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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1조 달러짜리 동전 만들어 빚 갚자"?…'국가부도 D-10' 협상이 뭐길래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23일)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소식이군요. 이것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갔다가 그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오늘 급히 미국으로 가서 공화당 대표를 만날 예정이죠. 이 부채한도 협상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좀 짚어주시죠. 

<기자>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기 전에 미국 동전 하나 보여드릴게요. 

일반적인 동전은 아니고요.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기념주화입니다. 백금, 플래티넘으로 만듭니다.

기념주화의 액면가는 별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이것은 50달러짜리죠.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었던 지난 2011년에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 이걸 1조 달러짜리를 찍자, 한국 돈으로 1천300조 원짜리 동전을 만들어서 위기를 벗어나자는 아이디어가 실제로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몇 년 뒤의 인터뷰에서 정부 내에서 이런 얘기가 진짜 오갔다는 걸 인정했죠.

2년 뒤인 2013년에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그깟 1조 달러짜리 동전 그냥 찍자" 약간 냉소가 섞인 칼럼을 씁니다.

무슨 일이 자꾸 되풀이되기 때문인가, 지금 진행되는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입니다.

미국 정부는 늘 세금을 포함한 수입보다 쓰는 돈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처럼 재정지출에 항상 신경 써야 하는 나라로서는 꿈같은 수준으로 정부가 돈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대신에 미국은 정부가 낼 수 있는 빚의 액수에 한도를 법적으로 정해놓은 좀 특이한 제도가 있습니다.

<앵커>

쉽게 말하면 빚을 낼 수 있는 한도를 올리는 것을 두고 미국 정치권이 맞붙은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가 법에 정해놓은 빚의 규모를 지키려고 돈을 안 쓴 적은 사실 없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어떻게 해왔느냐? 법을 바꾸는 겁니다.

보시는 표가 지난 40여 년 동안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법적 액수가 올라온 모습을 보여줍니다.

80년대 초만 해도 미국 정부가 낼 수 있는 빚의 규모는 1조 달러 수준이죠.

실제 빚이 상한을 넘으면 상한선을 올려주거나 상한선을 지켜야 하는 시한을 뒤로 미뤄주는 걸 거의 매년 반복해서, 이제 미국 정부가 낼 수 있는 빚의 상한은 31조 4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4경 원이 넘습니다.

짐작이 잘 안 가는 돈이죠. 그런데 이 상한을 지난 1월에 또 넘은 겁니다. 

이제 법을 바꿔야 합니다. 법은 의회에서 바꾸죠.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도 여야가 정치적으로 부딪칩니다.

야당의 힘이 강할 때, 특히 이번처럼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있을 때 같은 때에는 야당이 실질적인 미국 국회인 하원의 다수당일 때 협상력이 커지니까요.

이럴 때 부채한도를 높여야 되면 갈등이 불거집니다.

지금 야당인 공화당의 요구는 정부가 추진해온 몇 가지 핵심 정책을 축소하고 내년 예산에서 정부 재량으로 쓰는 돈을 지난해만큼만 잡으라는 겁니다.

<앵커>

6월 1일이 협상의 최종 한계선이다. 이런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죠. 만약 이날까지 미국 정부와 여당이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6월 1일은 보시는 미국의 재무장관이 "이대로는 이날까지 협상 안 되면 우리 진짜로 부도난다." 못 박은 시점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대출 만기되면 돈을 갚듯이 빚이 많은 미국 정부도 여기저기에 빚 갚을 날이 계속 돌아오거든요.

그런데 지난 1월 이후로 미국 정부는 법에 정한 빚의 규모를 넘었으니까 더 이상 빚을 못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쪽 돌 빼서 저쪽 막는 식으로 지금까지는 막아왔는데요.

이대로는 다음 달부터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 정부가 '우리 진짜로 갚을 돈이 없는데요' 채권자에게 손을 들어버릴 수 있다는 겁니다.

말 그대로 국가 부도입니다.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 거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죠.

지금 미국 정부와 야당이 서로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다고 봅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서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이걸 처리하려고 하니까 자꾸만 아슬한 시간이 다가오도록 늦어집니다.

이게 진짜 아슬아슬했던 때가 맨 처음에 얘기한 1조 달러짜리 동전 발행 얘기까지 나왔던 2011년입니다.

기념주화는 미국 재무장관이 이론적으로는 얼마짜리든 찍을 권한이 있거든요.

그래서 2011년에 야당과 너무 대립각을 세우다 보니까 기념주화 1조 달러짜리를 찍어서 정부 빚을 갚자는 얘기까지 나왔던 겁니다.

그때 시한 이틀 전까지 협상이 계속되면서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됐고요. 주식시장은 두 자릿수 급락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며칠 남지 않았죠.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겠지만 시장이 이 분위기에 휩쓸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여러 불확실성이 팽배한 지금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고요.

이 여파가 커져서 만약에 2011년 같은 상황까지 되면 우리 금융시장까지 요동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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