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끝에 공개된 캠프의 위치는 이른바 여의도 내 '명당'이었다. 지난 97년 김대전 전 대통령이 대선 사무실을 열었던 바로 그 빌딩으로, 층수도 당시와 같은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 문을 연 탓에 이렇다 할 사진이나 슬로건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 '카페형 공간'… 빨간색 눈길
기자실은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면 바로 문 옆에 있다. 2층이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기자실에 들어서면 빨간 색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기자실 답게 연단과 마이크가 설치돼 있지만 브리핑석 뒤 쪽에는 유리벽을 설치해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유리벽 뒤에는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키가 높은 의자와 그에 맞는 일자형 테이블에 놓여 있다. 그 뒤에는 둥근 탁자와 의자들도 몇개 내놨다. 유리벽 뒤 풍경만 보자면 영낙없는 카페다. (물론 실제로 타 먹을 수 있는 커피도 구비돼 있다.)
유력 주자 캠프답게 분위기도 활기차다. 브리핑 석 앞쪽에 대변인실이 마련돼 있지만 이상일·조윤선 두 공동 대변인은 자리를 지키기보다 수시로 기자실을 돌며 분위기를 챙긴다. 공보팀 실무진들도 기자실에 상주하며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제공한다.
◈ 유리문 앞 보안장치
하지만 열린 공간은 어디까지나 기자실과 대변인실에 국한된다. 전략기획과 일정, 정책, 메시지 등을 담당하는 실무진 사무실은 '철통보안'이다. 보안을 중시하는 박근혜 전 위원장 캠프 답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 박 전 위원장이 가장 많이 내린 지시가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세요!"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캠프 개방 초기, 한 기자가 평소 안면이 있던 실무진과 이야기를 하며 함께 사무실로 들어가려다 보안장치 달린 철문 앞에서 제지당하면서 또 한 번 '불통'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캠프 측은 즉시 철문을 유리문으로 교체했지만 보안장치는 여전히 경계심 어린 불빛을 반짝거리며 외부인들을 걸러내고 있다.
철통보안을 자랑하고 있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캠프이지만 비밀이 늘 지켜지는 건 아니다. 캠프 인선을 발표했던 지난 5일, 실무진 사무실에서 캠프 구성안 발표를 위해 문서 작업이 한창이던 중에 갑자기 한 통신사 홈페이지에 인선 내용 기사가 '딱'하니 뜨면서 캠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캠프 인선 최종 결정을 위해 박근혜 전 위원장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서울 시내 호텔에 모여 회의를 했던 상황이 한 일간지에 그대로 묘사되기도 했다. 누군가 '발설'하지 않았다면 결코 기사화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다.
◈ '비박' 캠프 잇단 '폐업'
지난 6일 찾아간 김문수 경기지사의 캠프는 조용했다. 기자실로 마련한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여기 저기 붙여 놓은 김문수 지사의 사진이 김 지사 캠프임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사무실은 몇몇 실무진들이 남아 지키고 있었다. 핵심 참모라고 할 수 있는 전·현직 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 주자인 김 지사 본인이 경선 참여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밝힌 뒤 장고에 들어간 터라 경선 캠프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정책 발표도 일정 공개도 모두 중단된 상황이었다.
같은 건물 9층에 있는 정몽준 의원의 캠프도 사정은 비슷했다. 아니 더 '고요'했다. 정몽준 의원의 사진 한 장 없어 모르고 온 사람 같으면 일반 사무실로 착각할 정도였다. 오랜 기간 대선을 준비해 온 정 의원인지라 싱크 탱크 등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선 캠프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활력은 없어 보였다. 정 의원 역시 본인이 요구했던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요구가 사실상 거부되면서 당시에도 경선 불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런 마당에 북적이는 캠프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는지 모른다.
최근에는 캠프 사무실에서 냉방기를 뗐다는 말까지 돌았다. 사실이라면 신고한 개인 재산만 3조 원대인 정 의원이 돈이 없어 그랬을 리는 만무하고 경선에 대한 캠프의 현재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정 의원은 오늘(9일)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이재오 의원의 캠프는 종로에 있다. 지역구 의원 사무실과 종로 사무실을 이원체제로 운영해왔는데 이 의원 역시 경선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 맥빠진 경선… 2등 싸움도 없다?
이재오, 정몽준 의원이 경선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재 상태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독주가 예상된다. 비박근혜계에서 경선 흥행은 없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 추이를 놓고 볼 때 박 전 위원장의 독주는 어차피 예상됐던 사안이다. 흥행 자체보다는 당내 유력 주자의 포용성, 당내 다양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말이 더 타당할 듯 하다.
그렇다면 2위 싸움은 어떨까? 김문수 지사가 경선 참여로 선회할 경우 김태호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4파전이 예상된다. 일단 김문수 경기지사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젊은 이미지를 앞세운 김태호 지사의 추격이 만만치는 않을 듯하다. 흥행을 고려한 주류 측의 표 지원도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어차피 한 날 투표하고 다음날 동시 개표하는 새누리당의 경선 시스템상 지역별 흥행몰이는 어려울 듯하다. 경선 흥행보다 후보를 정해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주류 측 생각은 이런 상황과 맥을 같이 한다. 경선 흥행에 기대를 거는 야당과 본선 후보(이변이 없는 한 박근혜 전 위원장)의 흥행 몰이에 희망을 거는 여당 가운데 연말 대선에서 어느 쪽이 웃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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