다른 조치나 중국 상황을 본 뒤 '적절한 시기에' 보복 조치를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 중 민감한 내용이나, 혹은 '너무 나갔다' 싶은 내용이 있으면 이렇게 종종 내용을 수정해 홈페이지에 올려 놓습니다. 이런 수정문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실제 발언과 나중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발언록 비교. '적극 고려'라는 표현이 '적절한 시기에 고려'라는 표현으로 바뀌었고, '대등하게'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중국, 한국 조치 이후 7일 뒤 조치…비자 중단 기간 맞춰


이렇게 해서 나온 게 바로 "오는 18일부터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한다"는 내용입니다. 앞서 중국은 한국의 비자 제한 조치가 내려진 지 8일 뒤인 지난달 10일부터 중국행 한국인의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했습니다. 이번 해제 조치는 한국보다 7일 늦은 것이니, 전체 비자 발급 중단 기간 40일을 엇비슷하게 맞춘 셈입니다.

중국은 상응 조치가 늦어진 이유로 '기술적인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비자 발급 라인을 아예 새로 개통하는 게 아니라 40일 전 중단했다 다시 재개하는 것인 만큼, 기존 인력과 시스템으로 언제든지 재개가 가능합니다. 한국도 중간에 주말이 끼긴 했지만 금요일 발표하고 곧바로 월요일부터 비자 발급 재개 업무에 돌입했습니다. 기술상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우리가 한국보다 비자 발급 중단 기간이 짧을 수는 없다', '한국이 40일 동안 비자 발급을 중단했으니 우리가 이보다 더 일찍 풀 수는 없다'는 중국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비자 발급 재개를 발표하면서 한국인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PCR 검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를 유지하고 있으니, 중국도 PCR 검사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여러 모로 인구 14억을 가진 대국의 풍모로는 비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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