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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플레이보이지 모델 된 프랑스 장관…"연금 개혁 논점을 흐리기 위한 것" 비판 나와

시아파 "프랑스에서 여성들은 자유롭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년, 들라크루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반드시 보게 되는 그림 중 하나는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죠. 프랑스혁명 당시 바리케이드 위에서 민중을 선동하는 이 여인이 바로 프랑스혁명 정신의 상징이 된 캐릭터, '마리안느'입니다. 미국의 엉클 샘, 영국의 존 불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마리안느는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에 옆모습으로 그려져 정부 로고로도 쓰입니다.
마리안느 옆모습이 담긴 프랑스 정부 로고
그런데 최근 이 마리안느의 패러디 사진이 엉뚱한(?) 곳에 실리면서 프랑스가 시끄러웠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인데요, 주인공은 프랑스의 사회적 경제와 연대 담당 국무장관인 마를렌 시아파입니다. <플레이보이> 표지의 배경에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가 있고 정면이 아닌 옆을 응시하는 긴 머리의 여인, '마리안느'의 모습으로 시아파 장관이 등장한 겁니다.

성인 잡지인 만큼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들라크루아 그림처럼 가슴이 많이 노출된 사진에는 가슴 부분에 49.3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습니다. 연금 개혁 반대 시위로 몇 주째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법 조항 49조 3항을 뜻합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하원 표결 없이 정부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바로 그 문제의 헌법 조항입니다.

<플레이보이>에 실린 마를렌 시아파 장관 사진 - 화면출처 : BFMTV
그런가 하면 표지에 나온 한쪽 어깨를 드러낸 긴 흰색 드레스는 삼색기의 일부분을 두른 듯합니다. 역시 마리안느를 패러디한 느낌입니다. 천사를 연상시키는 흰 날개가 달린 미니 드레스에는 삼색기 리본이 달렸고, "속박에서 벗어난 장관(une minister libre)"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모델이 장관인만큼 정치적 이슈로 포장하려는 본인과 잡지사 측의 의도로 보입니다.

스프칼럼
페미니즘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과거 양성평등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던 시아파 장관은 <여성 해방과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잡지와 인터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언제 어디서든 여성들이 자기 몸을 지킬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프랑스에서 여성들은 자유롭다" 면서 "위선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비꼬았습니다.

마를렌 시아파 장관 트위터 캡처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스캔들이나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프랑스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소르본느 대학의 베네데티 교수는 피가로지와 인터뷰에서 "국정은 리얼리티쇼가 아니다"면서 <플레이보이> 잡지를 통한 시아파 장관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에서도 시아파 장관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보른 총리는 연금 개혁 시위로 온 나라가 석 달째 떠들썩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꾸짖었고, 집권 르네상스당의 대변인은 "시아파가 여성의 권리를 위해 애쓴 것으로 유명하지만 <플레이보이>가 같은 주제로 유명한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습니다.

야당 정치인들은 연금 개혁 시위의 논점을 흐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녹색당의 루소 의원은 "우리는 지금 사회적 위기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고,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보이 인터뷰로 우리의 이목을 분산시키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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