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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文 정부도" "다른 나라도"…삼중수소 논란의 모든 것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⑪편

[사실은] "文 정부도" "다른 나라도"…삼중수소 논란의 모든 것
삼중수소는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의 핵심 쟁점입니다. 일본은 오염수에 있는 세슘이나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물질을 다핵종제거설비, ALPS로 걸러내 방류하겠다는 방침인데, 다른 방사성 물질과 달리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오염수에 물을 많이 섞어서 삼중수소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린 뒤 내보내겠다는 입장입니다.

삼중수소 문제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심지어 전문가들마저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삼중수소와 관련한 논란들을 하나하나 팩트체크 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검증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여야 정치인,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의 말이 엇갈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늘 그래 왔습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 심지어 해외 석학들마저 말이 다 다릅니다. 이렇게 극적으로 갈리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나 싶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언론사는 언론사대로, 입맛에 맞는 전문가나 보고서, 논문 등을 골라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는 과학적 사안을 언론사 팩트체커가 나서 검증하는 건 무모한 일입니다. 논거를 끼워 맞출 수는 있지만, 이런 식의 글쓰기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금기와 같습니다. 설령, 한쪽의 의견을 지지하는 글쓰기를 하더라도,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들은 뒤 양측이 모두 동의하는 사실을 근거로 삼아야 합니다.

일단, 원자력 주류 학계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이 매우 낮다는 데 의견이 모입니다. 이런 판단 때문에 삼중수소와 관련해 엄격한 국제적 기준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마시는 물의 삼중수소 기준을 1리터에 1만Bq로 권고하고 있는 게 눈에 띄지만, 한국의 경우 음용 기준은 없고,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을 1리터에 4만Bq 이하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기준은 1리터에 6만Bq입니다. 이 역시 일본이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입니다. 일본은 이번에 배출하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1리터에 1500Bq로 희석시켜 배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방사능 방류 논란 삼중수소

문제는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일 겁니다. 삼중수소가 유기물질과 결합하면 유기결합삼중수소(OBT)가 만들어지는데, 그간 OBT가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보고서에서 OBT의 영향이 미미하다(minor contributor)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방류 주체인 일본 도쿄전력에 추가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우리 몸 안에 OBT가 들어왔을 때 그 위험성을 판단할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IAEA도 주류 학계의 의견에 따라 삼중수소의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는 만큼 추가 과제로 남겨 놓은 것으로 읽힙니다.

이제부터는 정치적 판단의 영역입니다. 방사능 문제는 매우 조심해야 하고, 따라서 매우 보수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면,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전제한 뒤 의사 결정을 해야 합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오염수 방류에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명확히 판단을 해서 말씀드리면 좋겠지만, 과학을 넘어 정치적 판단이 얽히고설킨 사안인 만큼 시시비비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주요 쟁점들을 통해, 독자 분들이 생각을 정리하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최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출석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의 양은 우리나라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의 양보다 적다. 그 양을 30년에 걸쳐서 방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앨리슨 교수도 지난달 17일 "프랑스도 오랜 기간 삼중수소를 포함한 물을 방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원전들도 삼중수소를 방출하는지, 방출한다면 얼마나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후쿠시마 원전과 비교하기 위해, 기체가 아닌 액체 방류량만을 따졌습니다. 일본도 비슷한 자료를 수집해 배포한 바 있는데, 일본 자료를 믿을 수 없어서, 국가 별 원자력 기관의 홈페이지를 일일이 검색해 공개하고 있는 자료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최근 연도 발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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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다른 나라들도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SN) 자료를 보니, 라 헤이그 원전은 2021년 한 해 1경Bq에 달하는 액체 삼중수소를 배출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물어보니, "ALPS는 새로운 장비가 아니라 원전이 있는 국가들이 방사성 핵종을 걸러내기 위해 사실상 운용하는 장비들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장비 특성상 삼중수소를 걸러내기 어려운 만큼, 삼중수소 해양 방류가 보편화돼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간 오염수 방류 문제에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던 한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요즘 인터뷰를 하면 워낙 많은 공격을 받는다며 익명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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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정상 원전이 아닌 사고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의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중수소는 정상 원전과 사고 원전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전을 운용하고 있는 IAEA 회원국들, 특히, 힘 있는 선진국들도 삼중수소를 바다로 내보내기 때문에, 자신들도 삼중수소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를 제외하고, 정부 차원의 문제 제기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 사고 원전의 문제는 세슘과 스트론튬 같은 에너지가 강력한 방사성 물질이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정상 원전에서는 이런 방사성 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즉, 삼중수소보다는, 앞으로 30년 동안 이런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기술적 확신이 있는가, 이 부분이 핵심 쟁점이 돼야 한다.

다만, 정상 원전과 사고 원전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그 차이는 삼중수소보다는 다른 방사성 물질이 핵심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 귀담아들을만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전형적인 정치 논란입니다.

국민의힘은 그간 "문재인 정부도 안전하다고 했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7일에는 성일종 의원이 "문재인 정부 때도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화하는 장치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고 말한 게 그 시작이었습니다. 지난달 23일에는 이양수 의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오염수 관련 전문가 검토를 진행했고, 삼중수소 피폭 가능성 등 우리 국민에 미칠 영향을 유의미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장예찬 최고위원이 "민주당은 국민 안전에도 내로남불이냐"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이 말한 보고서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는 2020년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 방침을 세울 조짐을 보이자,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해양수산부 등이 포함된 관계부처 합동TF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현황보고>입니다. 당시에는 외부에 공개된 문서가 아니라 대외비로 분류됐습니다.

이 문서에는 7차례 걸친 전문가 간담회 결과가 적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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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 내용은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취합한 뒤, 전문가들의 '동향'을 정리한 부분에 포함돼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향후 대응 방안을 제시하며 여전히 조심할 게 많다는 뉘앙스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는 부분도 눈에 띕니다.

달리 말하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에 방점을 찍고 정부의 결론인 것처럼 읽히는데, 만일 그렇게 본다면 그 근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염수 시찰단, 후쿠시마 원전 이틀째 현장점검 (자료화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를 걸러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ALPS는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한다.

이번에는 민주당 반격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조태용 안보실장이 2021년 결의문에서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의 완전 제거는 어렵다. 국민 건강을 위해 끼칠 일본의 어떤 조치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느냐"고 말했다.

실제, 2021년 6월, 국회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당시 결의안은 국회의원이던 조태용 실장이 대표 발의했고 김 대표와 박진 외교부 장관 등도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국민의힘 반박이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의원 상당수는 일본의 대책 없는 방류를 반대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접 국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IAEA의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지, 맹목적 방류 반대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위 결의안을 보면 인접국과의 협의나 IAEA 공동조사단 참여를 요구하는 대목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결의안이 나온 다음 달, IAEA는 일본 요청에 따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한 TF를 구성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주장 모두 겉보기에는 사실로 볼 수 있지만, 사안의 맥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명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사실 이 부분은 엄밀히 말해 팩트체크의 영역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뢰성' 부분은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도 합니다.

일본 도쿄전력은 오염수 포털사이트에 삼중수소를 비롯한 구체적 정보들을 광범위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일본 도쿄전력 오염수 포털 사이트(www.tepco.co.jp/decommission/progress/watertreatment) 자료.

문제는 그 신뢰성일 겁니다. 도쿄전력의 사실 은폐 전력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2011년 3월 폭발사고 직후, 도쿄전력은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노심용융, 이른바 멜트다운(meltdown)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럴 수 없다는 반박이 계속됐습니다. 도쿄전력이 이를 인정했던 건 폭발 사고 5년이 지난 2016년 2월이었습니다. 현지 언론들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원인 규명의 첫 단추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2021년 9월에는 ALPS 필터 25개 가운데 24개가 파손된 게 알려져 논란이 됐는데, 이게 또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2년 전이었던 2019년, 필터 25개 모두 고장 났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겁니다. 자연히 은폐 의혹이 나왔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지난해에는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견학 프로그램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방사능 측정값 보여주면서 안전하다 홍보하자는 취지인데, 또 이 측정기가 삼중수소 방사선량은 측정 못 하는 걸로 밝혀졌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사실, 오염수 방류 방침 역시 일본 현지에서 후쿠시마 어민들과 약속을 깨면서 시작됐습니다. 도쿄전력은 2015년 후쿠시마 어민들에게 "이해 관계자의 동의 없이 처분(방류)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장 명의의 문서도 보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사실은 이경원
2015년 도쿄전력이 후쿠시마현 어업조합 질의에 답변한 사장 명의 문서. 도쿄신문 2021년 4월 13일 자.

후쿠시마 어민들 상당수가 방류를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이 방류 방침을 굳힌 2021년 4월부터 최근까지, 우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본 원자력 담당 기관에 오염수 탱크나 ALPS에 대한 질의서를 6차례 보냈는데, 사실은팀이 그 답변서를 확인해 보니까 도쿄전력 소관이다, 도쿄전력 책임이다, 이런 답변이 많았습니다. 도쿄전력이 내놓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IAEA 보고서

IAEA는 최근 6차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대부분 항목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IAEA의 검증을 지지한다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오염수 방류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신뢰성'은 측정 항목이 아닙니다. 신뢰를 잃어버린 과학은 허위 정보를 만들어 내고, 괴담을 퍼트립니다. 이럴 땐 팩트체크도 백약이 무효입니다. 신뢰를 회복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일본에 있지만, 우리 정부가 고민할 대목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정부든 민주당 정부든,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오염수 방류 반대했던 게 불과 몇 년 전이기 때문입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①편 : [사실은] "한국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일본 주장, 따져봤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②편 : [사실은] "후쿠시마서 기준치 14배 우럭"…피폭량 얼마나?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③편 : [사실은] 같은 보고서 놓고 민주당 vs 민주당, 누구 말 맞나?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④편 : [사실은] 후쿠시마산 일본 수입 멍게 국내 팔리고 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⑤편 : [사실은] 국내산과 일본산 '멍게 구분법', 맞는 걸까요?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⑥편 : [사실은] "문 정부 때 이미 오염수 처리 장치 검증" 따져보니…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⑦편 : [사실은] 오염수? 처리수? 다른 나라는 어떻게 부를까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⑧편 : [사실은] 오염수 보관 'K4 탱크' IAEA 평가는?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⑨편 : [사실은] 후쿠시마 방사능 측정값 사용 설명서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⑩편 : [사실은] '도쿄전력 자료'를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이유

(작가 : 김효진, 인턴 : 염정인, 여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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