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외계인까지 소환하더니…'솥뚜껑' 보고 놀란 미국

카린 쟝 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동부 시간 어제(14일), 정례 브리핑에 나섰던 카린 쟝 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의 입에서 뜬금없이 'ALIEN(외계인)'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최근 격추된 (미확인 비행 물체들이) 외계인이나 외계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그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There is no, again no indication of aliens or extraterrestrial activity with these recent takedowns.)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동안 미국과 캐나다 상공에서 잇따라 격추된 미확인 비행 물체들이 외계인이 보냈다거나 외계 활동과 관련이 없다는 설명을 한 건데, 사뭇 진지한 대변인의 태도에 설명을 듣던 백악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외계인'까지 소환하는 호들갑이 생경하겠지만, UFO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미국에서는 지난 사흘 동안 이 비행체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외계에서 온 것 아니냐는 질문들이 실제로 제기되는 빈도가 점점 잦아졌다.

미국, 휴런호 상공에서 미확인 비행물체 격추

미국의 방공 최고 책임자인 NORAD(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의 벤 허크 사령관은 외계인의 소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말해 '외계설' 확산에 부채질을 했고, 격추된 비행체들의 잔해가 떨어진 곳이 알래스카의 언바다, 오대호의 하나인 휴런호의 수심 깊은 곳인 탓에 수거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잔해 한 점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궁금증은 더욱 확산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비행체들 역시 중국이 보냈을 거란 예측이 힘을 얻었고, 중국이 아니라면 러시아 같은 적성국일 거라는 분석도 자주 곁들여졌다. 대형이 아닌 만큼 정찰용은 아니더라도 미국의 방공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보냈을 거라는 설명도 나왔다. '외계설'까지 등장하며 불안감이 확산되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즉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끌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이 팀원으로 참여하는 '어벤져스급' 범정부 조사팀이 꾸려졌다.
 

정찰 아닌 상업 연구용 풍선 가능성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어벤져스'가 출동하자, 미확인 비행체의 윤곽이 하루 만에 잡혔다. 중국 정찰 풍선 사태 브리핑에 나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정보당국의 설명을 인용해 해당 비행체들이 상업 또는 연구단체와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Benign(무해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잔해 한 조각 수거하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무해하다"는 표현까지 쓴 걸 보면 정보당국을 통해 비행체의 운용 주체가 누구인지, 무슨 목적으로 날아다녔는지 등은 사실상 이미 파악한 듯싶다. 이제 잔해를 건져내 정보당국의 분석 결과와 잔해가 일치하는지만 남은 걸로 보인다.

커비 조정관은 최근 들어 갑자기 이런 괴비행체들이 NORAD 레이더에 잇따라 포착된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 정찰 풍선 사태 발발 이후 감시 레이더가 기존보다 높은 고도에서 천천히 비행하는 작은 물체도 식별할 수 있도록 감시 체계의 세팅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이런 비행체들이 별문제 없이 미국 영공을 수없이 날아다니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민간 비행기에 위협이 될 수 있어 격추했다던 당초 설명과는 잘 맞지 않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미 당국이 파악한 대로 '민간 상업 연구용 풍선'이라면, F-16 전투기와 AIM-9 공대공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동원해 전쟁하듯 군사작전을 벌인 결과치고는 허탈하다.
 

중국은 왜 하필이면 지금 '정찰 풍선'을 띄웠을까?

미국, 중국, 정찰기구

중국 정찰 풍선이 포착된 건 지난 3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려던 날이다. 알려진 대로 블링컨 장관은 출발 당일 방중을 즉시 취소했다.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사이에 표면적으로나마 오랜만에 해빙 무드가 조성된 터라 후속격인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 이 난리가 터진 거다. 일각에서는 미중 해빙 무드에 반대하는 중국 군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몰래 주도한 거라는 해석이 나왔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찰 풍선'은 늘상 있던 건데 '재밍(전파 방해)' 장치가 있어 과거에는 발견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시민들이 목격하면서 발각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또, '정찰 풍선'은 기실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갑자기 미국이 정색을 한 거라는 해석도 분분했다.

이쪽 사정에 밝은 한 워싱턴 정보 소식통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중국 체계상 군부가 시 주석 몰래 저런 일을 감행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미국의 방공 체계가 '재밍' 정도에 뚫릴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은 데다, 시민의 목격은 그리 중요한 태세 변환 요인이 안된다는 거다. 미국이 갑작스런 태도 변화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미국 외교 라인 내의 권력 다툼 또는 이견이 미국의 변화에 일부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차치하고서라도, 중국을 놓고 '주화파'와 '주전파'의 대립이 바이든 정부 내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건 조금 엿듣게 된 셈이다. 이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미중 두 나라가 다시 해빙 무드까지 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걸로 보인다. 적어도 미국이 확실하게 '정찰 풍선'으로 결론 내린 것에 대해서는 잔해 상당량이 수거됐고, FBI가 정밀 분석을 하고 있는 만큼 그 풍선이 '보고 들은' 내용이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