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부터 터져볼래?
올해 결혼 한지 28년째인 부부입니다. 결혼 할 때 맞췄던 반지인데 아내의 손에는 여전히 잘 맞지만, 남편의 손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결혼 20주년을 맞아 맞춘 반지도 남편의 손가락에는 맞지 않습니다.
아내는 습관처럼 했던 손가락 꺾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타박을 줍니다.
“한가할 때도 하고, 무의식 중에도 하고… 가족들은 제가 잘 때도 하고, 심지어 발가락까지 한대요.” -63세 김현빈 씨 남편도 손가락을 계속 꺾다 보니 어느새 손가락이 두꺼워진 거 같다고 느낍니다.
“처음에는 좀 개운한 느낌이었어요. 관절이 좀 맞춰지는 기분이에요.” -63세 김현빈 씨
담배보다 더 끊기 어려운 거 같은 손가락 꺾기. “우두둑” 하는 소리와 시원함의 정체는 뭘까? 알아봤습니다!
선생님, 대체 소리는 왜 나는 거예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박정민 많은 사람들이 뼈에서 나는 소리로 알고 있죠. 그런데, 사실은 기포가 터지는 소리입니다.
네?!!! 기포요? 관절에 기포가 있다고요? 손가락 관절에는 연골이 붙어 있어요. 연골사이에는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 주는 윤활액이 들어있고요. 이 윤활액 안에는 여러가지 기체가 녹아 있답니다.
그런데, 손가락을 꺾으면 관절 안 공간의 압력이 낮아지게 되거든요. 그럼 윤활액 안에 녹아 있던 기포들이 나오면서 “뚝” 소리가 나는 겁니다.
아하!!!! 그럼 기포가 터지는 건데 왜 시원한 느낌이 들어요? 기포와 관련이 없어요. 인대 때문입니다. 순간적으로 스트레칭 되면서 뻐근함이 해소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거죠.
그럼, 일종의 스트레칭이네요? 좋은 거 아니에요? 좋다고는 할 수 없어요. 어쨌든 관절에 자극을 주는 거잖아요. 그럼 인대가 두꺼워 집니다. 그러면 탄성이 약해지고 다칠 가능성도 높아지죠.
그리고 손가락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지니 자연히 손가락도 두꺼워 집니다.
그럼, 손가락 말고 목이나 발목, 어깨를 돌리는건요? 그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관절에 있는 기포가 터지고, 인대는 자극을 받는 거고요.
결국 인대를 손상시킬 수 있고, 퇴화도 빨라집니다. 심지어 주변 조직에 염증도 유발할 수 있어요. 자주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기포 터지는 소리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또 해보고 싶어지는 이 기분... 하지만 여러분의 뼈가 빨리 늙는 건 원치 않으니 쬐∼끔만 하는 걸로 합시다. 기획 최재영, 김근아 인턴 / 그래픽 조상인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