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법 따라 설치한 예술품인데…'흉물'로 전락한 공공조형물

<앵커>

큰 건물 앞에 설치된 예술작품들 본 적 있으실 텐데요. 그런 작품을 공공조형물이라 부릅니다. 이 삭막한 도시에 예술의 숨을 불어넣자며 세우기 시작했습니다만 오히려 보기에도 안 좋고, 위험한 경우까지 있습니다.

왜 그런 건지, 김민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상가 앞에 설치된 조형물입니다.

광고 스티커를 붙인 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고 녹까지 슬었습니다.

안내표지조차 없어 '예술품'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합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흉물이 된 지 오래.

[상인 : 이게 없으면 저희는 좀 낫겠죠. 광고도 더 할 수 있고, 여기에. 좀 넓어지는 거잖아요.]

보기 안 좋은 건 둘째치고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커다란 쇠 공이 바닥에 찌그러져 있습니다.

원래 위에 걸려 있었는데, 기둥이 기울어지면서 떨어질까 봐 주민들이 중장비로 옮겨둔 겁니다.

정말 떨어졌다면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이라 큰 피해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이런 공공조형물은 연 면적 1만 ㎡ 이상 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때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삭막한 아스팔트 숲 속에서, 조금이나마 예술이 주는 여유를 느끼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하지만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전국 2만 1천여 개 조형물 중 4천2백여 개가 훼손된 상태입니다.

관리도 미흡합니다.

조형물들은 사유재산이라 일차적인 관리 책임은 건물주에 있지만, 관련 시행령에는 "지자체가 정기 점검하고 관리실태를 기록하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사유재산이지만, 도시 경관과 주민 안전을 위해 지자체 책임을 명시한 겁니다.

하지만, 정작 점검을 위한 예산은 마련된 적이 없습니다.

조형물이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점검 횟수는 지난 6년간 단 한 번 뿐이었습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리 비용이 적지 않고 인력도 부족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놨습니다.

[배현진/국회 문화체육위원 :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한 만큼 그것을 관리를 잘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반드시 정부가 고민(해야 합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리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면서도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김태훈, 영상편집 : 김경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