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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지방 '0', 믿어도 될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승준이와 승헌이 형제.

출출한 오후 간식으로 마가린과 잼을 바른 토스트를 먹고, 동생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과자를 또 먹습니다.

[강승준/초등학생 : 하루 (과자) 두 봉지 먹어요. 바삭바삭하고 맛있어서 좋아해요.]

승준이가 오후에 먹은 과자엔 모두 트랜스지방 제로라는 표시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승준이가 먹은 트랜스지방을 계산해 보니 모두 1.4g.

하루 섭취 제한량의 75%나 먹은 셈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트랜스지방 함량 0 표시가 말 그대로 '트랜스지방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과자를 한번 먹는 양, 즉 30g을 기준으로 트랜스지방이 0.2g 미만이면 0 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자 한 봉지에 들어있는 과자의 양은 기준 단위인 '한번에 먹는 분량', 즉 30g보다 훨씬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무심코 먹는 과자 한 봉지는 70에서 100g으로 한 번 먹는 기준인 30그램의 세 배가 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1회 분량에 트랜스지방이 0.15g 들어있어 제로 표시를 했더라도 100그램짜리 한 봉지를 다 먹는다면 실제로는 최고 0.5g을 먹게 되는 겁니다.

[김보경/주부 : 이건 당연히 0이라고 표시해 놓으니까 트랜스지방은 으레 다 0이라고 (안 들어 있다고) 생각을 하고.]

국내에서 팔리는 과자류 3백여 가지를 조사한 결과 77%는 트랜스지방이 들어있으면서도 겉면엔 모두 '함량 제로' 표시가 돼 있었습니다.

[박혜경/식약청 영양평가과장 : 식품은 사실 여러 성분의 복합체기 때문에, 식품은 완전무결한 재료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트랜스지방 뿐만 아니라 다른 성분,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나트륨 같은 경우에도 이 정도 수준이면 0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과자는 트랜스지방 기준치를 두 배 이상 초과하고도 버젓이 '트랜스지방 제로'로 팔리고 있습니다.

트랜스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약청은 지난 2006년부터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산 과자류의 트랜스지방 함량도 그동안 80% 이상 낮아졌습니다.

업체들은 수입 과자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바삭한 맛을 내거나 초콜릿을 코팅하는 등의 제조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을 '전혀' 쓰지 않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트랜스지방 제로' 표시에 현혹되기 쉽고, 정확한 함량을 알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신미숙/주부 : 약간 소비심리를 이용한 거잖아요. 0이 아닌데도 0이라고 했을 때는 소비자를 (속이는 거 아닌가) 덜 먹게 되고 기분은 안 좋죠.]

세계보건기구, WHO는 하루 섭취 열량의 1% 이상 트랜스지방을 먹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중량으로 환산하면 어른은 하루 2g 정도, 만 6세 이하 어린이는 하루 1.8g을 넘지 말라는 겁니다.

영국 의학 학회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은 트랜스지방 허용치의 두 배를 먹을 때마다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23%씩 높아진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준구/'O'병원 내과 전문의 : 트랜스지방을 많이 섭취할 경우에는 우리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감소하여, 특히 어린이의 경우에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를 발생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 질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식약청은 내년부터 트랜스지방 함량을 포장 단위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패스트 푸드 등 외식업체에 대해서도 트랜스지방 함량을 표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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