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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군사적 위협 없다? 중국 풍선, 미 정치권 '맹폭'

[월드리포트] 군사적 위협 없다? 중국 풍선, 미 정치권 '맹폭'
중국이 날린 풍선은 격추됐지만 여파는 더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미중 간 신경전이야 예상됐던 수순이지만 미국 정치권의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중국 풍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화당에서는 당장 격추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습니다. 버스 3대 크기의 풍선을 터뜨리면 지상에 민간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국방부 측 설명에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발견 일주일, 바이든 대통령의 격추 명령 사흘 만에 문제의 풍선은 격추됐지만 대응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급기야 전-현 정권 간 공방전으로 확대됐습니다. 늑장 대응이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공세에 바이든 정부는 전 정부 때도 정찰 풍선이 3번 침입한 전례가 있다며 정면 대응에 나섰습니다.

바이든 정부 고위 관계자는 CNN을 통해 트럼프 정부 당시 중국의 정찰 풍선 3개가 미국을 지나간 사실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견됐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정찰 풍선 프로그램에 대해 전임 행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브리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CNN은 바이든 정부 초기에도 중국 정찰 풍선이 짧게 미국 본토를 이동했지만 이번 같은 경로로, 이렇게 긴 시간 이동한 건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가짜 뉴스"…"그런 일 일어났다면 즉시 격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의 해명은 '가짜 뉴스'라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자신의 재임 시절 정찰 풍선이 미 영공에 진입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즉시 풍선을 격추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이좋지 않기로 널리 알려진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 문제에는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이런 풍선이 날아온 적은 없었다고 100%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정부 대 최소 3개의 중국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을 비행했지만 이와 관련된 핵심 사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할 때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찰 풍선에는 정체를 숨기기 위한 전파 방해 시스템이 있어 정체를 확인하는데 보통 수주가 걸렸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어 일부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결국 이 비확인 물체가 중국의 정찰 풍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트럼프 정부 당시 관리의 말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는데, 해당 사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군사적 위협 안 된다더니…미, 자중지란에 '시끌'

미국,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하는 F-22 스텔스 전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

미군 당국은 정찰용으로 의심되는 중국 풍선을 발견한 뒤 군사적 · 물리적 위협은 없는 걸로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 내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중국발 풍선이 남긴 여파가 웬만한 물리적 타격보다 더 커 보입니다. 가뜩이나 극단적 대립을 겪고 있는 미국 정치권을 제대로 갈라친 걸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전-현 정권 간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보니 앞으로 얼마나 더 일파만파가 될지 모를 일입니다.

미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최근 발견된 남미 지역 외에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 아시아와 유럽 등 5개 대륙에도 정찰 풍선을 보냈다며 중국이 정찰용 풍선 선단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이니만큼 굳이 풍선이 아니더라도 최대 경쟁국인 미국은 물론 다른 주요 국가들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벌이는 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활동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에게는 좋은 반면 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뜻밖의 전략적 효과를 거둔 셈입니다. 미국의 주장처럼 중국이 정찰용 풍선 선단을 운용하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우리 나라 역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북한 무인기 침투로 한바탕 풍파를 겪은 마당에 미리 경고까지 받고도 또 뒷북을 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사진=미국 해군연구소 트위터 캡처,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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