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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종률 투신 소식에…검찰 간부 "어찌 하오리까?"

[취재파일] 김종률 투신 소식에…검찰 간부 "어찌 하오리까?"
  김종률 전 의원이 한강에 투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뒤, 대검의 한 고위 간부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검찰 수사 때문에 죽었다고 너무 몰아가는 기사는 좀 안나가게 부탁하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술 나왔을 때 그냥 체포해 버릴 걸 그랬어." 

  김 전 의원은 알려진 대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모 바이오 기업의 대표에게서 금융당국 간부에게 돈을 준다며 5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김 전 의원은 당초 해당 금융당국 간부에게 돈을 건넸다고 하다 거짓말이 들통나자 자신이 '배달사고'를 냈음을 뒤늦게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사고' 사실이 탄로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전 의원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검찰이 피의자를 구속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조사를 하다가 혐의 사실이 입증되는 순간 긴급체포를 한 뒤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검사는 이런 방식을 썼다. 최근 많이 쓰는 방법은 사전구속영장이다. 피의자 조서를 받고 일단 돌려보낸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다. 긴급체포에 따른 인권침해의 우려를 없애기 위한 목적이 크다.

 내게 전화를 걸어온 대검 간부의 탄식이 나오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김 전 의원이 혐의를 인정했을 때 바로 긴급체포를 했더라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검찰이 피의자의 자살을 우려해 체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CJ로부터 3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전 전 청장이 자살을 생각할 만큼 괴로워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조사 도중 전 전 청장을 체포했다고 귀띔해 줬다. 인권을 생각하자니 자살할까 두렵고, 자살을 막자니 인권침해라는 비난이 도사리고 있다.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다.

 가까이는 한국 드라마계의 거목 김종학 PD가 좁디 좁은 고시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년 전엔 정몽헌 전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12층 건물에서 뛰어 내려 생을 마감했다. 모두 검찰 수사를 받는 도중 일어난 일이다. 기억나는 유명인사들만 해도 부지기수다. 장삼이사들까지 더하면 그 수가 얼마나 될 지 짐작조차 어렵다. 폭행이나 폭언이 없어도 수사를 받는다는 일은 그만큼 견디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얘기다.

 딱히 '이거다' 싶은 해결 방법은 찾기 어려운 문제다. 공자님 말씀 같겠지만, 검찰은 '혹시나'하는 부분까지 잘 살펴야 한다. 검찰의 칼 끝이 목을 겨누는 순간, 생을 포기할 만큼 겁이 나는 일이니 말이다. 조사를 받는 사람들은 '생명'의 고귀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어떤 목숨도 함부로 내던져서는 안될 일이다. 비극의 악순환의 고리가 그만 끊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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