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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특집다큐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

SBS 5.18 30주년 특집 다큐…17일밤 11시 5분 방송

지난 2008년, 5.18기념재단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자신이 죽으면 5.18 민주묘지에 안장해달라는 한 미국인의 청원서였다. 제약회사 간부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데이비드 돌린저 씨(54), 그는 이역만리 대한민국, 그것도 광주에 묻히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70년대 말,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왔던 돌린저 씨는 1980년 5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광주로 향했다. 그리고 광주에 머물렀던 일주일간의 경험은 그의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80년 5월 광주를 보았던 그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를 떠올리며 눈물짓고 있다.

"어린 시절 생일을 떠올리면 어머니의 하얀 소복과 아버지의 제사상만 기억나요."

해마다 생일이 되면 기쁨보다 슬픔이 앞선다는 김소형 씨(30). 이른바 5.18 둥이인 그녀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계엄군의 총탄에 아버지를 잃었다. 하지만 아무도 아버지의 죽음의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과 5.18 관련법 제정, 명예회복을 이루기까지 유족들은 20여 년간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눈물로 지나온 서른 번의 생일.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5.18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비극으로 남아 있다.

계엄군에 의해 동생을 잃었던 정수만(62) 씨는 5.18 민주화운동 30년사를 정리하는 일에 반평생을 쏟아 왔다.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어가면서까지 작업에 매달린 결과, 그는 4만 페이지 분량의 증언록과 기록을 수집할 수 있었다. 사진과 기록으로 5.18을 되살리고 있는 이상일 씨와 정수만 씨. 이들이 30년이 흐른 과거의 기억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5.18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 신청을 알리는 봉정식이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그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추진해온 유네스코 등재사업. 세계인들 특히 아시아인들은 한국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기억은 과거의 실수에 대한 학습인 동시에, 또 다시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3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역사의 기억과 그 의미가 희미해져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는 17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되는 SBS 5.18 특집 다큐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는 30년전 5월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5.18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외 사례를 통해 2010년, 5.18 민주화운동이 갖는 의미를 알아본다.

(SBS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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