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게릴라 단체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인질로 붙잡혀 있는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는 "죽는 게 차라리 쉬운 선택으로 보인다"며 깊은 절망감을 표시했다.
베탕쿠르는 남편 환 카를로스 레콘테에게 보낸 여러 통의 편지 가운데 "이제 아무런 의욕이 없다"며 죽음까지 거론했다고 스페인의 EFE 통신이 28일 현지 뉴스전문 채널 노티시아스 콰트로를 인용해 보도했다.
베탕쿠르는 "내 영혼처럼 정글에 폭우가 쏟아지는 아침에 이 글을 쓴다"면서 "나 자신은 물론 당신도 평안을 찾기를 바란다"며 사별의 인사를 고하는 듯한 심경을 담았다.
베탕쿠르는 이어 "고통을 당하는 것에도 지쳤다"면서 "아이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죽으면 아이들이 조마조마하는 긴장감도 끝이 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죽는 것이 쉬운 선택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베탕쿠르는 "(신혼여행을 갔던) 폴리네시아에서 별들이 빛나던 밤에 느꼈던 것처럼 아직 당신을 사랑한다"며 편지의 끝을 맺었다.
한편 베탕쿠르가 콜롬비아 국적과 함께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는 관계로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프랑스 정부는 베탕쿠르의 건강상태가 매우 악화되어 있다고 우려하고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프랑수와 피용 프랑스 총리는 "베탕쿠르의 생명이 의심할 것도 없이 몇 주 안에 중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베탕쿠르를 조속히 석방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비난할 것이라는 것을 FARC는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용 총리는 "그녀는 병을 앓고 있으며 그 사실은 몇 개월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고 지적하고 "다른 인질들을 석방하면서 그녀를 왜 석방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프리카 방문중에 베탕쿠르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필요하다면 자신이 직접 콜롬비아 밀림으로 베탕쿠르를 찾아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FARC는 지체없이 베탕쿠르를 석방해야 한다. 이것은 생사와 관련된 긴급사태"라고 규정하고 인질석방을 중재해 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모든 영향력을 발휘해 베탕쿠르가 석방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중재로 27일 석방된 인질들은 베탕쿠르의 병세가 위중하며 FARC는 그들의 불만을 베탕쿠르에게 퍼붓는 등 혹독하게 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