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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靑 소통수석의 '文 정부 안보 자화자찬'…맞는 주장일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오늘(26일) SNS에 이번 정부의 방산 수출과 안보 예산 증가 등을 홍보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 정부 기간 진행된 개별 무기체계의 수출과 개발 성과도 늘어놨습니다. 방점은 대통령의 방산협력 업적에 찍었습니다.
 
정부의 홍보 책임자로서 정부 광고하는 글을 SNS에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홍보 책임자의 글인 만큼 팩트 체크와 맥락 확인, 분석의 정교함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번 SNS 글은 팩트의 왜곡, 맥락과 분석의 부재가 좀 심한 것 같습니다. 청와대 홍보 책임자의 근거 없는 자랑은 정부 당국자들에게 부질없는 자화자찬을 유도하는 잘못된 본보기가 될 뿐 아니라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 이번 정부 사람들은 ‘천궁-Ⅱ’를 입에 올리지 마시라
 
2017년 11월 송영무 국방장관과 청와대의 모 수석은 개발을 마친 천궁-Ⅱ의 양산 계획을 방해했습니다. 청와대 모 수석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의 전임자들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천궁-Ⅱ를 “5년 이내에 폐기될 노후 무기체계”라고 표현했습니다. 국방장관과 청와대의 유력 수석이 반대하니 천궁-Ⅱ는 사장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청와대와 국방부의 눈치를 무릅쓰고 많은 이들이 천궁-Ⅱ를 양산시키려고 애썼습니다. 끝내 천궁-Ⅱ를 살려냈고, 올해 실전배치와 UAE 수출 임박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박수현 수석은 SNS에 천궁-Ⅱ의 실전배치를 이번 정부의 성과처럼 썼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정부의 당국자들은 염치가 있다면 천궁-Ⅱ를 입에 올려선 안됩니다.
 
2017년 국방장관과 청와대 수석의 반대를 뚫고 양산된 국산 천궁-Ⅱ 미사일
박수현 수석은 ‘장사정포 킬러’로 불리는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 개발 완료와 양산 착수도 홍보했습니다. 전술지대지유도무기가 극비 ‘번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잉태될 때 거세게 반대하며 저격했던 사람들은 모두 현재 여당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입니다. 그럼에도 국방과학자들이 꾸역꾸역 10여 년 간 노력한 덕에 지난 2020년 빛을 봤습니다.
 
박수현 수석은 KF-21 시제기 출고와 3천톤급 잠수함 취역과 SLBM 수중 발사 성공, 군 통신위성 배치 등도 이번 정부의 공인 양 홍보했습니다. 운 좋게 때를 잘 만나서 과실을 수확했을 뿐이지 씨 뿌리고, 잡초 뽑고, 풍수해 넘긴 것은 이전 정부들의 몫이었습니다. 어떤 무기체계든 우리 모두의 오랜 노력의 결실로 개발됩니다. 일개 정부가 잘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 방산 수출 증대도 이번 정부의 공?
 
국산 무기의 수출은 출발점에서 종착역까지 길게는 10년 넘게 소요됩니다. 해외 유명 방산업체들이 개발한 무기들과의 경쟁을 뚫고 팔아야 하니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수출이 성사되면 박수는 오롯이 업체와 국방과학자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박수현 수석은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을 통해 1조 원 규모의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SNS에 썼습니다. 대통령 방문으로 성사된 계약이 아닙니다. 대통령 순방에 맞춰 꽃길을 깔아주려고 업체가 호주 정부와 계약 일정을 조정했을 뿐입니다. 
 
호주와 1조 원 규모의 수출계약이 성사된 국산 자주포 K-9
이런 일 많습니다. 업체들은 대통령 순방 일정에 맞춰 계약일을 늦추거나 당기기 위해 상대국과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입니다. 이 때문에 겪는 업체들의 수고로움이 작지 않습니다. 정부가 방산 수출을 돕는 길은 대통령이 외국 나갈 때 수출 계약일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라 상대국 원수 만나서 열심히 무기 세일즈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서울 아덱스(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때 대통령 방문 일정을 갑자기 변경해서 업체들의 수출 상담이 대거 꼬였던 일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보다 못해 기자도 청와대 안보실 고위 관계자에게 대통령 일정 변경 재고를 부탁했었는데 허사였습니다. 국내 업체들이 외국군 장성들, 외국 수입업체 측과 사전에 정한 미팅 일정이 숱하게 취소됐습니다.
 
● 방산 수출은 善, 방산 수입은 惡?
 
박수현 수석은 오늘 SNS에 “올해는 방산 수출 규모가 방산 수입을 훨씬 초과했다”는 강은호 방사청장의 말도 옮겨 적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방산 수출이 방산 수입을 초과했으며, 진정 초과했다면 왜 초과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방산 수출이 방산 수입보다 커진 것이 자랑거리인지도 되짚어 봐야 합니다.
 
방산 수출은 환영해 마땅함에도 안보, 국방과 직결되지 않습니다. 방산 수출은 본질적으로 기업이 돈 버는 행위입니다. 방산 수입은 우리 군이 첨단 무기를 들여오거나 기존 무기를 성능개량하는 일입니다.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방산 수입이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마냥 반길 사안이 아닙니다.

즉 방산 수출 증대는 안보와 별 상관 없지만, 방산 수입이 줄면 우리 군사력이 약화됩니다. 방산 수출은 선(善)이고, 방산 수입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방사청장이 무슨 의도로 방산 수출와 방산 수입을 함께 놓고 비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강은호 방사청장과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국방장관이 KF-21 미납 개발금 협상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방산 자화자찬을 자주 해서 그런지 방사청은 신이 났습니다. 인도네시아의 KF-21 분담금 중 30%를 현물로 받는 참 난처한 계약을 체결해 놓고도 강은호 방사청장은 “120% 만족한다”며 혼자 기뻐했습니다. 방사청의 한국형 전투기 사업단장은 인도네시아와 수정계약 체결한 데 강은호 청장의 노력이 컸다고 띄워주더니, 강은호 청장은 KF-21 2호기에 사업단장의 이름을 붙이는 기행(奇行)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 돈 안 드는 칭찬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그런데 고래를 칭찬하는 것은 고래가 아닐 터. 자화자찬하며 실속없이 혼자 우쭐대지 말고, 남의 칭찬 듣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안보와 국방을 놓고 주고받는 헛된 칭찬은 우리 군과 적의 오판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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