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100년만의 폭우? 결과적으로는 맞았지만...

[취재파일] 100년만의 폭우? 결과적으로는 맞았지만...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선정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간당 100mm 안팎의 비가 올 때는 다른 표현이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구멍이 뚫지지 않고서야 이런 폭우가 쏟아지기 어려울 테니 말입니다.

서울 하늘에 구멍이 왜 뚫렸는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정확하게 분석이 될 테지만 많아도 너무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그만큼 피해도 커졌고요.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이 무시무시한 폭우에 대한 논란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100년만의 폭우라는 언론들의 표현을 둘러싸고 일부에서 인재를 천재로 일부러 가리려 한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호우에 100년만의 폭우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서울에 사흘 동안 집중된 폭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집중호우였습니다.

"3일 연속 강수량(서울) 587.5 mm : 사상 최고"

27일 하루에만 서울에 301.5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비였는데요, 지난 100년 동안 이보다 더 비가 많이 내린 경우는 딱 두 차례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날은 1920년 8월 2일로 서울에 354.7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두 번째 많이 비가 내린 날은 지난 1998년 8월 8일로 332.8mm의 강수량이 기록됐습니다.

그러니까 27일만 놓고 보면 13년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비가 27일에만 온 것은 아니고 피해를 준 비가 사흘 동안 이어졌기 때문에 하루 강수량 비교보다는 전체 비의 양을 비교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이럴 경우 올해 쏟아진 폭우는 기상청 관측 이후 가장 많은 비로 기록됩니다.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 이어진 비의 총 양은 무려 587.5mm나 됩니다. 26일 171mm의 비로 시작된 폭우는 27일 301.5mm의 강수량이 더해졌고 28일에는 115mm 비가 추가됐습니다. 거의 600mm에 이르는 막대한 양으로 사흘 연속 비로는 관측사상 최고기록입니다. 깨지기 전 기록은 지난 1920년 비 기록으로 이 해 8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에는 535.7mm의 비가 이어졌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의심하듯이 사실이 왜곡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100년만의 폭우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과 그 과정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시간 강수량은 100년만의 기록 아냐"

100년만의 폭우라는 표현이 결과적으로 맞았을 뿐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분명 왜곡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100년만의 폭우가 처음부터 맞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100년만의 폭우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서울시에서 낸 보도자료 때문이었습니다. 100년 정도에 한 번 나타날 수 있는 폭우(100년 빈도에 해당하는 폭우)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 표현이 100년만의 폭우라는 기사로 탈바꿈한 것이죠.

서울시의 자료는 시간당 113mm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 기록이 100년 빈도의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서울에 기록된 시간당 강수량 기록을 살펴보면 1937년에 146mm의 비가 쏟아진 적이 있고요, 1964년에도 116mm의 폭우가 기록됐습니다.

한 시간에 100mm를 넘는 폭우가 물론 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의 기록을 보면 이번 비보다 더 많은 비가 온 적이 있고 그 주기도 100년보다 짧은 만큼 100년 빈도의 폭우라는 표현은 틀린 표현임에 분명합니다.

"사실 왜곡이 아닌 대책 마련이 먼저..."

물론 후폭풍이 만만치 않고 법적 책임 공방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돼 어떤 식으로든 이번 폭우에 대한 성격을 규정해 놓고 싶었겠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해서는 곤란합니다. 정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응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피해 당사자들에게 먼저 정중하게 사과를 한 뒤 이번 비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해 불가항력적인 부문이 무엇인가를 밝혔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100년만의 폭우가 갑자기 10년만의 폭우로 돌변하지는 않을테니 말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차분하게 살피고 효과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을 바라는 것은 너무 앞선 기대일까요? 서울시가 그동안 구축해온 선진 행정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송두리채 날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