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정호영 관련 56개 자료 답변 거부…경북대, 최선입니까?

[취재파일] 정호영 관련 56개 자료 답변 거부…경북대, 최선입니까?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건 지난 10일입니다. 정 후보자를 '참 의료인'이라고 설명하면서, 전문성과 행정 역량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과 의료 공공성 강화 등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시선과 달리, 지명 뒤 2주가 지난 지금 정 후보자에게 남은 건 각종 의혹들입니다. 숫자를 일일이 세보지 않더라도, 초대 내각 국무위원 후보로 지명된 19명 가운데 가장 많은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비슷한 내용끼리 묶어 간단히 정리해봐도 10가지가 훌쩍 넘어갑니다.
 
1) '암 특효약은 결혼' 등 과거 칼럼 논란
2) 농리 대리 경작 및 위장 전입 농지 취득 의혹
3) 자녀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
4) 아들 논문 및 연구 행적 관련 논란
5) 아들 병역 특혜 의혹
6) 병원장 재직 당시 겸직 논란
7) 병원장 재직 당시 인권위 권고 무시 논란
8) 병원장 재직 당시 외유성 출장 의혹
9) 병원장 재직 당시 채용 비리 적발 논란
10) 경북대병원 운영 역량 부족 논란
11) 녹조근정훈장 공로 가로채기 의혹
12) 법인카드 부적절 사용 논란

이렇게 각종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자,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 과정을 담당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검증 자료 요구에 나섰습니다. 지난 22일, 정 후보자가 몸 담았던 경북대학교는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이 요구한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정호영 복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 답변서 제출한 경북대

웬만한 책보다 두꺼운 457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자료인데, 문제는 답변을 거부한 항목이 절반에 육박하는 소위 '빈 깡통'이라는 점입니다. 민주당 강선우·고민정·고영인·김성주·김원이·남인순·서영석·최혜영 8명 의원이 경북대에 요청한 자료는 모두 123건입니다. 이 가운데, 45.5%인 56개 항목에 대해서 경북대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공개 및 제공이 제한된다는 주장입니다.

정호영 복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에 대한 경북대의 답변서 중

내용이 비슷한 자료 요청을 제외해봐도 비공개 항목은 31개에 달합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한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황당함은 더 커집니다. 경북대는 정 후보자 자녀가 입학했던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 전형 평가위원들의 명단과 자녀에 대한 평가표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평가위원들이 정 후보자와 얼마나 인연이 있는지, 공정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었는지 등을 따져볼 검증 시작 단계부터 막힌 겁니다. 경북대는 전형별로 평가를 담당한 교수 숫자만 덩그러니 제출했습니다. (*당시 평가위원은 경북대 의대 교수로 구성됐습니다. 정 후보자가 졸업한 경북대 의대는 자교 출신 전임 교원 비율이 80%에 달합니다.)

정호영 복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에 대한 경북대의 답변서 중

또, 경북대는 정 후보자가 자녀가 입학했던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 의대 편입학 관련 협의체와 입학전형위원회 구성원 공개도 거부했습니다. 회의록 등 자료도 마찬가집니다. 정 후보자 아들이 입학할 수 있었던 특별전형이 논의된 과정과 당시 논의했던 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 겁니다. (*한시적으로 의대 학사 편입학이 허용된 2015~2020년 사이 전국 10곳의 국립대 의대 교수 자녀 8명이 의대에 편입했습니다. 자녀 2명이 모두 편입한 건 정 후보자가 유일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정 후보자 아들이 실제로 주 40시간 연구활동을 했는지, 정 후보자 자녀가 의대에서 정 후보자의 수업을 듣고 평가받은 적이 있는지조차도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정호영 복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에 대한 경북대의 답변서 중

심지어는 정 후보자 아들의 지도교수였던 경북대 전자공학부 박종태 교수가 아들이 참여했던 헬스케어 관련 사업 추진단장으로 재직했던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질의에 대해서도 경북대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박 교수는 당시 추진단장 직위로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제한된 정보가 아니었음에도 말입니다.

정호영 복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에 대한 경북대의 답변서 중

민주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로부터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서류 등을 제출 요구받은 때에는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 기밀에 관한 사항' 등을 제외하고는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단 겁니다.

또, 법제처도 국회법 제128조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라 인사청문회 관련 영상물 제출을 요구 받은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등을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실 제출은 정 후보자와 경북대가 앞서 내놨던 입장과도 배치됩니다. 정 후보자는 의혹 해명을 위해 나섰던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명예 회복'을 하겠다며 '검증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했고, 같은 날 경북대도 "일련의 의혹이 대학 자부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필요하다면 사정 기관의 감사, 조사 등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확실한 건, 지금 같은 불성실한 자세로는 의혹 해명은커녕 명예 회복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경북대는 자료 제출을 거부한 항목 외에도 정 후보자 아들의 공대 재학 시절 소속 연구실이 행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확인할 수 없다거나, 경북대병원은 학교와 별도 법인이라 관련 내용은 파악할 수 없다는 등 부실한 답변을 다수 포함시켰습니다. 정 후보자는 "국민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해명하겠다고 연거푸 강조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거기까지 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때 아닌 자료 요구 행렬로 격무에 시달리게 된 경북대 직원들을 생각해서라도,
모교를 다룬 부정적인 보도를 지켜보며 마음 상했을 경북대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일련의 의혹들을 지켜보며 분노하고 좌절했을 모든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경북대학교에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정말 이것이 최선입니까?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 경북대 의대 편입학 논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