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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떤 애 인생 망쳤어"…촉법소년 성범죄, 가해자는 '활보'

<손기준 기자>

[피해 학생 어머니 : 제가 딸 아이한테 전화했더니, (또 다른) 언니라는 여자가 받아서 '자기가 딸 아이를 지금 옆에 자기가 안고 있는데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성폭행을 당한 것 같아요'라고….]

재판 당일 어머니는 재판정 입장도 금지돼 복도를 서성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애들 와서 조사가 끝났고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딱 그거 두 마디 외에는 제가 들은 게 없어요.]

[피해자 국선변호인 사무실 : 저희가 (상담 기록) 보관을 하고 있는데, (변호사님이) 보여줄 이유가 없으시다고….]

[담당 경찰서 : 어머니께서는 법원에 가셔서 확인을 요청하셔야 합니다.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건 여기서 발급이 가능한데….]

[피해 학생 어머니 : 가는 곳마다 아이의 사건을 얘기해야 되고 가는 곳마다 거절을 당하잖아요. 저 할 거예요, 민사소송. 이제 해야 되겠다는 확신이 더 서는 거예요. 꼭 알아야겠으니까.]

법원 판결 이후에도 피해 학생은 계속 병원을 오가며 상담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반면 가해 학생은 마치 문제가 없었던 것 마냥 시내를 누볐습니다.

<김민준 기자>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피해 학생의 아픔과 교육청 분리 조치의 허점을 저희가 짚어봤습니다.

<손기준 기자>

애교가 많던 딸은 그날 이후 웃음을 잃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딸하고 이렇게 메시지를 나눠요. (딸이 애교가 많네요.) 많아요. 조금만 버텨주길 바라고요. 병원에 입원할 때 (보낸 문자). 많이 울었어요.]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아이가) 갑자기 소리 지르고, 주먹으로 벽을 치면서 (제가) 끌어내리려고 해도 나오질 않고요. 불을 켜면 울고. 소리 지르고. 그러다가 어느 날 보니까 팔에 자해한 흔적이 있더라고요.]

피해 학생 A 양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극도의 우울감, 들뜬 기분이 반복되는 정동장애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A 양은 의료진에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가해 학생의 지인들이 연락 오면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엄마, 차라리 나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내가 살아 있는 게 더 힘든 것 같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부모 심정은 어떻겠어요.]

옆에서 지켜본 친구들도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피해 학생 친구 : 집에 계속 있고 싶어 해서 저희가 맨날 걔네 집에서 놀았고요. 가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 친구들을 보면 자리를 피하거나 아니면 시내 이런 데 아예 자체를 못 가요.]

용기를 내서 거리로 나왔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피해 학생 친구 : 시내로 오는 순간, 손부터 떨었고요. 자기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 어른들한테도 안 보여주려고 모자 꼭 쓰고….]

그러면서도 A 양은 "퇴원하면 내가 할 일을 하겠다, "공부해서 만회하겠다"며 신속한 일상 복귀를 희망했습니다.

반면 가해 학생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고,

[피해 학생 여동생 : 아직 주짓수하고 있고요. 그냥 뭐 숨기는 것도 없고 자기 잘난 것처럼 (SNS에) 스토리도 올리고 자기가 평소 하는 대로 지내고 있어요.]

자랑삼아 사건에 대한 언급까지 했다는 겁니다.

[피해 학생 여동생 : 밖에서 뭐 '자기가 (소년원에서) 나왔다' 소리 지르고 다니고, 친구들한테는 '그냥 어떤 애의 인생을 망쳤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을 하고 다녔어요.]

A 양 가족은 촉법소년 제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걔한테는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우리 아이도 알고 있어요. '엄마, 촉법(소년)때문에 걔 이렇게 해도 아마 금방 나올 거야', 그래서 걔도 시내를 아예 못 나갔던 이유가 그거예요. 언제 어디에서 부딪힐지 모르니까. 그런데 지금 맞잖아요.]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승진, CG : 반소희,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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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A 양 동생은 최근 시내에서 가해 학생 B 군의 친구와 마주쳤습니다.

[피해 학생 친동생 : 가해 학생 친구가 저한테 말을 했어요. '너 걔 아니냐'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아무 말 안 했어요. 근데 또 와서 '너희 언니는 잘 지내냐'….]

범행 장소에 같이 있었던 B 군 친구도 죄책감은 없어 보였습니다.

[피해 학생 친구 : 피해 학생 이름 얘기하면서 '잘 지내냐, 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범행 사실을 알아요?) 네, 알죠. (아는데 보고 싶다고 한 거예요?) 네….]

어머니는 이번 사건으로 B 군이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갈 걸로 알았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학교폭력 위원회가 열려서 (학폭 위원들이) '(가해 학생을) 진주 시내 밖으로 보낼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얘기를 하셨고….]

그런데 취재 결과 B 군은 진주 시내에 있는 또 다른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규정을 보면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로부터 '가급적 5km 밖'으로 가야 합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 학생은 약 6km 정도 떨어진 학교로 배정됐습니다.

규정은 지켰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로는 미흡한 겁니다.

교육지원청 측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 전학이 한 학교에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최근 6개월 내에 가해 학생을 받았던 학교는 제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멀지 않은 학교로 배정될 수 있다는 겁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학교는 일단 (가해 학생이) 일방적으로 전학 오면 그냥 받아줘야 해요. 그 학교에서 거부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그런 애들이 계속 오면 그 학교도 교육 활동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한 학교폭력위원회 위원이 어머니를 안심시킨 말처럼 다른 지자체 전학은 불가능한 조치였습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그 (가해 학생) 가족이 진주에 거주하고 있잖아요. 그 아이들도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해야 되잖아요. 초중등교육법에 적용되는 애들이고. (진주 시외로 밖으로 아예 보내버릴 수 있는 (어떤 법적 근거가?)) 없어요. 규정 자체는 그렇게 만들어져 있지 않아요.]

결국 B 군과 B 군 친구들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간 건 A 양이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법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어겨도 교육 당국이 취할 조치는 없어 유명무실합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이렇게 학교 폭력 신고를 다시 해서 그 아이가 그런 2차 피해 3차 피해가 당하지 않도록 그 스스로 계속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악몽 같은 기억을 치유하는 대신, 다시 떠올려야 하는 상황이 피해 학생과 어머니에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신고) 할 때마다 똑같은 말을 해야 돼요. 그러면 잊으려고 하는 게 아니고 이건 끄집어내는 거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가해자가 우리 아이한테 하는 2차 3차 그 피해보다 이게 더 2차 3차 피해예요.]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황지영,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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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취재기자와 남은 얘기 더 풀어보겠습니다.

Q. 피해자 고통 가중?

[김민준 기자 : 저희가 이번 사건을 이틀에 걸쳐서 집중보도하는 건, 특정 가해자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저희의 취재에서도 보셨듯 어머니는 딸을 구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끝없이 딸의 피해를 끄집어내고, 기억해내고, 고백해야 했습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저희 취재진은 이보다 더한 2차 가해는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현 제도의 모순점, 그리고 허점을 지적하기 위해 이번 기사들을 준비했습니다. 가해자도 미성년자지만, 피해자도 미성년자입니다. 중범죄 사건임에도 가해자는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 없이 보호처분에 그쳤습니다. 그사이 피해자와 그 가족은 더 큰 고통에 남겨졌습니다. 우리의 수사와 사법 제도가 피해자 중심주의로 더 나아가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Q. 가해자 엄격 분리해야?

[김민준 기자 : 이번 사건은 흔하게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한 학교 폭력이 아닙니다. 중범죄 사건이죠. 범죄의 성격과 피해자의 고통 정도를 감안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더 엄격하게 분리를 해야 하는 거죠. 교육 당국의 소극적 대응으로 오히려 피해자가,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멀리 전학을 가고 2차, 3차 가해까지 당하는 일은 앞으로는 없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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