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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탱크 위 14시간 버텨 극적 구조…50년 만에 상봉했다

<앵커>

50년 전, 태풍으로 물난리가 났던 충북 단양에서 2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물탱크 위에서 14시간을 버텨 극적 구조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생존자들이 50년 만에 만나 눈물을 흘렸다는데, CJB 이윤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972년 태풍 '베티'로 단양강이 범람해 250여 명의 주민들이 고립됐던 시루섬.

이 가운데 200명의 주민들은 지름 4m의 물탱크 위로 올라가 서로 팔짱을 낀 채 14시간 동안 칠흑 같은 밤을 버텨냈습니다.

하지만 돌 지난 아기는 압박을 견디지 못해 숨을 거뒀고, 아기의 엄마는 혹시나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슬픔을 삼켜야만 했습니다.

50년 만에 시루섬 사람들이 다시 만났습니다. 

수해의 아픔 뒤 충주댐 건설로 시루섬이 잠기면서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주민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훔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시루섬 생존자 : 이래 안 죽으니 만나잖아. 옛날 얼굴이 있으시네.]

싸늘하게 식어가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죽음조차 알리지 못했던 아기 엄마는 이제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다시 시루섬을 찾았습니다.

[최옥희(84세)/시루섬 사고 당시 아기 잃은 엄마 : 죽은 거는 알겠지만, 거기서 아우성 쳐봐야 소용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아무 말도 안 하고 밤새도록 그냥 안고 있었던 거죠.]

50년 만에야 다시 찾은 시루섬에서 생존자들은 당시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배금숙·신준옥·오선옥/시루섬 생존자 : 너무 기쁘고 눈물 나지 슬프고. 그때 생각만 하면 진짜 눈물이 막 흘러요.]

시루섬 생존자 50년만에 상봉

이제는 무인도가 되어버린 시루섬을 바라보며 50년 만에 상봉한 주민들은 먼저 간 주민들의 넋을 위로하며 기쁨과 슬픔을 나눴습니다.

단양군은 기적의 생존자들에게 영웅의 호칭을 헌정하고, 시루섬의 이야기를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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