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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한국은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 따져 보니…

[사실은] "한국은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 따져 보니…
오는 3월, 국민의힘 전당 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이 '국회의원 감축'을 공약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비례대표제 폐지를 제안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좀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유권자 수 63만 명당 1명이라면 우리는 아마 16만 명. 17만 명당 1명이기 때문에 미국 기준하면 우리는 82명이면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현재 300명인데 이 숫자를 줄여야 되겠다… 그래서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폐지가 첫 번째 제가 개혁안이고요.
-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지난 16일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 미국 기준으로 하면 82명이면 된다고 했습니다.

정말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걸까요. 조 의원의 발언을 계기 삼아, OECD 국가의 인구수 대비 국회의원 숫자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조경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핵 개발을 추진해야"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

사실은 국회의원 정원 감축 이경원

■ OECD 국가의 의원 1인당 인구수 전수 분석…결과는?


결과부터 보겠습니다. OECD 국가 기준, 국회의원 정원과 인구를 비교해, 의원 1인당 인구수를 계산했습니다. 의원 정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펴낸 <2022년도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표>를, 세계 인구는 세계은행(World Bank) 통계를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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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인당 인구수 순위는 미국이 62만 362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2위 멕시코, 3위 일본, 그리고 4위가 한국이었습니다. 한국은 의원 한 명당 17만 7천 명으로 계산됐습니다.

4위까지 잘라서 보면 미국은 국회의원 1명이 국민 62만 명을 대표하는데, 한국은 국회의원 1명이 국민 17만 명을 대표하고 있는 셈이니, 한국 국회의원 숫자가 많은 거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조 의원 말대로 미국은 의원 1인당 인구수가 62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의원 수가 적은데, 여기에는 다른 맥락이 있습니다. 미국은 연방주의 국가라 주의회 중심으로 돌아가서 우리와 단순 비교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은 주 별로 자체적인 정부와 의회, 법원, 심지어 국방을 담당하는 주 방위군도 있습니다. 행정권 상당 부분을 주에서 담당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주 의원을 비교하는 게 오히려 맞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가령, 올해 뉴욕주의회 의원은 213명인데, 뉴욕주 인구는 1,984만 명 정도로, 주의원 1인당 인구수는 9만 3천 명에 한 명 꼴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국가를 따로 떼 비교해 봤습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나라들입니다.

사실은 국회의원 정원 감축 이경원

이렇게 보면 우리의 국회의원 숫자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나라들은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의 숫자가 우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통계는 명확했습니다. "한국의 국회의원 숫자가 많다"는 조경태 의원의 발언은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정치 제도는 그 나라의 사정에 맞게 구성돼야 하는 만큼, 해외 사례가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음을 부연합니다.
 

■ 국회의원 감축, 주로 언제 나왔을까


사실은팀은 최근 10년 동안 국회의원 감축 주장이 나왔던 시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사 검색 서비스인 '빅카인즈'(www.bigkinds.or.kr)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2012년 10월,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 후보가 의원 정수 100명 축소안을 말했습니다. 안철수 당시 후보는 민주당 문재인 당시 후보와 단일화한 뒤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그해 12월,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국회의원 수를 감축하자고 제안하며 논의에 탄력이 붙었지만, 대선 이후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17년 2월에는 당시 바른정당이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공론화했습니다. 그해 3월에는 이인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국회의원 수 200명 감축을 말했습니다. 같은 달,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던 조경태 의원은 지금처럼 비례대표제를 폐지해 의원 정수를 줄이자고 주장했습니다.

2019년 11월에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300명인 국회의원 수를 270명으로 줄이겠다"고 말했고, 2021년 9월에는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사실은팀 분석 결과, 주요 선거 전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선과 총선, 혹은 당내 경선 등을 앞두고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시점과, 국회의원 감축 주장이 맞물려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국회의원은 그만큼 비난의 대상이라는 방증이며, 정치인 스스로 이런 반감을 통해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역설을 품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공약이 지켜진 적은 없습니다. 늘 그렇듯 선거가 끝나면 논의는 흐지부지됐습니다.

국회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 정원 감축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따라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국회의원 정원이 줄어서 선거구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 의원 입장에서는 유권자가 많은 지역의 민의에 집중하기 쉽고, 자연히 지역 불균형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금도 지역구가 넓은 지역에 이런 비판이 존재합니다. 정치 스스로 정치에 대한 반감을 지렛대 삼아 감축을 계속 말하고 있지만, 쳇바퀴처럼 '구호'만 수십 년 반복될 뿐, 문제점들을 어떻게 보완할지 구체적 '대안'이 나온 적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은팀이 구글 학술검색(scholar.google.co.kr)에서 국회의원 정원과 관련된 연구를 검색했지만, 이에 부합하는 연구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구호 자체가 설익을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겁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의 주장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데이터는 명확했습니다. 한국은 의원 1인당 인구가 17만 명 수준으로, OECD 국가 기준 국회의원 수가 적은 편으로 분석됐습니다. 인구가 비슷한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은팀은 조 의원의 발언을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물론, 정치 제도는 그 나라의 사정에 맞게 구성돼야 하는 만큼, 해외 사례가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지금까지의 국회의원 정수 문제는 정치 개혁을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수십 년 쳇바퀴처럼 반복된 선거 '전략'에 가까웠다는 게 사실은팀의 판단입니다.

(인턴 : 강윤서, 정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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