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개성지사의 직원들이 모두 귀환했다. 부장급 지사장 한명과 세사람의 직원, 그들의 귀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전 직원의 복귀에도 개성공단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다. 우리 정부가 단전을 명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측 관리위원회 사무실과 개별 공장들은 문이 잠겼고 북측이 그것을 강제로 열든 말든 모든 설비 시설물에 봉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에는 북한 근로자들을 관리하고 남측과 업무협의를 담당하는 북한의 개성공단 관리총국 위원회가 있다. 이 시간 가장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 곳은 관리총국 사무실일 것이다.
우리 정부의 단전 조치가 현실화되면 개성공단은 암흑천지가 된다. 공장들 사이를 가르는 대로의 가로등이 모두 꺼지고 심지어 북한 관리총국 사무실의 불도 꺼지게 된다. 공단 접수 업무를 하는 북한의 관리인들은 촛불을 켜고 밀린 임금을 계산해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 수자원공사의 정수장도 전기를 공급해야 돌아 간다. 정수장은 공업용수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개성시내 식수도 일부 담당한다. 단전으로 정수 기능이 마비되면 당장 개성 시민들이 물 부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전력사정이 열악해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끌어올 수도 없다. 그런 설비를 신속히 갖출 기술과 자금력이 부족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단전 조치를 하지 않고 최대한 오래 개성에 전기를 공급해 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한전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단전 조치 여부와 관계없이 개성에 전기가 끊기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남한에서 전기를 보내면 그것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 관리하는 인력과 기술이 필요한데 북한에는 그것이 없다. 우리 한전 직원들이 그 일을 전담해왔고 소수 북한사람들은 경비업무만 도왔을 뿐이다. 기술 보안상 전기 설비를 운용하는 기술은 북한 사람들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 따라서 무인 가동을 하게 되면 고장에 대처할 수 없고, 설비 유지관리를 할 수도 없게 된다. 설비에 심각한 고장이 생기든, 극단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든 사전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전 직원들은 설비에 대해 수시로 순시하고 점검하는 업무를 해왔다. 설비는 방치되면 고장날 확률이 높아지고 고장이 나면 응급조치하고 복구해야 하는데 그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더구나 철수하면서 중요 장비, 고가 장비들은 모두 가지고 내려온 것으로 알려진다. 더더욱 비상시 대응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한전 직원들이 철수할 때 북측이 장비는 두고 가라, 고장나면 어떻게 할 거냐 면서 생떼를 부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만일 우리 정부가 단전 조치를 최대한 미루고 개성공단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제일 가까운 한전 파주,고양지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고장이나 응급상황시 개성으로 긴급 출동을 해야 하는데 북측이 문을 열어주어도 한시간 가량 걸린다. 입,출경이 자유롭지도 않은 상황에서 참 어려운 일이다. 또 만의 하나, 북으로 전기를 계속 보내면 그 쪽에서 전기를 훔쳐 쓰는 행위, '도전'을 할 수도 있다. 한전 간부는 도전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감전사고가 난다거나 했을 때 책임 문제 등을 걱정했다. 게다가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북측에 장기간 전기를 공급하면 그 전기료 정산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이유로 나는 전기공급 문제가 개성공단의 향후 진로를 결정하는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전기가 끊겼을 때 북한당국이 느끼는 파장은 상상 밖으로 강력할 것이다. 물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개성 시민들, 하루 아침에 폐허 도시로 변한 개성공단, 지정학적 관점에서 개성공단을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투자처로 활용할 수도 없어서 북한의 고민은 커질 것이다. 그 고민은 더 강력한 반발을 불러 오거나, 아니면 대화의 국면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전기가 없는 개성공단. 조심스럽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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