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자프로골프, JLPGA투어 통산 21승을 올리며 일본 열도에 '보미 짱' 열풍을 일으켰던 이보미 선수는 지난 2017년 8월 캣 레이디스 우승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해 올해는 일본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다음 시즌 시드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3관왕에 올랐던 이보미는 2017년 1승에 그치며 상금 랭킹 23위, 2018년에는 24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없이 상금 랭킹 83위까지 떨어졌습니다. 2019년에는 절치부심하며 상금 순위를 21위까지 끌어올리며 부활을 노렸지만 2020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때문에 일본 입국이 늦어지면서 지난해엔 고작 3개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해 상금 랭킹 60위에 머물렀습니다.
JLPGA투어는 2020년에 예정된 37개 대회 가운데 14개만 치러져 2020~2021시즌을 통합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열린 어스몬다민컵을 기준으로 21개 대회를 끝낸 뒤 시드 순위를 재조정하는데 여기서 높은 순위를 받아야 대회 출전 기회를 늘릴 수 있고 순위가 밀리면 대회 참가 기회가 줄어들어 상금 랭킹으로 정해지는 2022년 시드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상금 랭킹 60위로 2021시즌을 시작하는 이보미로서는 시즌 종료 시점에서 상금 랭킹 50위 안에 들어야 내년 시즌 풀시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전반기에 가능한 많은 대회에 출전해 상금 순위를 시드 안정권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보미는 3월 4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JLPGA투어 2021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 출전하기 위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14일) 출국했습니다. 출국 전 통화에서 이보미는 올 시즌에는 꼭 우승 소식을 전하겠다며 앞만 보고 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가면 먼저 2주간 자가격리해야 하는데 후원사가 운영하는 골프장에 머물면서 현지 트레이너와 함께 시즌 준비를 할 거예요. 개막전부터 7월 도쿄올림픽 개막 전까지 21개 대회가 있는데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되지 않는 한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하려고 해요."
이보미는 매년 해외로 동계 전지훈련을 떠났지만 이번 겨울은 처음으로 국내에 머물며 혼자 웨이트 트레이닝과 함께 샷을 가다듬었습니다. 지난 동계훈련에 동행했던 이시우 코치의 도움도 받지 않았습니다.
"드로(draw) 구질을 만들기 위해 스윙 교정 중인데 아직 100% 완성되지 않았어요. 저는 정말 드로를 잘 치고 싶어요. 일본 가서도 계속 연습해서 제가 원하는 구질을 만들면 올해 좋은 성적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보미는 지난해 11월 열린 이토엔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공동 3위에 오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는 꼭 우승 갈증을 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남편(배우 이완)은 새 영화 촬영 때문에 일본에 같이 안 가요. 2021시즌은 결혼 후에 개막전부터 제대로 시작하는 거니까 정말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해보려고요. 제가 지금까지는 시드 걱정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마지막 우승을 한 지 3년 6개월이나 됐고 이젠 상금 랭킹으로 자력 시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전반기에 꼭 우승 한 번 해서 시드 걱정도 날리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보답하고 싶어요. 올해 우승하면 결혼 후 첫 우승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이보미는 결혼 전보다 결혼 후에 더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겼다며 남편의 존재 자체가 투어 생활에 큰 힘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결혼 전에는 성적에 집착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그런 집착이 없어졌어요. 그렇다고 우승 목표나 욕심이 없다는 건 아니고, 제가 조바심 낼 때마다 남편이 곁에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서 마음이 편해지고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고, 남편이라는 존재 자체가 굉장히 든든해요. 저는 골프선수로서 저의 일을 프로답게 하고 오빠(남편)는 배우로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그렇게 각자 일에 몰두하면서 힘들 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면 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고 재미있게 계속 투어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빠가 항상 든든해요. 진짜."
3년 넘게 우승 소식이 없어도 이보미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노부타그룹, SK텔레콤, 혼마 등 후원사들과 재계약이 줄줄이 이어졌고, 마크 앤 로나와 새로 의류 계약을 하는 등 현재 10개 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성적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늘 저를 성원해주시는 분들이 눈물 나게 고맙고 그분들 생각하면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코로나19 때문에 대회장에 직접 오시지 못하는 팬분들 위해서 제 경기 모습이 TV 중계에 자주 나오도록 잘 쳐야겠다. 선두권에서 우승 경쟁을 해야 중계 화면에 자주 나오니까요."
이보미는 지난해 JLPGA 선수권 대회 기간에는 국내에 머물며 최종라운드 TV 중계방송 해설을 하기도 했는데 처음이라 어려웠지만 재미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참 어려웠어요. 준비 없이 갑자기 게스트로 해설 요청이 온 거라서 솔직히 코스에 대한 특징이라든지 정보도 없이 들어가서 한 거였거든요. 평소 많이 봐온 선수들도 있지만 같이 라운드를 안 해 본 선수들은 장단점을 모르니까 그런 것들 설명이 어려웠어요. 물론 잘 아는 선수들은 설명하기 쉽고 저만 아는 얘기를 할 수 있으니 재미도 있었는데, 아무튼 제 성격이 완벽주의라서 해설을 하려면 공부를 하고 제대로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면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해야겠다,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이보미는 꾸준하고 성실한 자기 관리와 항상 웃는 얼굴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행복한 에너지를 전파해 후배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됩니다. 지난달 KLPGA 2021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에서 363명의 출전자 가운데 1위를 차지해 1부 투어에 복귀한 유수연은 자신의 롤 모델이 이보미 선배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유수연은 "어릴 적부터 이보미 선배님을 존경해서 잡지와 기사를 수집했다. 긴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실력을 닮고 싶고, 밝은 미소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도 배우고 싶다. 나 역시 나중에 팬들에게 미소를 전파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수연 선수를 기사로만 접하고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라고 밝힌 이보미는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KLPGA 정규투어 시드전 수석을 차지한 선수가 저를 롤 모델로 삼는다니 참 고맙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며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유수연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고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도 전했습니다.
일본 무대 통산 21승으로 KLPGA투어의 영구 시드를 확보해 놓은 이보미는 투어 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안선주가 보유한 JLPGA투어 한국인 최다승(26승) 기록에도 도전하겠다는 각오입니다. 또 일본 무대 은퇴 후에는 국내에서 골프 꿈나무들을 육성하기 위해 최근 '이보미 골프 아카데미'를 설립해 자신의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