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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뉴스가 왜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받지?

[취재파일] 뉴스가 왜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받지?
● '기묘한 이야기’
 
요즘 다시 부활해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SBS  ‘웃찾사’를 보면 ‘기묘한 이야기’ 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코너 중에 하나인데 우리가 흔히 하는 속담을 ‘상식의 잣대’ 로 들여다 보면서 웃음을 줍니다.  예를 들면 “누워서 떡 먹기? 누워서 떡 먹으면 체하기만 해요” 같은 식입니다. 기묘한 일이 SBS 뉴스에서도 벌어졌습니다.  SBS뉴스가 세계적인 권위의 디자인상인 독일iF 디자인상을 받았습니다. 뉴스가 디자인상을 받다니? 참 기묘하죠.
 
정명원 취재파일
사실 여러분이 보는 뉴스에는 생각보다 많은 디자인적 요소가 있습니다.  뉴스를 처음 시작할 때 나타나는 타이틀, 앵커의 뒷 배경에 있는 그래픽, 뉴스 내용을 요약한 자막, 그리고 뉴스 중간에 등장하는 각종 코너 타이틀 등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을 빼고는 뉴스를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내 방송사들은 뉴스에 어떤 디자인을 쓸 것인가에 대해 이렇게 결정해 왔습니다.

“이 색깔 쓰면 멋지네” “화려하게 움직이니까 좋네” “ A 방송사 뉴스 보니까 디자인 멋지던데 비슷하게 만들어봐”. 

물론 다른 방송사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직접 들어본 것은 아니니까 추정이긴 합니다만 SBS뉴스가 사용하던 디자인을 몇 주, 혹은 몇 달도 안 돼 아무렇지 않게 베껴 쓴 방송사들의 사례가 꽤 많다는 점에서 ‘합리적 의심’이라고 봅니다.  뉴스 디자인 개편 작업을 하면서 사내 변호사에게 알아봤더니 안타깝게도 뉴스에 사용하는 디자인은 로고 정도를 제외하고는 특허 등록 등을 통해 저작권을 인정받기 쉽지 않더군요.  아마 이런 점도 ‘벤치마킹’ 이란 이름의 ‘베끼기’가 판치는데 영향을 줬을 겁니다.
 
그래서 열정 가득하고 실력 있는 사내 디자이너들과  ‘뉴스 디자인 개편’을 논의할 때 접근 방식을 다르게 가보기로 했습니다. 단기적인 ‘뉴스 디자인’ 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보고  ‘SBS 뉴스 브랜드 아이덴터티(Brand Identity)’를 디자인 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터터(BI)’가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하면 SBS 뉴스라는 브랜드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전달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디자인을 통한 시각화로 인식을 심어주는 겁니다.  BBC 뉴스의 빨간 색과 시그널 음악, 혹은 코카콜라의 빨간 색 로고를 봤을 때 떠오르는 ‘어떤 느낌’ 처럼 SBS 뉴스의 디자인을 봤을 때 뭔가 느낌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전략을 세웠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은 혹시 다른 방송사가 베껴도 흉내만 낼 뿐 ‘원조 맛 집’의 느낌을 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어떤 느낌’
정명원 취재파일
SBS 뉴스 브랜드가 심어주고 싶어한 ‘어떤 느낌’ 은 ‘할 말을 하는 깊이 있는 뉴스’ 라는 이미지였습니다. 그리고 TF팀 내 디자이너들이 이런 느낌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찾은 ‘디자인 모티프’가 ‘프리즘(Prism)’입니다. 프리즘은 삼각형처럼 생기긴 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이 된다는 점에서 세상에 벌어진 많은 ‘사실’들을 투영해 ‘진실’을 찾고자 하는 SBS뉴스의 정체성을 구현하기에 적합했습니다. 눈썰미 있는 분들이라면 SBS 뉴스를 볼 때 눈치채셨겠지만, 뉴스에 등장하는 그래픽 요소들은 모두 이 프리즘 모형에서 변형돼 만들어 집니다. 
정명원 취재파일
그렇게 SBS 뉴스의 통일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고,  뉴스 별 차별화는 ‘고유의 색깔’을 통해 만들었습니다.  메인 뉴스 ‘SBS 8 뉴스’는 ‘SBS 블루’, 아침뉴스인 ‘모닝 와이드’는 주황색, 마감 뉴스인 ‘나이트라인’은 보라색이 고유 색깔입니다.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SBS 뉴스 브랜드 아이덴터티(Brand Identity)를 커뮤니케이션 부문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이렇게 브랜드 정체성을 디자인을 통해 통일되면서도 차별화시켰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가 ‘뉴스 브랜드 아이덴터티’로 세계적인 권위의 디자인상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함께 1년 여 동안 동고동락한 TF팀 내 디자이너들의 역량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처음에는 기자가 디자인상에 대해 제대로 알 일이 없었기 때문에 독일 iF 디자인상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독일 레드닷, 미국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을 꼽히는 상이며 가장 오래된 권위를 가지고 있더군요.  출품하면서도 별로 기대를 안 하면서 냈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이 SBS 뉴스 브랜드 디자인이 전달하고자 취지를 좋게 평가해 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문제는 앞으로겠죠. 뉴스는 디자인으로만 평가 받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앞으로 얼마나 또 어떻게 노력을 해 나가야  ‘SBS 뉴스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바로 그 ‘어떤 느낌’을 시청자들이 그대로 받을 수 있을까? 아마 브랜드 아이덴터티의 완성은 시청자들이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느낌을 똑같이 느껴줄 바로 그 때서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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