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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경기 최악 환경 심란…'K-반도체 숙제' 시기 놓칠 수 없는 이유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반도체 부진이 정말 갈수록 예사롭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달 수출 치가 나왔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라고요?

<기자>

네. 반도체뿐만 아니라 지금 정보통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잘하는 품목들의 상황이 지금 거의 다 어렵습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빨간불이 켜졌던 반도체 수출이 지금 8개월째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2월에 반도체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이 1년 전보다 무려 41.5%가 줄어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게 정보를 저장하는 데 쓰는 메모리 반도체인데요.

이 메모리 반도체로 벌어들인 돈은 무려 54% 가까이 줄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반토막입니다.

디스플레이는 42.2%, 컴퓨터와 관련 기기 수출액은 58.6%나 줄었는데요. 서로 다 별개의 품목이지만 모두 연결돼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사람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게 문제거든요.

여윳돈이 있어야 컴퓨터도 바꾸고, TV도 바꾸겠죠. 돈이 좀 없을 때는 이렇게 비싼 전자제품부터 "다음에 바꾸지 뭐"하게 됩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를 줄일 때 새로 좋은 설비가 나와도 "다음에 사" 이렇게 되잖아요.

그래서 컴퓨터, TV, 디스플레이 장비들이 팔리지 않고 이런 제품들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달라는 곳도 줄어드는 겁니다.

반도체 재고가 수십조 원어치씩 쌓여있으니까 가격도 자꾸만 떨어집니다.

이럴 때 보통 반도체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여서 가격이 떨어지는 데 대응합니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기지개를 다시 켜고 있으니까, 하반기에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늘어날 거란 기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간이 이어질 걸로 보입니다.

<앵커>

방금 쭉 설명해 주셨듯이 이제 경기가 문제라면, 경기도 물론 문제죠. 그런데 이와 함께 우리나라 반도체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환경도 조금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기자>

굉장히 그렇습니다. 지금 미국이 아주 강력한 반도체 정책들을 펴고 있죠.

반도체는 워낙 다양한 소재와 복잡한 기술이 필요해서 지금까지는 국제적으로 분업 비슷하게 이뤄져 왔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는 첨단 반도체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미세공정 기술이 타이완과 더불어서 세계 최고입니다.

반면에 미국은 반도체 설계에 강점이 있고요. 중요한 반도체 장비도 몇 가지 잘 만듭니다.

그런데 미국이 보니까, 반도체가 점점 너무 중요한 부품이거든요.

그래서 설계부터 최종 생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 땅 안에서 충분히 다 되게 해야겠다.

그리고 중국은 이걸 못하게 해야겠다. 이게 요즘 미국이 한국 공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반도체의 가장 큰 고객이면서 우리가 이미 공장을 많이 돌리고 있는 중국의 눈치가 보이기도 하지만요.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가장 큰 라이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협력할 이유가 많기는 합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이 요즘 내놓는 반도체 정책들에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점들이 점점 나오는 겁니다.

이를테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주겠다고 미국이 발표한 보조금에 대해서 이달 초에 발표한 기준, 이게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요구, 또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수준도 지금 현실에서는 너무 갑작스러운 정도의 요구가 나와서 이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우리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앵커>

여러 가지로 참 줄타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의 줄타기만도 사실 골치가 아픈데,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동맹 안의 다른 나라들과도 경쟁과 협력을 계속 번갈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치·외교적으로 숙제가 산적한 일본과도 반도체로는 좀 더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게요.

우리 반도체 기업들 매출을 제치고 세계 1등이 된 회사 타이완의 TSMC가 일본에 공장과 연구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게 반도체 분야에서 좀 더 발돋움하려는 일본이 유치한 것도 있지만 타이완도 일본의 첨단 소재나 틈새 기술들을 선점하려는 필요가 맞아떨어진 겁니다.

우리가 여기서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 주시해야 되는 상황인 거죠.

우리는 지금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아직 국내 지원책, 반도체 산업의 세제 지원을 확대해 주는 법안도 정치권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데요.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아서 고민도 충분히 해야 하지만, 상황이 우리를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 분위기라는 건 다 같이 절실하게 공감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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