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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당신이 40대라면?

은퇴 보릿고개 대처법②

[취재파일] 당신이 40대라면?
대부분 정년 퇴직을 하는 50대 중반부터 국민연금 지급이 시작되는 65살까지의 10여년을 뜻하는 신조어, 은퇴보릿고개. 이 은퇴보릿고개를 넘는 방법을 고민하는 두 번째 글은 예비은퇴자라고 할 수 있는 40대들의 이야기입니다. 취재 중에 만난 여러 40대 분들의 은퇴에 대한 생각은 다소 복합적입니다. 바로 앞 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지만, 사교육비와 대출 등으로 딱히 제대로 준비해 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가급적 은퇴관련 실질적인 정보를 드리기 위해 중산층 40대 직장인과 40대 자영업자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의 걱정거리와 자산 구성 등을 보여준 뒤 객관적인 은퇴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형식을 택했습니다.

16년 차 금융회사 직장인 박용범씨를 만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박씨는 요즘 부쩍 은퇴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박씨와 바로 옆 책상에서 함께 일해 온 가까운 선배들이 하나 둘씩 정년 퇴직을 맞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서서히 은퇴가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정신 없이 직장에 몰두해야 하는 시기여서 차분히 은퇴 이후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없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 불안한 마음은 크다고 했습니다. 최근 국민연금 지급 시기가 자꾸 더 늦춰질 것이란 말들이 들리고 연금 재정 문제도 계속 거론되면서 더 불안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국민연금은 재정이 고갈돼도 국가에서 빚을 내서라도 지급을 해 주기는 하지만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국민연금 지급시기가 계속 늦춰지는 것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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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있더라고요. 직장 생활은 전쟁이다. 그렇지만 직장을 나가면 지옥이다라는, 꽤 공감이 가더라고요.”    

박씨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는 계기도 있었습니다. 기업 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 씨는 자신이 담당하던 고객 기업의 임원이 퇴직을 한 뒤 보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회사의 재정이나 비전 등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훌륭히 설명해 왔던 임원이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선 뭘 해야 할 지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점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취재팀을 만났을 때 박씨가 털어놓은 고민은 준비가 부족한 노후 생활 자금이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40대 직장인이 비슷하게 갖고 있는 고민일 겁니다.

분석을 위해 박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받아 대한민국 1세대 은퇴 전문가 중 한 명인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 소장을 찾았습니다. 우 소장은 자신도 올 초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 직을 그만두고 한국은퇴연구소를 차린 뒤 은퇴자 협동조합 출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 소장은 박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뒤 대출을 우선 갚아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박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80%가 부동산이었고 연금과 보험료는 월60만원을 지출하고 있었고 저축의 80%는 예금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부동산 때문에 대출을 받은 것이 꽤 있었습니다. 우 소장은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금의 부담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은퇴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대출을 없애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득 발생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우 소장은 또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는 박씨가 투자의 상당부분을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은 낮은 예금에만 넣고 있으니 재직 기간 중에라도 수익률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증가와 자녀 진학과의 상관관계가 그리 크지 않다며 지나친 사교육비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했습니다. 은퇴 전 대출을 가급적 상환하고 지나친 자녀 사교육비는 서서히 줄여가야 한다는 진단, 저 같은 40대 직장인들이 한 번쯤 검토해 볼 만한 조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째 식당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 정진호씨를 찾아간 이유는 정년 퇴직이 없는 40대 자영업자들은 ‘은퇴’에 대한 생각이 어떤 지를 듣고 싶어서였습니다. 정 씨는 취재진을 만나자 자영업자가 정년 퇴직이 없기는 하지만 변동이 큰 경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경기가 괜찮을 때는 노후 준비를 위해 연금 등에 가입을 한 적도 있지만 경기가 안 좋아져 한 푼이 아쉬울 때는 원금 손실을 보면서도 다시 해약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벌써 10번 이나 그런 과정을 반복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건강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으니 언제까지 장사를 계속 할 지 알 수도 없는데 준비한 노후자금은 없다는 것이 정씨의 고민이었습니다. 장사를 해도 인건비와 월세 등으로 나가면 남는 것이 없다는 점도 걱정이었습니다.

은퇴교육전문가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교육연구소 센터 장과 함께 정씨 가게를 방문했을 때 정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김 센터장의 진단은 월 300만원이나 이자로 나가고 있는 과도한 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 방법은 세 식구가 살기에는 상대적으로 큰 50평 대 집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출 이자로 월 300만원씩 나가는 구조를 지속하고서는 장사를 해도 남는 것이 별로 없을 수 밖에 없고 노후자금 준비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소 가격을 낮추더라도 집 규모를 줄인다면 정씨는 생활의 숨통이 트일 수 있고 집 규모를 줄이게 되면 나중에 부족한 노후자금을 주택연금을 통해 보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규칙한 경기변동에 민감한 자영업자의 특성을 감안할 때 투자는 가급적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쪽에 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습니다. 자영업자의 경우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운용하는 ‘노란 우산 공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혹시 경기 불황으로 가게가 문을 닫더라고 여기에 넣어둔 돈은 남을 수 있고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습니다. 투자는 안정적으로 하고, 집 규모를 줄여 부채를 최소화하고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 40대 자영업자의 은퇴 생활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이었습니다.

은퇴 이후 생활에 관한 부분은 개인 별로 사정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일반화시켜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40대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사례를 공식처럼 적용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은퇴 이후 삶을 설계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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