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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칼럼 쓰자, 기재부 나서 "예산 내역 내놔라"

<앵커>

얼마 전 정부가 내놓은 세금 정책에 대해 한 국책연구기관 학자가 비판 칼럼을 쓰자, 기획재정부가 나서서 압력을 넣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왜 그런 글을 썼냐고 묻고 소속 연구기관의 예산 내역을 내놓으라는 요구도 한 것인데, 조기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경향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기재부가 최근 발표한 세금 개편안이 대기업과 부자를 위한 감세다, 취약계층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글을 쓴 사람은 정부 예산을 쓰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속 학자입니다.

20년 넘게 이 연구원에서 주로 저소득층 복지 문제를 연구한 전문가로, 이 신문에는 한 달에 한 번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나가자마자 기획재정부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세금 정책을 만든 세제실 관계자였는데, 추경호 부총리는 왜 언급했느냐, 왜 저소득층을 외면했다고 했느냐는 질문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모든 정부 부처의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기재부 예산실이 이어서 연락을 해왔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세부 예산 일체를 내놓으라면서, 특히 해당 학자가 있는 부서에서 어떤 연구에 얼마를 썼는지를 상세히 제출하라는 요구를 해왔습니다.

해당 학자는 "우리 연구원에 혹시 피해가 갈까 걱정됐다"면서 "압박감을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송재룡/경희대학교 사회학과 특임교수 : 그런 식으로 압박하거나 뭔가 느끼게 하려는 게 아니겠어요?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그런 식으로 재갈을 물리게 하려고 하는 것은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어요.]

기재부는 SBS 취재가 시작되자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이었다"면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상관 심기를 살피고 비판을 입막음하기 위해서 주어진 힘을 낭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 편집 : 김경연, CG : 제갈찬·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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