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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콧줄 달고 은행으로 실려 온 80대 중환자…무슨 일

80대 노인이 중환자 병실 침대에 실려 은행 방문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80대 노인이 중환자 병실 침대에 실려 은행을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족들이 병원비 마련을 위해 예금을 대리 수령하려 했지만, 은행 측에서 "예금주 본인이 와야 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어제(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80대 노인 A 씨의 가족은 병원비를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했고, 한 시중은행에 예치된 A 씨의 예금을 찾기 위해 (대리 수령이 가능한지) 은행 지점에 문의했습니다. 

그러나 은행 직원은 내부 규정을 들며 "예금주가 의사 능력이 없다는 진단서가 있는 경우 긴급한 수술비에 한해서는 은행이 병원 계좌로 직접 이체할 수 있으며, 이외에는 예금주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돈을 찾을 수 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A 씨가 내야 할 병원비는 500만 원이 넘었지만, 이 가운데 수술비 항목은 없었습니다. A 씨가 고령이라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A 씨 가족은 "당시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콧줄을 단 채 거동도 못 하셨고, 병원 측에서는 아버지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라 외출은 불가하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은행 직원은 수술비 이외의 병원비는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 와야 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사설 구급차를 불러 중환자실 침대에 실린 채 은행을 방문해야 했습니다.

환자, 병원, 병실

이에 A 씨 가족은 "본인 명의로 돈이 있는데 자식이 돈이 없으면 병원 진료도 못 받는다는 것이냐"라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다른 사람도 분명 겪을 것이니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의 경우 본인 확인을 거친 뒤 인출해 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제3자가 예금을 수령할 경우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은행 직원이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긴급한 수술비 등의 예외적인 지급은 예금자 보호 차원에서 내부 규정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13년 예금주 의식불명의 경우 금융회사가 병원비 범위 내에서 병원 계좌에 직접 관련 공문을 보내 처리하는 등 제한적 방식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금융회사들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외가 허용되는 대상과 범위, 지급 방식과 절차 등은 각 회사가 내부 규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은행마다 다를 수 있고, 예금을 맡긴 고객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은행 창구

실제로 보이스피싱, 사기, 횡령, 심지어 가족 관계에서도 악용 범죄 사례가 많아지면서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거래가 강화됐고, 이 때문에 본인이 아닌 경우 은행 거래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의식불명 등 불가피한 이유로 예금주가 직접 은행에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정작 필요한 돈을 찾지 못해 난감해지는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 사연이 알려지자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이들은 A 씨의 사연에 공감하며 "은행의 엄연한 갑질, 횡포가 맞다", "융통성 없다", "가족관계증명서류처럼 확인 가능한 서류 제출로 대체하거나 은행 직원이 병원에 방문하는 것도 방법", "고령 사회를 앞두고 이런 일들이 점점 많아질 것" 등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어 "예외적인 상황으로 예금주가 직접 은행에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금융당국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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