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혐대상
'두구두구두구' 큰 홀에 모인 수백 명의 여성들이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 지릅니다.
'WOOOOOOOOOOO' 앞쪽 무대에서 누군가를 호명하자 즐거운 표정으로 야유를 보내는데요.
이상하게 무대에는 아무도 올라오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대체 뭘 보고 소리치는 걸까요?
"귀하는 올해 최고의 여혐 발언을 하였기에 이 상을 수여합니다." 이곳은 호주의 '어니(Ernie)상' 시상식 현장. 매년 가장 성차별적인 말을 한 사람을 뽑아 상을 주는 행사입니다.
이 상은 올해로 벌써 24회를 맞이했는데요, 그 기원은 1990년대 호주의 한 노조 간부로부터 시작됩니다.
"여자들이 양털공장에 들어오려는 이유는 오직 섹스를 하고 싶어서이다." 사무총장이었던 어니 에콥(Ernie Ecob)은 노동조합원들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았고,
이에 공분한 뉴사우스웨일스 노동조합 여성들은 들고 일어나 사무총장 어니 에콥을 몰아냈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가장 짐승같은 말'상을 만들어 그에게 수여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그의 이름을 딴 어니 상이 제정됐습니다. 매년 여름, 뉴사우스웨일스주의회 의사당에 3∼400여 명의 여성들이 모여 총 10개 분야에서 올해의 어니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는데요.
가장 명예(?)로운 대상은 ‘골드 어니(Gold Ernie)상.’ 이 밖에 사법, 언론, 스포츠 등의 분야는 물론 ‘상습범’, ‘도움 안 되는 여자들에게 주는 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시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상 기준도 특이합니다. 분야별 후보들의 언행이 소개되면 가장 크게 야유를 받은 후보가 승자가 되는 방식입니다. 과연 어떤 말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을까요?
[2015년 언론 부문 수상작] "특징이 분명치 않으나 분명히 과체중이다." - 한 여성의 사망 기사 제목 中
[2016 사법 부문 수상작] “여자가 택시 뒷좌석에 앉았으면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택시기사 성폭행 사건 판결 中
[2016 연예 부문 수상작] “그녀는 매일 밤, 섹스를 하고 성폭행이었다고 소리치지. 다음 타깃은 네가 될 거야.” - Rolf Harris의 노래가사 中
“우리가 겪은 일을 젊은 여성들이 똑같이 경험하게 할 순 없어요.” 이 행사의 관리자이자 전 국회의원이었던 메레디스 부르크만(Meredith Burgmann)은 이 시상식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그들을 긴장시키는 것'입니다." 어쩌면 가장 불명예스러운 이 상,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면 누가 수상을 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