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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포도밭 갈아엎고 공업용 전환하고…위기에 빠진 프랑스 와인

[스프칼럼] 우리에겐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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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프랑스 최대의 와인 산지이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도주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보르도 포도밭의 크기는 11만 ha(헥타르), 1100km²라고 합니다. 서울 면적이 605km²이니까 보르도 포도밭은 서울의 두 배 정도 크기가 됩니다.

포도 수확철이 가까워지면 뜨거운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이런 보르도의 풍경이 앞으로는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밭 전경
보르도 와인전문가 위원회(le Conseil Interprofessionnel du vin de Bordeaux: CIVB)는 최근 보르도 포도밭을 갈아엎는 구체적인 계획을 투표에 붙여 통과시켰습니다. 포도밭에서 포도나무를 뽑고 대신 다른 작물을 심는 비용으로 5700만 유로를 융자 형식으로 지원하자는 겁니다. 포도밭 1만 ha 정도만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는 전체 보르도 포도밭 11만 ha의 10분의 1이 좀 안 되는 규모입니다.

대체 작물로는 사료용 작물을 비롯해, 키위, 대마, 담배, 홉, 헤이즐넛, 심지어 대표적인 지중해 식물인 올리브까지 검토되고 있습니다. 대체 작물 재배가 성공한다면 남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와 스페인등 지중해 연안에서나 볼 수 있는 올리브 나무들을 보르도 포도밭 사이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 보르도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는 포도주 재고량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르나르 파르주 프랑스 와인종사자 협회장은 최근 "프랑스 전역에 팔지 못해 쌓아 둔 와인이 무려 300만 HL (헥토리터. 1HL는 100L)나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와인 4억 병 분량으로, 보르도에서 한해 생산하는 와인의 4분의 3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와인 재고가 쌓이면서 수확한 포도를 보관할 장소까지 부족한 상황이 됐고, 보르도 와인업자들은 와인을 쏟아 버리겠다면서 시위를 벌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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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재고가 왜 이렇게 늘었을까?

최근 들어 와인 재고량이 이렇게 많아진 것은 코로나 영향이 컸습니다. 코로나로 식당과 술집이 영업을 못하게 되면서 와인 재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올해 초, 팔리지 않은 적포도주를 약품과 화장품에 사용하는 공업용 알코올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농업부는 지난 2월 우선 최대 1억 6천만 유로(약 2천2백억 원)를 와인 재고 처리 비용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와인 생산자들은 포도 생산을 줄이고 용도 변경을 하려면 포도밭을 갈아엎어야 한다면서 관련 비용을 계속 요구해 왔던 겁니다.

이들은 최소 1만 5천 ha의 포도밭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요구해 왔는데, 보르도 와인 전문가 위원회가 이들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우선 1만 ha의 포도밭을 갈아엎고 대체 작물을 심는 비용을 지원하기로 한 겁니다.

세계적으로 줄고 있는 와인 소비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기는 했지만 와인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건강을 위해 알코올 섭취를 줄여가는 분위기에서 와인도 예외가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는 경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전통적으로 와인을 많이 생산하고 즐겨온 유럽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공영방송 프랑스 앵포는 "최근 60년 동안 프랑스인의 와인 소비량은 70% 감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디종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프랑스의 연간 와인 소비량은 2001년 33만 9천 리터에서 2021년에는 25만 2020 리터로 줄었습니다. 이 기구에 따르면 프랑스는 미국을 제외하고 유럽에서 1위의 와인 소비국입니다. 20년 만에 연간 와인소비량이 25% 넘게 감소한 겁니다. 프랑스에 이어 유럽의 2위 와인 소비국인 이탈리아 역시 2001년 30만 리터에서 2021년 24만 2천 리터로 20% 가까이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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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와인 대신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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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종주국 프랑스에서 와인의 빈자리를 맥주가 채우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파리에 있는 주류마케팅컨설팅 대행사 SoWine이 지난해 18세에서 65세 사이 1,0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56%였고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55%로 나타났습니다. (중복 응답 가능)

이를 보도한 일간 피가로지는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맥주가 자리를 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프랑스의 맥주 양조장은 2013년 500개였는데, 2022년에는 2,500개로 10년 동안 5배나 늘었습니다. 특히 와인 한 병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젊은 층에서 맥주나 무알콜 음료 선호가 두드러집니다.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도 와인 소비를 줄이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한 병에 750ml에 이르는 와인을 혼자서 따는 것이 부담돼 캔 단위로 마실 수 있는 맥주를 선호한다는 겁니다. 와인은 전통적으로 식탁에서 가족들과 둘러앉아서 마시거나, 적어도 2명 이상이 모여서 마시는 게 편합니다. SoWine 조사에서도 와인을 가족들과 같이 마신다는 대답은 2015년 73%에서 2022년에는 58%로 줄었는데 이는 핵가족화의 영향이라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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