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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많은 이들의 목숨으로 자유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만난 사람 3. '동북부 전선을 지키는 군인' 올렉산드르

[취재파일] "수많은 이들의 목숨으로 자유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올렉산드르 씨를 다시 만난 건 9개월 만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에서 인터뷰를 한 군 간부 올렉산드르 씨는 현재 하르키우 동쪽 전방에 배치돼 근무 중이었고, 화상 인터뷰를 통해 9개월 만에 그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동부 전선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그는 비작전 기간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해줬습니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올렉산드르/우크라이나군 간부, 화상 인터뷰

# 장거리 무기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

지난 몇 달간 우리의 목표는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전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뒤(*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말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에 점령됐던 영토 중 일부분을 수복했습니다) 현재 우리 부대의 주된 임무는 반격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군 수뇌부는 수시로 러시아의 새로운 반격 가능성에 대한 정보들을 하달하고, 우리는 이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되찾은 영토를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퇴각한 러시아군이 포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은 매일 러시아 영토에서 우리 진영으로 포격을 가하는데, 우리는 러시아 영토로 반격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우리 국민이 우리 영토 안에서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우리는 국경선 밖으로 적을 몰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적의 영토로 우리도 포격을 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바리케이드와 요새를 건설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고, 현재 러시아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손실 없이 여기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닙니다. 매일 수많은 군인들을 잃고 있고, 그 피의 대가로 우리 땅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 가까운 미래에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유럽과 미국의 파트너들로부터 무기와 탄약 지원이 계속 이뤄져야 합니다.

 

# 금지 신무기 사용 늘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겨울은 전투하기 어려운 계절입니다. 특히 이번 겨울은 예년보다 따뜻해 겨울에도 땅이 진창인 상태이고, 전차나 중화기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전투에 임하려면 무기들을 군인들이 모두 손으로 운반해야 하는데, 그건 아군에게도 적군에게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날씨가 전쟁을 교착 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전방 전선에선 매일 치열한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방에서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구소련 시대의 무기뿐 아니라 최근 2~3년 사이 만들어진 신무기들을 최근 들어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무기 대부분은 참전 군인들에게 극심한 고통과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국제 규약에 의해 현대전에서 사용이 금지된 무기들입니다. 러시아군이 전방에서 금지 신무기들을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실전에서 사용해본 적 없는 자국의 신무기들을 이번 전쟁에서 활용하며 그 성능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신무기들이 항상 그들의 기대한 만큼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이 신무기의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렉산드르/우크라이나군 간부, 화상 인터뷰

# 격전지에 남은 어린이들

동북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수복하긴 했지만, 피란을 떠났던 이들은 러시아군의 반격이 두려워 아직 돌아올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피란을 떠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많았고, 그중 일부는 목숨을 잃었지만 30% 정도의 주민은 계속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 군이 이곳을 탈환했을 때, 여기에 남아있던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우리를 보고 매우 기뻐했습니다. 저는 교전이 치열했던 이 지역에 당시 굉장히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남아 있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새해를 맞지만, 전방의 아이들은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잠시나마 전쟁에 대한 생각을 잊을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부대는 외부에서 지원받은 선물을 연말에 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 매일 수많은 이들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두렵지 않냐고요? 물론 두렵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전투에서 불필요한 감정이 아닙니다. 무모한 군인은 쉽게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르는 대가는 매우 큽니다. 수많은 이들이, 그중에서도 가장 용감하고 애국심 강한 젊은이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도 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데 한 세대 이상이 필요할 겁니다. 이건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손실이 아닙니다. 러시아군과 정부는 당장 이 전쟁을 멈춰야 하고, 이런 명령을 내린 사람은 분명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이 전쟁의 유일한 끝은 러시아의 몰락이라는 걸 전 세계가 이해해야만 합니다.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라는 한 국가만을 겨냥한 게 아니며,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이 유럽의 다른 국가들로 확산하는 걸 막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각자 가능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군은 살아있는 한 침략자들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킬 겁니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국민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가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오늘 무사합니다만, 내일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의 유일한 바람은 다치지 않고 살아서 평화를 되찾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이 전쟁을 마친 뒤, 또 한 번 당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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