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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만병에 다 좋다" 웅담캡슐 실체 들여다보니…

웅담캡슐 ②

[취재파일] "만병에 다 좋다" 웅담캡슐 실체 들여다보니…
  “이것만 드시면 간암, 유방 암, 유선 암, 위암 등에 다 좋습니다.” (중국 A 곰 농장 판매원)
 “드셔서 설사가 나오면 장염이 낫는 겁니다. 설사가 나와도 계속 드시면 장염이 떨어집니다. 암에 좋고 몸이 아픈데 다 좋습니다.” (중국 B 곰 농장 판매원)


중국 현지에서 웅담캡슐을 판매하는 곰 농장 직원들이 한 말입니다. 어떤가요? 이런 약이 있다면 노벨 의학상을 진작 받았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 번만 생각하면 얼마나 과장이 심한 지 알 수 있는 말이지만, 워낙 말솜씨가 좋아서인지 현장에서는 유혹에 넘어가 사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있습니다. 웅담이 ‘동의보감’에 거론됐다는 이유로 걸핏하면 ‘동의보감’을 내세워 만병통치약이라고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웅담캡슐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웅담캡슐은 곰 사육 농장에서 사육되는 반달곰의 쓸개즙을 채취해 만듭니다. 진짜 곰 쓸개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면 말입니다. 쓸개즙을 만들어서 건조를 시키면 딱딱한 형태의 웅담 분이 되는데 이 웅담 분을 잘게 가루로 만들어 빈 캡슐에 넣은 것이 웅담캡슐입니다. 베트남 곰 농장에서는 지금도 쓸개즙 액을 주로 팔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정부 단속이 심해진데다 혐오감을 줄이기 위해 이런 식으로 쓸개즙을 웅담캡슐로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쓸개즙을 채취하는 반달 곰들의 건강 상태가 문제입니다.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관을 꽂아서 쓸개즙을 채취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감염이 돼 있고, 좁은 우리에서 사료를 먹고 지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병에 걸린 곰들이 많습니다. 반달 곰을 곰 농장에서 구조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국제적인 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 아시아가 구조한 곰을 살펴봤더니 이들 중 30%가 간암에 걸려있었고 나머지 곰들도 정신병이나 감염 등 갖가지 질병에 걸려있었습니다. 이렇게 질병에 걸린 곰들의 쓸개에서 추출한 쓸개즙으로 만든 웅담캡슐이 과연 건강에 좋을 수 있을까요?

의학적 자문을 받아봤습니다. 먼저 국립 암 센터 명승권 박사에게 자문을 받아본 결과 곰 쓸개 즙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어떤 임상적인 연구 결과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의학적으로 곰 쓸개즙의 성분 중 85%는 물입니다. 나머지 10%는 담즙산염, 5%는 지방, 무기질 등입니다. 이 담즙산염 성분 가운데 곰 쓸개즙에 있는 독특한 성분이 UDCA인데 흔히 간 기능 개선제로 쓰이는 약에 일부 사용하는 성분입니다. 하지만 의학적 사용을 위해 성분을 가지고 합성을 한 것이지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며 극히 미량을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성분이 독성이 강해서 부작용이 크기 때문입니다. 임상 실험한 결과를 봐도 고용량으로 곰 쓸개즙에 담긴 성분인 UDCA를 사용하게 되면 간이 안 좋은 환자의 사망률을 높이고 간경변 환자의 경우 식도에 정맥이 부풀어지면서 터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에 질병이 있는 환자가 아니더라도 복통이나 위장, 간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곰 농장에서 질병 있는 곰들로부터 추출한 쓸개즙이 가지고 있는 다른 문제는 세균 감염입니다. 곰이 간암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그 쓸개즙을 먹은 인간이 암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은 우리 인체에 들어올 경우 감염 위험성을 높이게 됩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동의보감에 정통한 한의학 박사 최서형 위담한방병원장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의사들이 미량의 웅담을 치료목적으로 사용하기는 합니다. 독성 때문에 미량을 사용하는데 한의학에서 웅담을 좋은 약재로 거론하는 이유는 야생에서 돌아다니면서 산삼, 약초 등을 먹으며 건강하게 지낸 곰의 웅담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병에 걸려 있는 곰의 웅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쓸개즙을 그냥 마시는 것은 독을 그대로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효과는커녕 큰 질병을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더욱이 자주 마셔서 쓸개즙 중독이 되면 간하고 콩팥을 손상시키고 혈뇨와 복막염을 초래한다고 했습니다.
웅담_500

실제 베트남에서는 곰 쓸개즙에 중독돼 숨진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확인한 것만 4명인데 공통적인 현상은 죽음 사람들의 피부가 점점 더 어두워지면서 검은 색에 가깝게 변한 채 숨졌다는 겁니다. 간 경변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위험할 수 있는 제품이지만 보신제품을 맹신하고 있는 일부 한국인 관광객들은 여전히 웅담캡슐 등을 국내로 불법 반입하다가 적발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세관 휴대품 압수창고를 가보면 이런 물건들이 쌓여있습니다. 한 달에 1번씩 소각시켜 없애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양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제품을 세관이 분석해 보면 웅담제품이라고 팔린 것들의 성분에서 곰의 성분이 아니라 돼지의 쓸개 성분들이 검출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곰 쓸개조차 사용하지 않은 가짜들도 있다는 겁니다. 곰 쓸개 성분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인체에 해로운 납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여행사의 장삿속과 보신제품에 대한 근거 없는 맹신으로 세계 최대 곰 쓸개즙 고객 한국인 관광객들은 독이 될 지도 모를 제품을 만병통치약으로 믿고 사서 먹고 있는 현실이 부끄럽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일부 대형 여행사들이 곰 농장을 방문하는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곰 농장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흐름이 확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도 간에는 좋겠지? 안 먹는 것보다는 몸에 좋지 않을까? 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기적의 만병통치약을 사겠다며 괜히 돈을 낭비하고 몸까지 버리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자세한 취재 내용을 이렇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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