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구멍 뚫린 LPG용기 안전검사 (하)

[취재파일] 구멍 뚫린 LPG용기 안전검사 (하)
2,251명!

최근 10년 동안 LP가스 폭발로 죽거나 다친 사람 숫자입니다. 가스 폭발 사고의 75%가 LP가스일 정도로 LP 가스 폭발은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다치게 하는 원인입니다. 크고 작은 LP가스 폭발사고는 잇따르고 있는데 좀처럼 사고를 근절시키기 위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8월 삼척 사고로 41명의 사상자가 생겼지만, 우리는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LPG 용기 안전검사 부실 문제에 대해선 이미 지적이 됐습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우윤근 의원이 LP가스 용기 100개 중 4개 꼴로 불량이라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LPG 용기 안전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지를 위탁 받아 감독하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의 3차례 불시점검에서도 23개 검사소의 절반에 가까운 11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노후 LPG 용기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인데도 2010년 LPG 용기 재검사 주기를 오히려 늦췄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2010년 전까지는 15년 미만 용기의 경우 3년, 15년에서 20년 된 용기의 경우 2년, 20년 이상은 매년 검사를 받도록 돼 있었는데 이때 시행규칙을 개정한 이후부터는 20년 미만은 5년, 20년 이상은 2년으로 재검사 주기가 완화됐습니다. 용기가 낡아서 더 자주 받아야 하는데 덜 받게 한 셈입니다.

내압검사는 선진국에서도 법적 필수 검사입니다. 국민 안전에 중요한 검사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검사소에서 내압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사실이 1차례라도 적발되면 검사소 허가를 취소하고, 미국에서는 내압검사를 할 때 검사당국 직원이 반드시 입회를 하도록 해 놓고 있습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우리와는 다른 모습입니다.더 큰 문제는 이런 점들이 지난해 지적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취재진은 LPG 용기 안전에 필수적인 검사 항목인 내압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찾았습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시,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검사소 관리 업무를 위탁 받아 검사소가 검사를 잘 하는 지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미 자신들도 현재 검사소들의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놓고선 취재진에게는 내압검사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의 동행취재 요청도 해당 검사소 관계자들이 불편해 할 수 있다면서 거절했습니다. 국민 안전을 위해 만든 기관에서 보여주는 태도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미지
그런데 한국가스안전공사의 도움 없이도 취재가 계속 진행돼 방송 일자가 다가오자 갑자기 가스안전공사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전국 지정 검사소에서 자신들이 점검하러 가지 않을 때는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막을 대책을 세웠다고 알려왔습니다. 북한의 핵 실험으로 [현장21] 방송 일자가 일주일 미뤄지자 서둘러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습니다. [SBS 8 뉴스]에서 먼저 해당 소식을 전했습니다. 전국 23개 지정 검사소에 직원을 상주시켜서 내압검사가 진행되는 지를 전수조사 하겠다는 겁니다. 행정당국과 함께 합동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후 좀더 장기적인 대책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불과 일 주일에 마련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을 20년 가까이 실시하지 않았던 이유를 물었더니 인력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한국가스안전공사는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예산과 인력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 지는 해당 기관의 가치와 지향점이 반영되는 것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가스안전공사에게 있어서 LPG 용기 안전검사라는 부분은 지금까지 골치 아픈 문제일 뿐 우선 순위에서는 밀렸던 항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저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바랬던 것은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이제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게 돼 반갑습니다. 언론에서 지적할 때만 반짝 대책을 시행하고 슬그머니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면 국민안전을 중시하는 박근혜 정부가 마땅히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LPG 용기를 사용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다투는 일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에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꿀 때 안전에 무게를 두겠다고 한 만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