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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Q&A] '대마불사'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타결…세계 경제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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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스위스연방은행, 'UBS'가 크레디트 스위스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인수 가격은 32억 달러. 한때, 세계 9대 투자 은행 가운데 하나였지만 4조 1천억 원 정도에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크레디트 스위스가 위태롭단 이야기가 퍼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위기의 조짐은 2년 전부터 감지됐습니다. 헤지펀드 아케고스 사태로 불리는 투자 실패로 무려 7조 원을 날렸고, 다른 투자은행보다 대처가 미숙했단 지적에 투자자들이 앞다퉈 돈을 빼는 '뱅크런'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순손실은 10조 원까지 치솟았고, 주가는 1년 만에 4분의 1토막이 나면서 사실상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최근엔 크레디트 스위스가 발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중대한 약점이 드러났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최대 투자자였던 사우디국립은행마저 발을 뺐습니다. 이렇게 되니, 유럽에선 전운이 감돌았습니다. 제2의 리먼 사태가 유럽에서 시작되는 것 아니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에도 '대마불사'란 말이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큰 국가나 금융회사의 경우 망하도록 두게 되면 시장 자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살릴 수밖에 없단 의미입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상황이 딱 이렇습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총자산은 750조 원 정도였는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몰고 온 리먼의 파산 당시 규모가 700조 원이었습니다. 

물론, 리먼 사태의 경우 세계 최대 보험사나 신용평가사, 다른 은행 등이 엮여 있어 파장이 컸지만, 크레디트 스위스가 문을 닫으면 금융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UBS도 내키진 않았지만 이런 이유로 지갑을 열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했단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위스 재무장관 역시 "세계적으로 중요한 은행의 파산은 세계 금융 시장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면서, 다급했던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이 문을 닫을 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은행 시스템은 튼튼하다"고 밝혔고,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 총재 역시 "2008년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시장은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스위스 정부가 크레디트 스위스를 파는 데 안간힘을 쓰면서 '시장이 많이 위험한 상태다'라는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셈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단 겁니다. 미국과 유럽 은행이 문들 닫은 원인 한 가지를 꼽는다면 바로 '유동성'입니다. 코로나19 여파 이후 시장에 돈이 풀리고 물가가 치솟기 시작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습니다. 1년여 만에 무려 4.75%p를 올렸는데 전례가 없던 속도입니다. 이렇게 되니, 시장에 돈줄이 마르고 튼튼해 보이는 대형은행에만 돈이 몰리는 '머니 무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자금을 운용하지 못했던 금융회사들이 하나둘 문을 닫게 된 것인데, 아직 통화 긴축의 여파가 끝난 게 아니라 지금부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한 관계자도 "사람들이 벼랑 끝에 서 있다"면서 "분명히 긴축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은 우리 시간으로 오는 23일, 목요일 새벽에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시장에선 빅스텝에서 한발 물러선 0.25%p 인상을 전망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상'이란 카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 취재 : 김정우 / 영상취재 : 김현상 / 구성 : 전형우 / 편집 : 김복형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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