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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내려다볼 수 있다는데…새들에겐 '죽음의 덫'

<앵커>

금강을 내려다보며 산책할 수 있는 보행자 전용 다리가 세종시에 올해 초 개통됐습니다. 그런데, 이 다리 난간에 있는 투명 유리창에 새들이 부딪쳐 죽고 있습니다.

이용식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둥근 원 모양의 다리가 강 위에 우뚝 서 있습니다.

차량은 다닐 수 없고 1층은 자전거, 2층은 보행자 전용으로 만들었는데, 이 다리 위에 새 1마리가 죽어 있습니다.

[교량관리직원 : 많이 발견했어요, 여태까지 수십 마리는 죽었을 걸. 얘는 비둘기가 아닌데 무슨 새지?]

뻐꾸기 종류인 벙어리뻐꾸기로 보기 드문 여름 철새입니다.

여름철 국내에서 번식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동남아로 떠나기 전 다리 난간 투명 유리창에 충돌해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텃새들에게도 난간 유리창은 죽음의 덫입니다.

찌르레기와 물총새, 참새 등이 하루에 2마리꼴로 부딪혀 죽고 있습니다.

충돌 사고로 죽는 새들은 주로 이곳 교량 안쪽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만일 교량 바깥쪽에 부딪힐 경우 강물로 빠져서 발견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 피해를 당하는 새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새의 이동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행자의 시야만 잘 보이도록 다리 난간을 투명 유리창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홍경표/세종시청 공원관리과직원 : 유리가 투명하다 보니까 아마 인식을 못 하고 거기다 부딪치는 것 같습니다.]

새 충돌이 잇따르자 세종시는 다음 달 초 유리창에 충돌 방지용 사각 점 테이프를 부착하기로 했습니다.

새들이 작은 점을 장애물로 인식해 충돌을 피하는 건데 몇 년 전부터 방음벽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투명창에 부딪혀 죽는 새는 연간 8백만 마리 정도.

방음벽과 건축물 유리창에 피해 저감 조치를 의무화한 법률이 내년 6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법 시행 전이라도 투명창에 피해 저감시설을 서둘러야 새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김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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