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 러시아 정가가 요란하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3선 출마를 안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들어 권력에서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그 의도와 향후 가능한 시나리들을 놓고 억측이 분분하다.
15일 러시아와 서방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헌법을 고쳐서라도 3선에 도전하느냐, 아니면 후임자에게 한차례 자리를 내준 뒤 2012년 다시 대통령직에 앉느냐, 그도 아니면 제3의 자리로 가느냐는 등의 여러 가능성을 소개하며 이를 둘러싼 논의를 전했다.
◇다양한 시나리오 가능성과 문제점
▲"한번 더"
러시아 국민과 의회 다수가 지지하는데다 크렘린의 정치적 분열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을 고쳐야 하고 이럴 경우 반민주적 정치 행위로 보여 질 수 있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현재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선 연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 개정 없이는 내년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
▲2012년 복귀
재선 임기 이후 공백 기간이 있으면 다시 대선에 도전, 집권이 가능하기 때문에 헌법 개정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중간에 대통령을 하는 인물에 대한 대중의 인기가 높을 경우 2012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변화된 위상의 총리직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할 의사가 있다고 말해 왔기 때문에 대통령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총리 자리로 옮겨 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도 새 대통령에게 신세를 져야하고 총리가 실질적인 권력을 가지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약점이 있다.
▲가즈프롬 회장직
푸틴 스스로 사업가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왔지만 러시아 최대 국영가스 회사인 가즈프롬 회장으로 갈 수도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안보 전략적 측면에서 가즈프롬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그 자리도 괜찮아 보인다.
또 가즈프롬은 가치로 따져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대법원장
헌법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통제할 수 있고 대법원 소재지를 자신의 고향인 페테르부르크로 옮길 수도 있다.
그러나 페테르부르크 세력이 정치 주류에서 한발짝 물러날 수 있다는 반대 여론도 있다.
▲연합 러시아당 당수
친크렘린 성향의 정당을 이끌면서 정책 수립에 상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다음 대통령이나 정부의 인기가 없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
◇ 푸틴 이외의 유력 주자들
현재 차기 대선 후보 거론되는 인물은 푸틴의 후계자로 언급되고 있는 각각 제1부총리를 맡고 있는 세르게이 이바노프와 디미트리 메드베데프, 그리고 페테르부르크 지사이자 푸틴의 충성자인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등 3명이다.
마트비옌코 지사의 경우 한때 '다크호스'로 떠올랐으나 지난달 그에 대한 암살 기도 사건이 난 이후 세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암살 기도와 관련해 권력층 내부에서 진행되는 뭔가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면서 크렘린궁 주변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된다는 보도도 있다.
이바노프와 메드베데프는 둘 다 제1부총리이자, 푸틴과 고향이 같고, 정계 입문 전에 푸틴 처럼 정보기관에서 일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최근 몇 달간 러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고 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 선정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이바노프가 현재로선 앞서고 있다는 것이 러시아 안팎의 평가다.
◇푸틴의 낙점과 의지가 가장 중요
한 러시아 사업가는 "푸틴은 대통령직을 계속하려고 헌법을 바꾼 벨라루시의 루카센코나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와 같은 부류가 아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같은 부류에 속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다른 사람이 나를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을 바꿔 대통령을 계속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권력의 끈을 좋치 않을려 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현재 크렘린궁 내부에는 헌법을 따라야 한다는 쪽과 한번더 해야한다는 쪽 사이에 이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많은 기업인들도 대선을 앞둔 러시아의 정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은 복잡한 세금문제나 노동력 부족, 정부 관료들의 비효율성 보다 정치 상황에 대해 더 걱정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 법률회사 클리포드 챈스의 동·중부 유럽 경영 파트너인 마이클 쿠트베르트는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외부에서 러시아를 지켜보는 사람들보다 러시아의 미래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