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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 부르는 '나비약' 10억 정 처방…청소년 판매자도

<앵커>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식욕억제제가 지난 4년 동안 10억 정이나 처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독성이 있고 부작용이 있어서 비만 치료를 위해서만 쓰여야 하는데,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고 관리도 부실했습니다.

먼저 박세원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박세원 기자>

서울의 한 피부과.

다이어트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자 짧은 상담 후 약 한 달 치를 지어줍니다.

마약 성분인 펜터민이 포함된 식욕 억제제로 '나비약', '눈사람약'이라고도 불리는데 중독성에 우울증, 환각 등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 사용 기준에 따라 체질량지수 30 이상 환자에게만 처방해야 하는데, 그보다 훨씬 낮은 19인 걸 확인하고도 약을 처방했습니다.

[해당 병원 의사 : 체성분으로는 먹을 정도는 아니죠. 그런데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 빠지거나, 살이 계속 찌고 있다면 좀 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거고.]

지난 4년간 처방된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약 2천500만 건, 처방량은 10억 정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1년간 18차례 진료를 통해 9천 정을 넘게 처방받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최근 3년간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96%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뤄졌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식약처에 보고된 부작용 사례는 1천 건이 넘습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 복용 경험자 : 심장의 두근거림이라든지 체온이 올라서 조금 불편함을 느꼈고요. 피곤함과 무기력증이 동반되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식약처가 직접 관리 감독에 나섰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작년부터 과다 처방한 의사에게 서면 경고 후 행정 조치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실제 조치를 내린 곳은 없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오남용 처방 의심 의료기관을 점검한 뒤 경찰에 37곳을 수사 의뢰했는데, 최근까지 결과가 나온 6곳은 무혐의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윤형, 영상편집 : 이승진, CG : 반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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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마약 성분이 든 식욕억제제가 시중에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처방받은 약을 다시 파는 건데, 주로 SNS를 통해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지면서 10대 청소년들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김민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민준 기자>

SBS 취재진이 SNS에서 마약류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검색했습니다.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식욕억제제

판매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구매를 문의했더니 '메시지를 보내 달라'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직거래를 제안하자 만날 날짜와 시간을 알려줍니다.

약속 장소에서 만난 판매자는 사용방법을 설명해줬고,

[A 씨/판매자 : 이거 처음 별로 안 드셔 보셨으면 이게 이렇게 두 개로 이렇게 나눠져 있잖아요. 반씩 쪼개서 드시는 게 나으실 거예요. 저는 15kg 뺐어요.]

처방받은 약을 재판매하는 거라고 털어놨습니다.

[A 씨/판매자 : ((병원에서) 처방받아서 남는 거 판매하시는 건가요?) 네, 먹다가 남아서…. (그러면 그 (SNS) 계정은 거래하시려고 따로 만드신 거예요?) 네, 예전에 만들어놨다가….]

또 다른 직거래 약속 장소.

유난히 앳된 외모의 판매자는 고등학생입니다.

[B 씨/판매자 : (이거 불법으로 사고팔고 하면 안 되는 건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건 알고 있었죠. 약 거래 자체부터 솔직히 좀 껄끄럽긴 했는데….]

병원에서 손쉽게 처방을 받아 구할 수 있다 보니 돈벌이에 사용되는 겁니다.

[판매자 : 그냥 돈 필요할 때 그렇게 (약을) 받고 있어요. (그러니까 돈 필요할 때 이렇게 들어오는 걸로 용돈 하고 하는 거예요?) 네.]

처방받은 거라도 마약류 약품을 재판매하거나 사는 행위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처방이 금지된 만 16세 이하 청소년들이나, 복용량 제한에 걸려 병·의원에서 약을 구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약을 더 찾게 되면서 불법 거래 가격은 크게 올랐습니다.

[김대규/경남경찰청 마약수사대장 : 한 알에 1천 원인데 보통 이렇게 재판매할 때는 한 알에 5천 원에서 6천 원에 이렇게. 5배에서 6배 정도 이렇게 차익을 남기는 거로…]

[백종헌/국회 보건복지위원 : 식약처에서 제대로 된 대책 관리 등 식욕억제제 관리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오남용 위험성에 불법 거래가 만연하는 만큼 마약류 식욕억제제에 대한 관계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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