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정보국 "북, 핵탄두 소형화 성공"
특히 2017년 이후 5년 만에 재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 발사는 미국 타격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한 핵탄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미국 국방정보국 판단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미사일 성능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 사용범위를 넓혔다는 점도 경계할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타격 가능한 미사일과 핵 탄두 개발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입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그간 미국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것과 달리 자신들의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핵 위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North Korea has said its nuclear weapons are intended to deter an attack by the United States. Some analysts worry that the DPRK may become emboldened to launch attacks if it believes it has developed a sufficiently robust deterrent, or to use nuclear blackmail to achieve other policy objectives."
"북한은 핵무기가 미국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북한 스스로 충분히 강력한 억지력을 개발했다고 판단하게 되면 공격을 감행하거나 다른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 협박을 사용할 만큼 대담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 미 본토에 대한 잠재적인 직접 위협"…우리에게는?
위 내용을 토대로 따져 본다면 북한의 공격과 핵 위협 대상은 자연스럽게 미국과 한국이 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직접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또 보고서가 '잠재적인 직접 위협'이라고 기술하긴 했지만 촘촘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한 미국에게 어디까지나 '잠재적인' 위협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릅니다.
북한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핵무력 정책을 법령화했습니다. 3조에 김정은 등 지휘부 위험 시 자동 핵 타격을 명시한 걸 비롯해 6조에서는 5가지 핵무기 사용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북한 핵무력 정책 법령 (6조)
· 핵무기 또는 대량살륙무기(대량살상무기) 공격 감행/임박
·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핵 및 비핵공격 감행/임박
·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 군사적 공격 감행/임박
· 유사시 확전 및 장기화 저지, 전쟁 주도권 장악 위한 작전상 필요
·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 발생
이런 저런 조건들을 달긴 했지만, 판단 자체가 자의적일 수 있는 만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신들의 판단과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핵무장한 북한…'소규모 재래식 공격' 우려
우리에게는 이미 2010년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의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 해병대가 즉시 대응 사격에 나서긴 했지만 피해는 작지 않았습니다. 전사자 등 인명 피해는 물론,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안보 리스크가 다시금 부각됐습니다. 당시 대응 포격뿐 아니라 전투기를 동원한 응징 보복이 논의된 걸로 알려졌지만 실행으로 옮겨지지는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핵무장을 한 북한이 이런 국지 도발에 나설 경우 가장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핵무장을 한 북한을 상대로 상황이 복잡해지는 걸 원치 않는 미국이 오히려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걸 말릴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북한 도발의 정도에 따라 미국의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예단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핵무장한 북한의 위협은 실제 핵을 쓰든 쓰지 않든 우리에게 전과 다른 위협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