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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민형배 "탈당에 대한 헌재 판단 없었다", 따져 보니…

[사실은] 민형배 "탈당에 대한 헌재 판단 없었다", 따져 보니…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이른바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던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으로 돌아갔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 의원 복당을 의결했습니다. 박홍근 당시 원내대표는 "민 의원은 불가피하게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을 했다.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면서 복당을 의결한 취지를 밝혔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사위 소속이던 민 의원은 지난해 4월 검수완박법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했습니다. 당시 민 의원의 탈당으로 검수완박법이 통과될 수 있었고, 국민의힘은 사실상의 '꼼수 탈당'이라며 법 통과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초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검수완박법 논란의 정점에 민 의원 탈당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탈당 논란에 이어 올해 복당 논란이 일자, 민형배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주당 민형배 탈당 복당 논란 이경원 사실은

정말 헌법재판소는 민 의원의 탈당 행위에 대해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요. 헌재 결정문을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SBS 사실은팀이 검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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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의원 탈당 사건의 전모

일단 민 의원 탈당 당시 상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검수완박법은 국회 상임위 가운데 법사위 소관입니다. 법사위를 문턱을 넘어야 본회의 투표에 부쳐질 수 있습니다.

물론 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냥 표결로 밀어붙이면 될 것 같지만, 국회선진화법에는 이를 막기 위한 보완 장치가 있습니다. 거대 정당이 독단적으로 법을 처리할 기미가 보일 때, 다른 정당들이 안건조정위원회를 만들어 법안 처리를 잠시 지연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안건조정위는 머릿수 가장 많은 정당과 그렇지 않은 정당이 동수로 구성되지만,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싸우지만 말고, 계속 심의하고 토론해 상대를 설득하라는 취지입니다.

당시 안건조정위는 총 6명이었는데,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두 당이 아닌 몫으로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법을 반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양 의원이 있었던 무소속 의원 몫으로 들어갔고, 표결 결과 4대 2가 되면서 검수완박법은 처리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민 의원의 개인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여권에서는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위한 '꼼수·기획·위장 탈당'이라며 법 원천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법사위, '검수완박' 안건조정위 회부
지난해 4월, 검수완밥법을 논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회의실

급기야 국민의힘은 입법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국회 법사위원장이 민 의원 탈당의 위법성을 알면서도 법안을 처리한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권과 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며, 검수완박법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그렇다면, 민 의원의 주장대로, 헌법재판소는 탈당 문제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국민의힘은 민 의원 탈당 때문에 권한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를 청구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당연히 이 부분을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법 통과를 선포하고 있는 박광온 법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법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통과되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는 이를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재판관은 총 9명인데, 의견이 갈렸습니다.

먼저,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해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민주당 민형배 탈당 복당 논란 이경원 사실은

4명 재판관의 판단은, 민 의원의 탈당은 자율적인 결정이었다, 더군다나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 직전에 탈당했다고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지 않느냐, 따라서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국회법 57조의2 제4항은 안건조정위를 구성할 때, 의원수가 가장 많은 정당과 그렇지 않은 정당의 위원을 동수로 구성하라고 돼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 의원의 탈당이 사실상 국회법의 동수 규정을 위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는데, 위 재판관 4명은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국회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다음과 같은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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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것은 민주당 뜻대로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취지라고 '합리적으로 추단'할 수 있고, 그럼에도 법사위원장이 이를 통과시킨 것은 사실상 국회법의 동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나아가 국회 다수결 원칙을 규정한 헌법 49조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사위원장이 회의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면서 조정위원의 실질적인 토론의 기회를 '형해화'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9명 가운데 8명 재판관의 의견이 딱 절반으로 갈렸습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던 건 이미선 재판관이었습니다. 

민주당 민형배 탈당 복당 논란 이경원 사실은

이미선 재판관은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강조했습니다. 국회법에서 안건조정위원회를 제일 큰 정당과 그렇지 않은 정당들을 위원 숫자를 동수로 규정한 것은 국회 다수당의 일방적 입법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취지인데, 3:3이 아니라 사실상 4:2로 만들었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9명 중에 5명의 다수 의견이 만들어졌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다수 의견은, 첫째, 민형배 의원이 탈당할 이유가 없음에도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민주당을 탈당했다는 사실, 둘째, 당시 법사위원장이 회의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미리 가결의 조건을 만들어 뒀다는 사실, 이렇게 두 가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사실을 볼 때 민 의원의 탈당은 거대 정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민형배 탈당 복당 논란 사실은 이경원

다만, 헌법재판소는 검수완박법 입법 절차는 법 위반이지만, 법은 유효하다고 봤습니다.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권한 침해는 인정할 수 있지만, 그 침해 정도가 국회법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검수완박법 통과 자체를 무효화하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역시 이미선 재판관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습니다.
 

민형배 의원 주장의 맥락은?

물론, 민형배 의원이 헌법재판소의 판단 내용을 모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민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회자 : 결국은 의회 제도 자체, 절차를 무력화시켰던 행위가 맞는 게 아닌가……
민형배 : 그러니까 만약에 이걸 법의 논리를 가지고 보면 그런 지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헌법재판소는) 4 대 4로 각각 전혀 다른 판단을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한 분, 그러니까 5대 4로 결정이 된 거 아니에요.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지난달 28일

민 의원은 이 발언 뒤에 바로 '빨간불에 뛰어든 아이'의 비유를 통해 설명을 이어나갑니다.
 
민형배 : 아이가 지금 교통사고가 날 상황이에요. 그런데 빨간불이에요. 그러면 제가 가서 아이를 구하는 게 빨간불이어도 빨간불을 무시하고 가서 구하는 게 맞느냐. 아니면 파란불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가 사고당하는 걸 그냥 보고 있어야 되느냐 …… 또, (여야 간의) 정치적인 합의가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그것을 국민의힘이 파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상한 상황에서 안건조정위라고 하는 것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그 안건 조정위는 처음에 민주당이 요구했던 게 아니에요. 제가 무소속인 상태에서. 국힘이 요구했던 거죠.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지난달 28일

민형배 의원은 주장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근거를 확대하다가, 급기야 인터뷰 마지막 부분에서 "헌법재판소에서 탈당 행위를 판단하지 않았다"며 사실과 다른 발언까지 이어진 것으로 읽힙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

말꼬리 잡기식 팩트체크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은팀이 정치인들 발언을 팩트체크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치인들이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꽤 많은 경우는, 자신의 논리적 정밀함이 한계에 부딪힐 때, 그래서 이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가령, 민 의원의 주장을 자세히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공공의 이익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될 때 '절차 정의'는 어느 정도 위배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상대가 먼저 절차 정의를 훼손했기 때문에 상대에 더 큰 귀책사유가 있다는 것. 민 의원은 당시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지만, 국민의힘이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을 먼저 파기했고, 이 때문에 탈당이 불가피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민 의원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반박에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검수완박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우리 민주주의가 위험해진다"는 주장이 당시의 보편적인 진단으로 볼 수 있는가, 나아가, 국민의힘의 '합의 파기' 행위와 민주당의 '국회법 위반' 행위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가. 물론, 이 부분은 판단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팩트체크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이 무심코 내뱉은 발언에도 여러 맥락이 존재합니다. 작은 말실수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발언의 다양한 층위를 짚어보는 작업은 늘 필요합니다. 정치인은 발언을 통해 정치 행위를 하기 때문입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존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일 겁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탈당에 대한 헌재 판단 없었다"는 민주당 민형배 의원의 주장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헌재의 결정문을 확인한 결과, 다수 의견으로 그 위법성이 인정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팀은 민 의원의 주장을 '사실 아님'으로 판단합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여근호, 염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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