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부 넘게 팔린 화제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나왔습니다. 누구에게나 친구나 이웃 가운데 한 명쯤은 있을 법한 평범한 이름의 주인공 '김지영'을 통해 우리 사회 여성들의 '흔한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여성들의 공감이 폭발적인 만큼 일부 남성들의 거부감도 격렬했던 문제작입니다. 이 때문에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개봉에 즈음해 다시 한 번 젠더 이슈가 대한민국을 뜨거운 논쟁으로 달굴 거라는 예상이 쏟아졌습니다.
작품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순식간에 '페미니즘 문학'의 대표주자로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읽으면서 명성에 부합할 만한 감흥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문학성이나 작품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소설 속 김지영의 삶은 너무 익숙하고 '평범'했습니다. 너무 익숙하고 흔한 이야기다 보니, 굳이 '공감'을 이야기할 만큼의 특별함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할까요?
원작이 있는 영화가 나올 때마다 따라붙는 질문이 있습니다. 영화와 원작 중에 어느 쪽이 더 나은가? 만듦새나 작품성을 칼로 무 자르듯 비교할 수는 없지만, 스크린에서 만난 '82년생 김지영'은 '매체'의 차이만큼은 분명히 실감하게 합니다. 활자만으로는 담을 수 없었던 작은 표정 변화, 목소리의 떨림 같은 공감각적인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삶이 보는 이들의 더 많은 공감을 부릅니다. 그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는 의미기도 하겠지요.
"올해 본 영화들 가운데 손에 꼽을 만큼 인상적이었다"는 이도 있었는데, 놀랍게도 남성 기자였습니다. 책 표지나 영화 홍보 행사에 응원차 참석했다는 사실을 SNS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페미질'이 되고 '안티 페미' 세력의 무차별 공격을 부르는 '82년생 김지영'입니다. 그런데 그 작품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드는 남성을 만나게 될 거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어찌 보면 '미화'로 여겨질 수도 있는, 남성 관객들을 잡기 위한 계산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부를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대현은 영화를 만든 이들의 희망이 담긴 캐릭터라고 보는 게 옳을 듯합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 속에 증거가 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집니다. 활자에서 스크린으로. 달라진 캐릭터, 달라진 결말과 함께 다른 매체를 통해 관객들을 다시 만나는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사회에 다른 '메시지'를 낳을 수 있을까요? 증거는 댈 수 없지만, 만든 이들이 걸었던 희망에 함께 마음을 보태 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