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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후쿠시마 방사능 측정값 사용 설명서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⑨편

[사실은] 후쿠시마 방사능 측정값 사용 설명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방사능, 무섭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내가 피폭됐는지 알기도 어렵고, 그러는 사이 우리 몸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언론사들도 후쿠시마 현지를 직접 찾아 그 심각성을 앞다퉈 취재하고 있습니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후쿠시마 현장의 방사선량을 직접 측정하는 보도가 최근에도 여럿 나왔습니다.

다만, 언론 보도에 나오는 방사능 측정 값을 보실 때 유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면 신뢰할 수 있는 값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후쿠시마에서 측정한 방사선량 관련 보도를 캡쳐한 사진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올바른 측정값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2019년 9월 후쿠시마 방사능 논란이 한창이었을 당시, 일본 도쿄와 후쿠시마 현지를 찾아 방사능 팩트체크 보도를 이어간 적이 있습니다. 현지 방문에 앞서,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전문가에게 직접 배웠습니다.

오늘 팩트체크는, 독자 여러분께서 후쿠시마 방사능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할 때, 어떻게 측정했는지 살펴 보셔야 할 부분을 담아 봤습니다. 이 부분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찬성하는 전문가도, 반대하는 전문가도 모두 동의하는 내용들입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정리했습니다.
 

■ 방사능 측정값 제대로 보기 : 바닥에서 1m가 정석!

언론에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방사선량을 측정할 때, 바닥에 가까이 붙여 측정값을 확인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얻어진 값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방사선량은 방사성 물질에서 거리가 가까워지면 제곱배 만큼 커집니다. 2배 가까워지면, 4배 만큼 방사선량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달리 말하면, 거리가 멀어질수록 방사선량은 급감하게 됩니다.

2019년 일본 도쿄 현장 취재 당시, 유독 방사능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진 이른바 '핫스팟'을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측정기를 땅에 가까이 대보니, 방사선량은 0.52μSv/h가 측정됐습니다.

사실은 후쿠시마 휴대용 방사능 측정 이경원
사진 : SBS 8뉴스 '日 올림픽 올리는 도쿄, 방사능 안전지대일까', 2019년 9월 23일

하지만, 지상에서 1m 정도에서 다시 측정해보니, 0.32μSv/h가 나왔습니다.

사실은 후쿠시마 휴대용 방사능 측정 이경원
사진 : SBS 8뉴스 '日 올림픽 올리는 도쿄, 방사능 안전지대일까', 2019년 9월 23일

그런데 방사선량은 우리 몸이 받는 피해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방사선이 우리 몸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부위는 생식기와 복부입니다. 주로 이 부위에 주는 객관적인 영향력을 따져보는 게 목적인 만큼, 땅에서 1미터 떨어져서 측정한 값을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땅에서 가까이 대고 측정할 때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습니다. 방사성 물질은 보통 흙에 달라붙어 있는데, 측정기를 땅에 가까이 대다가 흙에 닿을 경우 측정기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정확한 측정값을 얻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지표면 가까이에서 측정할 때는 랩으로 감싸고, 측정할 때마다 갈아 끼우는 게 좋다고 합니다.
 

■ 방사능 측정값 제대로 보기 : 비 내릴 때 측정 결과는 이상치!

이 역시 중요합니다. 비가 오면 일시적으로 방사능 수치가 올라갑니다.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던 방사성 물질이 씻겨 내려와 지상에 설치된 방사선 측정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우측 하단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인 '실시간 환경 방사능 수치'로 들어가시면, 전국 주요 지역의 방사능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후쿠시마 휴대용 방사능 측정 이경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홈페이지 첫화면(https://www.kins.re.kr)

실제 사실은팀이 제주 지역의 실시간 방사능 수치를 보니, 지난 18일과 19일, 22일에 순간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모두 5㎜ 내외의 비가 내린 날입니다. 비가 그치면 방사선량은 보시는 것처럼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사실은 후쿠시마 휴대용 방사능 측정 이경원

따라서 비가 오는 중에 측정한 값을 일반화해서 쓰여진 기사라면, 신뢰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방사능 측정값 제대로 보기 : 제염토 측정 값은 큰 의미가 없다!

후쿠시마에 가면 여전히 까만 포대들이 많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흙을 포대에 담아 놓는 겁니다.

주요 방사성 물질인 세슘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비가 오면 땅에 스며들게 됩니다. 그렇게 스며든 세슘은 흙에 잘 달라붙습니다. 그런 흙을 모아,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렇게 까만 포대 안에 넣어 저장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토

쉽게 말해, 이 흙은 사실상 방사능 폐기물로 볼 수 있습니다. 방사능 폐기물을 측정한 값은 이상치에 가깝기 때문에, 여기서 측정된 수치를 후쿠시마 지역 전체의 보편적 측정 값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정상 원전에서도 폐기물이 나오는데, 우리는 그 폐기물의 방사선량을 측정해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 방사능 측정값 제대로 보기 : 0.23은 안전 기준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방사선량 측정 값이 나오면, 이게 어느 정도로 위험한 건지 알아야 합니다. 보통 언론에서 그 기준을 0.23μSv/h로 잡습니다. 일각에서는 '안전 기준치'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0.23μSv/h은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 일본의 제염(decontamination) 목표치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주변이 많이 오염됐으니, 이 정도를 목표로 방사능 물질을 제거해 나가겠다는 약속인 셈입니다.

그러면 이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핵폭탄이 투하된 이후, 과학자들은 생존자 8만 명을 대상으로 방사능을 얼마만큼 받아야 암과 같은 질병이 발생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우리 몸이, 1~2주 단기간에, 100mSv 이상 받으면, 유의미하게 암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흉부 엑스레이 한 번 찍으면 0.1mSv정도 받으니까, 1,000번 찍으면 100mSv 정도 피폭됩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버섯구름
일본 히로시마(왼쪽)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연구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안전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준을 1~2주에 100mSv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100mSv 이하는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암과의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람들은 늘 자연 방사능을 받고 살아갑니다. 자연 방사선이든 인공 방사선이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습니다. 한국인이 받는 평균 자연 방사능은 한 해 3.1mSv 입니다. 또,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일단 병이 낫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흉부 CT 한 번 찍을 때 10mSv의 방사선량을 받습니다. 자연 방사능은 우리가 살면서 계속 받아야 할, 조절 불가능한 방사능입니다.

그래서 국제 원자력 단체들은 자연 방사선이나 의료 방사선 같은 조절 불가능한 방사선 말고, 인위적인 인공 방사선 만큼은 어떻게든 기준을 만들어 관리해보기로 합니다. 암과의 상관 관계가 밝혀진 게 1~2주에 100mSv 이상이니까, 넉넉하게, 매우 보수적으로, 인공 방사선 만큼은 1~2주가 아니라 1년으로, 노출량은 1mSv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 보자는 권고가 나왔습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2007년 발표한 ICRP No.103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연간 1mSv를 기본안전기준(Basic Safety Standards)라고 부릅니다. 엑스레이 10번 찍는 정도의 방사선량입니다.

즉, 일본 정부는 '1년'에 '1mSv'라는 수치를 준용해, 시간당 0.23μSv이라는 수치를 도출해 냅니다.

사실은 후쿠시마 휴대용 방사능 측정 이경원

그러니까, 측정기로 나온 값이 0.23μSv/h을 넘으면 위험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실제, 인천 영종도의 경우 평소 0.23μSv/h 정도의 수치를 보이는 데, 비가 오면 0.25μSv/h를 넘길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계산해 보기!

그래도 불안하다면, 언론사가 보도한 측정값을 직접 계산해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가령, 언론사가 특정 지역의 방사선량이 시간당 1μSv가 나왔다고 보도했을 때, 그 지역에서 1년 내내 생활할 경우를 가정한 계산 방법이 있습니다. 계산기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사실은 후쿠시마 휴대용 방사능 측정 이경원

사실은 후쿠시마 휴대용 방사능 측정 이경원

만일 언론사에서 측정한 값이 시간당 1μSv였다면, 그 지역이 1년 동안 계속 머무를 때 받는 방사선량은, 평균 인공 방사선량 한도의 8.8배 정도이고, 흉부 CT 한 번 찍는 방사선량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많은 말들이 나올 겁니다. 국회는 물론 국내 내로라하는 전문가, 심지어 해외 석학들마저 말이 엇갈립니다.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언론도 자신의 스탠스에 부합하는 수치나 데이터를 수집해 나열하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SBS 사실은팀도 고민이 많습니다. 방류를 찬성하는 전문가, 그리고 반대하는 전문가, 원전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논문, 그렇지 않다는 논문, 모두의 의견을 두루 듣고 찾은 뒤, 모두가 동의하는 '교집합'을 찾아가는 식으로 팩트체크 이어가겠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①편 : [사실은] "한국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일본 주장, 따져봤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②편 : [사실은] "후쿠시마서 기준치 14배 우럭"…피폭량 얼마나?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③편 : [사실은] 같은 보고서 놓고 민주당 vs 민주당, 누구 말 맞나?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④편 : [사실은] 후쿠시마산 일본 수입 멍게 국내 팔리고 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⑤편 : [사실은] 국내산과 일본산 '멍게 구분법', 맞는 걸까요?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⑥편 : [사실은] "문 정부 때 이미 오염수 처리 장치 검증" 따져보니…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⑦편 : [사실은] 오염수? 처리수? 다른 나라는 어떻게 부를까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⑧편 : [사실은] 오염수 보관 'K4 탱크' IAEA 평가는?

(작가 : 김효진, 인턴 : 여근호, 염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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