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크라이나 동부의 한 도로에서 민간인 부부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당시 근처에 있던 우크라이나군이 상황을 파악하고 드론에 쪽지를 매달아 보냈던 것인데, 그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김영아 기자입니다.
<기자>
들판 사이로 난 황량한 갈림길에서 한 여성이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무엇인가를 외칩니다.
여성이 가리키는 곳에는 한 남성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이지움 근처에서 도로를 달리던 한 부부의 차량에 러시아군이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포탄 파편에 맞은 남편과 아내는 가까스로 승용차 밖으로 나왔지만, 불과 30m 거리에 진을 치고 있는 러시아군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던 상황.
이 장면이 마침 이곳을 정찰하던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포착된 것입니다.
러시아군과 교전을 우려한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되돌린 뒤 쪽지를 매달아 다시 부부 쪽으로 보냈습니다.
"따라오세요."
[발레리아/러시아군 포격 피해자 아내 : 그 당시엔 러시아군 드론인지 우크라이나군 드론인지, 어느 편 드론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 아내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혼자서 드론을 따라 메마른 평지를 가로질러 걸어가 우크라이나군에 구조됐습니다.
영상에는 아내가 떠난 직후, 러시아군이 홀로 남겨진 남편을 산 채로 구덩이에 던지는 장면도 그대로 담겼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구덩이 속에서 하루를 버틴 뒤 우크라이나군 진영을 찾아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안드리/러시아군 포격 피해자 : 걸어가는 데 30~40분 정도 걸렸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가는 동안 수도 없이 멈춰야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드론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과 수집한 자료들을 근거로 부부에게 발포한 러시아 군인을 찾아내 전쟁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러시아군은 그동안 제기된 모든 전쟁범죄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드론 카메라에 담긴 이 영상은 한 우크라이나 감독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영상편집 : 박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