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 쓴 단어는 무더기, 줄줄이, 도미노, 연쇄 등입니다. 어떤 분은 방송이 일부러 좀 자극적으로 보도한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조리원 측도 저와 통화할 때, 아직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폐렴으로 2건만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폐렴 걸린 아기는 올해 초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2월에도, 3월에도, 4월에도, 5월에도 병원행이 있었습니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주목할 만합니다. 산후조리원에 있었던 기간을 일일이 물어봤더니,
A 산모는 3월 22일~4월 2일
B 산모는 3월 24일~4월 6일
C 산모는 3월 18일~3월 27일
D 산모는 3월 16일~3월 29일
E 산모는 3월 14일~3월 27일
F 산모는 3월 18일~3월 31일
전부 폐렴입니다. 3월 24, 25, 26, 27일. 이 나흘간, 폐렴에 걸린 아기들은 조리원에 모두 함께 있었습니다. 이 6명의 아기는 상식적으로 연쇄 감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정부 역학조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폐렴이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산모들은 2월에도 폐렴에 걸린 아기가 있었다고 했고, 지난 5월 10일 조리원에서 나온 뒤 최근 대학병원에 입원한 아기도 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에는 5월에 확진받은 아기 1명이 더 확인됐습니다. 지금도 취재중인데, 5월에 걸린 두 아기도 조리원에서 같이 지낸 것 같습니다. 계속 이런 식이니까, 병원 가서 어디 조리원에서 왔다고 하면 의사 첫 마디가, "또 거기냐, 이미 몇 명 다녀갔다"고 할 정도입니다. 산모들은 더 있다고 주장하는데, 제가 확인한 것은 이것밖에(?) 안 됩니다.
A~F 아기 6명 가운데, 당초 계약한 2주를 모두 채우고 나간 아기는 3명입니다. 다른 3명의 아기는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바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일단 퇴실한 뒤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모자보건법은 아기가 산후조리원에서 병원으로 ‘직행’할 경우 관할 보건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병이 의심되는 아기가 퇴실했다가, 즉 집에 들렀다가 병원에 가면 보고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 집에 들르면 감염 장소가 조리원인지 집인지 애매해지기 때문인 것 같은데, 질병 잠복기를 고려하면 개선을 검토해야 합니다. 집에 하루 이틀 머물다 입원하면, 조리원이 배짱을 부리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조리원에서 감염된 걸 증명해보라고 나오면, 산모는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리원 입장에선 이렇게 아픈 아기를 집에 보내고 싶은 유혹을 늘 받게 되는 반면, 산모 입장에선 아픈 아기를 바로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 둘 기침이 늘어갈 때, 질병이 의심스러운 아기를 격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산모들은 하나같이 신생아실에 건강한 아기들과 함께 뒀다고 말했습니다. 조리원 측에서 감기라고 설명했다 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소아과 의사도 감기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폐렴과 감기의 초기 증상은 비슷하니까요. 다만 2월에 입원한 아기부터 시작해, 3월 4월을 거치며 줄줄이 폐렴을 확인해놓고, 지금도 격리조치를 안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픈 아기들 격리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조리원 관계자는 “산모들이 싫어한다”고 했습니다. 이 산후조리원은 팸플릿에 “신생아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될 시, 신생아 격리실로 격리조치”한다고 자랑한다는 사실, 홍보는 홍보일 뿐입니다. 모자보건법에도 격리조치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
앵커 멘트에 쓰인 또 하나의 단어는 ‘부실’입니다. 부실 조리원이라는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이 산후조리원이 지난해 9월, 관할 보건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유는 인력 규정 위반입니다. 산후조리원은 아기 7명당 간호사 1명을 둬야 하는데, 간호사 4명이 있어야 할 조리원에 3명만 있었던 겁니다. 그나마 3명 가운데 1명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 간호사였습니다. 보건소에 허위 보고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감염 예방 교육. 조리원 운영자는 2년에 1번 이상 감염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걸 안 받아서 과태료가 부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시정명령도 과태료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기에, 산모들은 이런 곳을 믿고 아기를 맡겨왔습니다.
산후조리원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도 며칠 전 아빠가 됐고, 제 아내도 서울 문래동에 있는 한 산후조리원에서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조리원이 ‘천국’이라고 합니다. 친정 엄마의 노하우가 거기 다 있습니다. 아기 돌봐주시는 분들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내가 다른 아기 엄마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몸조리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산모 정서 안정에도 한 몫 합니다. 폐렴은 집에 있어도, 병원에 있어도, 걸릴 수 있습니다. 다만 걸렸을 때,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에 따라 조리원은 천국 or 지옥을 오갑니다. ‘적절히 관리되는’ 산후조리원은 적극 권장하고 싶습니다.
아기 한 명 병 걸리니까 나머지 아기들을 다 내보낸다? 서울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이 올해 실제로 한 번 그랬습니다. Reset 버튼을 누르는 겁니다. 과감한 선택입니다. 엄마들도 아기 건강 생각하면 흡족한 일일 것입니다. 모든 산후조리원에 Reset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재시작하지 못할망정, 쉬쉬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산후조리원은 ‘합의서’라는 이름으로, 몇몇 엄마들에게 병원비 일부를 대주는 대신 침묵을 요구했습니다. 침묵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조리원 들어갔다가, 병원 가서 눈물 흘리는 엄마, 아빠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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